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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파업도 괜찮아, 그것도 권리야"

소한마리-화절령- 2014. 3. 17. 11:15

 

"불법 파업도 괜찮아, 그것도 권리야"

오마이뉴스 | 입력 2014.03.17 08:33

 

[오마이뉴스 최지용,남소연 기자]

지난 2월 말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이하 손잡고)가 출범했다. 노조를 압박하는 도구로 이용되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기구다.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한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손배가압류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은 의원은 "외국에서는 설령 파업이 위법적이라고 해도 심각한 침해가 아닌 이상 법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며 "(손배가압류의 법적 근거가 되는) 업무방해(죄)는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을 했는데, 일부 노조원의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 폭력행위를 문제 삼아야지 파업자체를 불법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기구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손잡고'에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은수미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은 의원은 손배가압류 문제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사회적 의제가 되는 모습에 "이효리 같은 '연예시민'이 나서면서 확장성이 생겼다"며 "천지가 개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은 불법'이라는 지형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 남소연

은수미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은 의원과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다녀왔어"라는 말만큼 편안한 말이 있을까?

-정치인으로서 '손해배상가압류를 잡자'(손잡고)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0년 전 한진중공업부터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까지 손해배상가압류 문제가 심각했다. 올해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 < 시사IN > 기사를 통해 4만7000원 모금이 시작되는 것을 봤다. 바로 < 시사IN > 기자가 원고청탁을 요청했다. '파업권이 물결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글이었고, 그것은 시민운동차원으로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그런 생각하고 있었는데, '손잡고' 초동모임에 나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손배소 문제는 국회에서 특정 정치인 혼자 싸우기 힘든 문제였다. 하지만 시민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고 사회적기구를 만든다니까 '천지개벽'이 일어났나 생각했다. 그러니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사람들이 점점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지지를 보면서도 그걸 느꼈다."

- 사실 손해배상가압류 문제가 최근의 일은 아니다. 10년 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사이에도 현대자동차 같은 큰 사업장부터 작은 규모의 노조파업에도 항상 문제가 돼 왔다. 지금에 와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동안 '파업은 불법이다'라는 인식이 사회에 강하게 퍼져 있었다. 그러다 '정말 파업이 불법일까'라는 인식이 2~3년 전부터 확산됐다. 매체의 힘이 컸다. SNS와 일부 진보 언론에서 '과연 불법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파업은 노동자들의 권리인데, 왜 매번 불법이 되는가'라는 의문에 퍼진 것이다. 만약 공중파 방송과 종편만 있는 상황이라면 과연 그런 상황변화가 가능했을까?

그런 인식에 지지자들이 시민이었다는 것도 중요하다. 빨간 머리띠를 둘러맨 노동자들뿐 아니라 일반시민들과, 이효리 같은 '연예시민'이 나서면서 확장성이 생겼다. < 의자놀이 > 를 쓴 공지영 작가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이끈 김여진씨도 같은 사례다. 시민들이 나서면서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사실 이 정도면 굉장한 폭발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조금 약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파업은 불법'이라는 기존의 지형에서만큼은 벗어났다."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기구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을 위한 손잡고'에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는 은수미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은 의원은 손배가압류 문제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사회적 의제가 되는 모습에 "이효리 같은 '연예시민'이 나서면서 확장성이 생겼다"며 "천지가 개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업은 불법'이라는 지형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 남소연

-사회적으로 여론이 생겼지만 폭발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동 이슈는 공감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공영방송에서도 잘 다루지 않다보니 이슈의 보편성이 떨어진다. 그나마 SNS에서 공감을 받아야 한다. 그래도 5~6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천지개벽이다. 노동 문제를 받아들이는 감수성도 달라졌다. 우리도 "다녀왔어"(드라마 < 별에서 온 그대 > 대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던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칼럼을 보면서그런 생각이 들었다. 맞벌이 부부에게 서로 "다녀왔어"라는 말만큼 편안한 말이 어디 있을까? 그것이 노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편안함으로 읽히는 감수성이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캠페인 참가자들과 '오픈테이블' 만들 것"

- 손배가압류 문제를 설명하려면 꽤 복잡하다.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손잡고의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했는데,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했나?

"국회에서 노동의제를 이야기 하는 건 쉽지 않다. 쌍용차 문제의 경우, 구조조정 때부터 워낙 이야기가 많이 돼서 어느 정도 설명하면 금방 전달이 됐다. 손배가압류 문제는 설명하기가 복잡하다. 하지만 의외로 쉽게 됐다. 이효리씨 덕분이다. 정말 이 자리를 빌려 이효리씨에게 감사드린다. 의원들에게 말할 때 그 얘기를 하면 금방 다 알아들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스토리가 됐다. 그렇게 민주당에서만 40명이 넘게 공동제안자로 참여하셨다."

- '이효리 효과'가 큰 힘을 발휘했지만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 중인 '노란 봉투'의 확산이 단지 그것 때문이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모금액이 9억 원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노란 봉투 참여가 계속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말 예상 밖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몇 천만 원 정도도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이효리 효과'로 3~4일 만에 1차 모금이 끝났다. 사람들이 이렇게 참여하게 된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모두가 힘든 경험을 꽤 많이 했다는 점이다. 항상 힘들지는 않겠지만, 경제적으로 힘들었고, 또 언제 다시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경험이 축적이 된 거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손잡고 싶은데, 그 길을 노란 봉투가 열어줬다. 4만7000원이라는 돈의 액수도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은 돈도 아니고 많은 돈도 아니다. 이것에 참여하면서 내 이웃과 손잡을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 된다."

