법정에서 편지 읽게 하는 ‘호통 판사’
시사INLive 임지영 기자 입력 2013.03.09 12:56천종호 창원지법 소년부 부장판사(48)는 2주에 한 번 하루 6시간, 80명에서 120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평균 100명으로 따지면, 한 아이당 4분밖에 안 된다. 소년 재판에서 아이를 마주할 시간은 그렇게 짧다. 긴장한 아이들은 할 말을 놓치기 일쑤다. 천 판사는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다. 버벅대는 아이들의 미세한 눈짓, 몸짓도 무심히 넘겨선 안 되기 때문이다.
천 판사가 창원지법에서 소년 재판을 맡은 지는 3년. 보통 1년, 길어야 2년일 거라는 예상을 깼다. 그동안 '만사소년' '호통대장' '바보' 같은 별명을 얻었다. 3년간 법정에서 만나고 인연을 맺은 아이들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제목 <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는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사회의 무관심, 꿈을 실어주지 못하는 환경이 아이들을 절망으로 이끌었고 비행으로 연결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호통대장이라는 별명답게 법정에서는 그의 호통소리가 크다. 무조건 선처를 바라는 부모에게도 호통이 돌아간다. 때로는 시나 직접 쓴 편지를 읽게 한다. 사랑한다는 말 따위를 따라하게 하기도 한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들아, 이해 못해줘서 미안하다". 글로는 어색하지만 실제 이 말을 따라 반복하다 보면 양쪽 모두의 눈시울이 불거진다.
천 판사는 그중에서 경진이(가명)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는 함께 절도를 저지른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집으로 돌려보내면 낙태를 할 게 뻔하고, 소년원으로 보내면 아이를 낳겠지만 아이의 남은 인생을 가혹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고심하다 결국 소년원으로 보냈다. 판사를 욕하던 아이는 이후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와 법정에서 읽어내려가며 울었다. 천 판사는 배냇저고리를 선물했다. 경진이는 순산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그의 법관생활 동안 기억에 오래 남을 재판이 될 것 같다.
천 검사는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아버지는 7남매 대가족을 부양해야 했는데 끼니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가난을 통해 배운 건 수치심이었다. 소년 재판을 담당하게 되자 자신의 청소년 시절과 비행 청소년들의 딱한 처지가 겹쳐졌다. 다시 돌아갈 곳 없는 아이들한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판매 수익, 대안 가정 등에 기부
그래서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대안 가정 7군데를 지정했다. 갈 곳 없는 아이를 사회로 돌려보내면 범죄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선진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지원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그렇지 못하다. 천 판사는 그게 제도화될 때까지 소년부에 있고 싶다. 지금은 후원과 사비로 운영된다. 이번 책 판매 수익 전부도 대안 가정과 비행 청소년 전용 기관에 맡길 예정이다.
그 역시 고등학생 2명과 6개월 된 늦둥이의 아버지다. 스스로 100점짜리는 아니라고 고백한다. SBS < 학교의 눈물 > 다큐멘터리에 나온 걸 보고 아이 친구들이 알아봤다. 서로 무뚝뚝해서 별 표현은 안 한다. 그냥 아이들이 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 인터뷰 당일 아침에도 절도죄로 1년 전에 재판을 받은 아이가 졸업을 했다며 찾아왔다. 지적장애가 있어 쉽지 않았을 텐데 물어물어 찾아온 아이에게 천 판사는 용돈을 쥐여 보냈다. 소년법은 용서와 관용을 전제로 한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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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판사가 창원지법에서 소년 재판을 맡은 지는 3년. 보통 1년, 길어야 2년일 거라는 예상을 깼다. 그동안 '만사소년' '호통대장' '바보' 같은 별명을 얻었다. 3년간 법정에서 만나고 인연을 맺은 아이들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제목 <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 는 그의 마음을 대변한다. 사회의 무관심, 꿈을 실어주지 못하는 환경이 아이들을 절망으로 이끌었고 비행으로 연결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호통대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천종호 판사(위)는 법정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
천 판사는 그중에서 경진이(가명)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는 함께 절도를 저지른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집으로 돌려보내면 낙태를 할 게 뻔하고, 소년원으로 보내면 아이를 낳겠지만 아이의 남은 인생을 가혹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고심하다 결국 소년원으로 보냈다. 판사를 욕하던 아이는 이후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와 법정에서 읽어내려가며 울었다. 천 판사는 배냇저고리를 선물했다. 경진이는 순산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그의 법관생활 동안 기억에 오래 남을 재판이 될 것 같다.
천 검사는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아버지는 7남매 대가족을 부양해야 했는데 끼니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가난을 통해 배운 건 수치심이었다. 소년 재판을 담당하게 되자 자신의 청소년 시절과 비행 청소년들의 딱한 처지가 겹쳐졌다. 다시 돌아갈 곳 없는 아이들한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판매 수익, 대안 가정 등에 기부
그래서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대안 가정 7군데를 지정했다. 갈 곳 없는 아이를 사회로 돌려보내면 범죄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선진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지원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그렇지 못하다. 천 판사는 그게 제도화될 때까지 소년부에 있고 싶다. 지금은 후원과 사비로 운영된다. 이번 책 판매 수익 전부도 대안 가정과 비행 청소년 전용 기관에 맡길 예정이다.
그 역시 고등학생 2명과 6개월 된 늦둥이의 아버지다. 스스로 100점짜리는 아니라고 고백한다. SBS < 학교의 눈물 > 다큐멘터리에 나온 걸 보고 아이 친구들이 알아봤다. 서로 무뚝뚝해서 별 표현은 안 한다. 그냥 아이들이 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다. 인터뷰 당일 아침에도 절도죄로 1년 전에 재판을 받은 아이가 졸업을 했다며 찾아왔다. 지적장애가 있어 쉽지 않았을 텐데 물어물어 찾아온 아이에게 천 판사는 용돈을 쥐여 보냈다. 소년법은 용서와 관용을 전제로 한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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