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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막는 음식도 편식하면 독 … 골고루 먹어야 효과”

소한마리-화절령- 2013. 3. 11. 22:40

 

“암 막는 음식도 편식하면 독 … 골고루 먹어야 효과”

분당차병원 함기백 교수가 말하는 암 예방법
중앙일보 | 배지영 | 입력 2013.03.11 08:34
 
함기백 교수는 음식 조절만으로도 암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엽록소가 많은 채소는 암 예방에 으뜸이다. [김수정 기자] 암 예방법을 연구하는 의사는 어떤 음식을 추천할까?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함기백 교수는 위암 전문가로 암 예방 분야의 권위자다. 대한암예방학회장을 지냈으며, 차의과대학교에서 국내 최초로 암예방연구센터를 열었다. 그의 실험실에서는 어떤 식품이 암 예방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공저로 『암을 이기는 한국인의 음식 54가지』라는 책도 냈다.

-암 예방에 음식이 정말 중요한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세 사람이 있는데, 첫 번째 사람은 부모 모두, 두 번째는 한 부모만 암에 걸렸고, 나머지 한 사람은 부모 모두 암에 걸린 적이 없다. 이 중 어떤 사람이 암에 잘 걸릴까.

오히려 부모로부터 암 유전자를 하나도 안 물려받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암 유전자를 물려받은 사람은 철저한 식사요법을 통해 암 유전자 발현을 계속 막아내지만, 암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고기와 술을 즐기고 무절제한 생활을 해 오히려 암을 키운다는 의미에서다. 실제 여러 연구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이걸 후생적 변화라고 한다. 암은 식생활에 따라 생길 수도, 억제될 수도 있다. 실제 미국 MD앤더슨암병원 발표에 따르면 암 발생에 있어 유전적 요인은 5%, 음식의 영향(비만 포함)은 55%에 달했다."

-어떤 식품이 암을 일으키고, 어떤 식품이 암을 막나.

"암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보통 세 단계를 거친다. 먼저 발암물질이 쌓이는 단계다. 고지방식, 붉은 육류, 탄 음식, 흡연, 과도한 알코올 등이 발암물질이다. 이들 발암물질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하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좋다. 대표적인 게 '이소시아네이트' 성분이다. 십자화과채소(양배추·케일·브로콜리 등)·비타민C·식이섬유 등에 많다. 동시에 발암물질을 해독하는 음식을 먹으면 좋다. 마늘의 유황화합물·엘라직산, 녹차의 카테킨이 신체 해독 효소를 활성화한다.

암 발생 단계에서는 변성된 세포가 더 이상 크지 않도록, 그리고 세포가 분열해 수를 늘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활성산소가 이들 세포분열에 관여한다. 유황화합물(양배추·마늘 등)·카로틴(시금치·당근 등)·비타민C와 E(현미·아몬드)·폴리페놀(생강·녹차)·라이코펜(토마토 등) 등은 활성산소를 줄인다.

암 진행 단계에서는 생성된 암을 공격하는 음식을 섭취한다. 콩·된장·청국장에 많은 제니스테인, 포도에 많이 든 레스베라톨, 배추에 많은 베타시토스테롤 등이 암세포 자살을 돕는다."

-암 예방을 위해 즐겨 먹는 식품이 있나.

"우리 연구실은 암을 예방하는 기전과 방법을 연구한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우리 연구원 전원이 챙겨 먹는 것이 있다. 바로 홍삼과 오메가3다. 구체적인 연구를 하기 전에는 접하지 않은 것들이다. 오메가3를 이용해 비만·지방간은 물론 위암·대장암·암 전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안 먹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들 챙겨 먹는다. 오메가3는 생선어유·호두 등에 많다. 고려홍삼(한국에서 나는 홍삼)도 마찬가지다. 홍삼과 위암 예방에 대해 연구하는데, 다른 식품에 비해 탁월한 효과가 나타났다.

반대로 우리 연구실에서 안 하는 것 두 가지도 있다. 음주와 흡연이다. 알코올과 담배는 1급 발암물질이다. 하지만 술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립보건원 연구 자료에 따르면 남자는 1일 2잔 이하, 여자나 노인은 1일 1잔 이하를 적정 음주로 권하고 있다. 3잔 이상은 곤란하다. 이를 잘 지키고 있다."

-음식과 암에 관한 오해는.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해서 그 음식만 많이 계속 먹는 것이다. 운 좋게도 해당 음식이 자신의 암 유전자를 억제하는 딱 들어맞는 물질이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여러 음식을 골고루 꾸준히 먹어야 한다. 여러 암 예방 성분이 있는 식품을 혼합해 먹으면 시너지 효과가 생겨 암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또 일부 약성(藥性)이 있는 식품은 과다하게 먹으면 오히려 간 독성이 생길 수도 있다.

또 고기는 무조건 안 먹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1주일에 300g 이하(보통 음식점에서 파는 1인분이 200g)는 괜찮다. 또 암 환자는 항암치료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고기를 먹는 게 좋다. 흰색육·살코기 위주로 먹으면 문제 없다."

-음식 이외에 암 예방에서 중요한 요소는.

"스트레스 관리를 꼽겠다. 우리 몸의 세포는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거나 암 위험이 증가하면 나름 훌륭한 '요술'을 부린다. 세포대사를 변화시키든지 유해물질을 잘 타일러 배출시키고 비활성화한다. 이때 스트레스는 세포의 이런 자연 면역기전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 다음은 운동이다. 암세포는 우리 몸이 운동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운동은 암세포가 좋아하는 당분을 소진하게 하고, 세포작용을 올바르게 되돌리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조상의 삶을 잘 살펴보라는 것이다. 유전적 요소가 있으면 암 위험도 올라간다. 이런 사람은 보통사람에 비해 더 철저한 식이요법으로 암세포가 발현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글=배지영 기자 < jybaejoongang.co.kr >

사진=김수정 기자

배지영.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