- 노란 봉투와 '손잡고'는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까?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지는 아직 제대로 결정되지 않았다. '손잡고'도 아직 운영진을 꾸리지 못했다. 기금의 사용은 전문가들과 이해당사자들이 사용을 잘 결정할 것이고, '손잡고'의 운영은 모금에 참여해주신 분들과 계속 소통할 수 있는 온오프 '오픈테이블'을 구성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방향으로 갈 생각이다. 그 아이디어를 모아서 10차 모금까지, 최종 목표인 47억까지 온도계 바늘 올라가듯이 해보려고 한다."

"외국에서는 업무방해로 인한 손배가압류 사례 찾기 어렵다"

- 손배가압류가 법률적으로 가능한 것은 노조의 파업에 업무방해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나?

"노조의 파업은 업무를 방해하기 위해서 하는 거다. 노조에게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라고 준 게 파업권이다. 헌법상의 권리다. 그 말은 곧 업무방해가 일어나도 파업권이 기본 권리이기 때문에 보장해 준다는 얘기다. 그런데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파업권을 제한시킨다.

여기서 '불법 파업'에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설령 파업이 위법적이라고 해도 심각한 침해가 아닌 이상 법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불법파업이라고 해도 괜찮다. 기본권을 보장하는 거다. 업무방해는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을 했는데, 일부 노조원의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 폭력행위를 문제 삼아야지 파업 자체를 불법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합법적으로 절차를 다 밟아 파업에 들어가도 불법으로 몰아간다. 가장 큰 원인은 노조가 해당 조합원 임금과 근로조건에 한해서만 파업을 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노조가 이기적으로 움직일 때만 합법의 범위에 들어간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지원하기 위해 파업할 수 없다. 법으로 그렇게 해놓고 정규직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고 비난한다. 합법의 영역이 너무 좁다. 그러니 다 업무방해에 걸리는 거다."

- 업무방해로 일어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해도 그것을 다 파업에 덮어씌워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불합리한 구조가 있다. 파업을 하면 영업이익이 떨어진다. 그것이 불법 파업이었다면 합법 파업을 했을 경우 발생하는 영업손실은 제외하고 계산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같은 기간에 경기하강이나 경영문제로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까지 다 파업에 따른 손해로 계산된다. 민법상 업무방해의 경우는 외국에서 사례를 찾기도 힘들 정도다.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이런 논란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거다."

- 파업을 하게 되면 업무방해로 손배가압류를 받는 다는 사실이 파업을 하려고 하는 노조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 같다.

"그렇다. 요즘에는 단지 노조에만 손배가압류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 심지어 개인재산에도 차압이 들어온다. 누가 파업할 엄두를 내겠는가. 특히 비정규직은 파업할 엄두를 낼 수 없다. 현행법상 비정규직의 파업은 불법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정규직이 절차를 거쳐도 불법이 되는 마당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파업권을 가진 시민은 노조 조직률(9%)보다도 낮은 5% 미만이라고 생각한다."

"폭발적 쟁점이 되면 국민 설득할 수 있다"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향후 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어떤 방향으로 개정해 나갈 생각인가?

"파업권은 확대하고 업무방해죄는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두 가지를 동시해 해야 한다. 사실 민주당이 반성해야 할 지점이 있다. 의원이 126명이다. 통합신당이 되면 128명이 된다.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런 정당이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파업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집중하면 돌파 못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할 수 있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내가 못한 부분이다. 나도 반성을 한다."

- 재계나 정부여당의 반발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돌파할 계획인가?

"솔직히 그쪽이 강하게 반발해서 논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정치는 반대를 하는 상대자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보고 하는 거다. 국민 51%를 설득하면 된다. 국민의 다수가 동의한다면 가능하다. 그렇게 만들려면 쟁점이 돼야 한다. 그래야 협상을 하고 접점이 생길 수 있다. 손배가압류 사안이 폭발적인 쟁점이 된다면 우리가 국민들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법 개정 이외에 정치권의 역할이 있다면?

"정치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정치와 의회정치다. 의회 정치는 법 개정을 통해 일을 한다. 하지만 많은 문제들이 정부의 행정조치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 쌍용차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는 정부의 몫도 들어 있다. 하지만 정리해고가 부당했다는 판결이 나오고, 경찰의 폭력진압도 문제가 됐다. 지난 대선 결과가 달랐다면 정부가 자신들의 잘 못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청구를 철회할 수도 있었다. 손배가압류 문제만이 아니라 노동현장의 많은 문제를 고용노동부의 행정조치로 해결할 수가 있다. 그래서 선거에 이겨야 한다.

또 한 가지 있다면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손잡고'가 시민사회 중심이지만 정치가 그 영역에 발을 디뎌야 한다. 국회는 여의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요구하고 분노하는 모든 곳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정점에 달하면 법률을 만드는 국회로 오겠지만, 정치가 먼저 찾아가서 만날 수 있다. 후반기 국회에도 환경노동위원회에 남아 국회 상임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기획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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