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주교회의 "진보-보수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
기관지 '경향잡지' "인위적 봉합 시도는 더 큰 분열 부를 것" 연합뉴스 입력 2014.03.30 09:09기관지 '경향잡지' "인위적 봉합 시도는 더 큰 분열 부를 것"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억지로 갈등을 잠재우려 할 때 더 큰 분열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교회의는 최근 발간한 '경향잡지' 4월호 머리말에서 "요즘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도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진보와 보수로 갈라지면서 갈등과 분열의 양상이 자주 발견된다"며 "교회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갈등과 분열은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진보와 보수가 상생하고 공생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갈등을 잠재우려고 인위적인 봉합을 시도하거나 억지로 한목소리를 만들려고 할 때 오히려 더 큰 분열이 초래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 진보를 고집하며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저마다 편 가르기를 한다면 우리 교회도 초창기 코린토(고린도) 교회와 같은 아픔과 시련과 내홍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교회는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가 신앙 안에서 이런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자"고 제안했다.
주교회의 경향잡지 편집인인 이기락 신부는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을 불문하고 정치인들은 앞다퉈 상생의 정치를 말하고, 경제인들 역시 상생과 공생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면서 "그러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공생이나 상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느낌"라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늘 갑의 입장이고, 학교에선 우등생이 열등생을 무시하며, 직장에선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홀대하고, 동네 아파트에서는 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노골적인 차별을 겪는다. 부족함까지도 채워가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아흔아홉 개를 가진 부자가 가난한 이들의 단 하나를 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살아가는 피조물로서 서로 배려하고 성장시켜 주는 공동체는 불가능한 일인가"라고 묻고 "치열하고 처절한 경쟁사회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사랑이 공생과 상생을 꿈꾸며 다시 시작하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k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억지로 갈등을 잠재우려 할 때 더 큰 분열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교회의는 최근 발간한 '경향잡지' 4월호 머리말에서 "요즘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도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진보와 보수로 갈라지면서 갈등과 분열의 양상이 자주 발견된다"며 "교회가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갈등과 분열은 구분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진보와 보수가 상생하고 공생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수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갈등을 잠재우려고 인위적인 봉합을 시도하거나 억지로 한목소리를 만들려고 할 때 오히려 더 큰 분열이 초래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 진보를 고집하며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저마다 편 가르기를 한다면 우리 교회도 초창기 코린토(고린도) 교회와 같은 아픔과 시련과 내홍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교회는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가 신앙 안에서 이런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자"고 제안했다.
주교회의 경향잡지 편집인인 이기락 신부는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을 불문하고 정치인들은 앞다퉈 상생의 정치를 말하고, 경제인들 역시 상생과 공생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면서 "그러나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면 공생이나 상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느낌"라고 지적했다.
이 신부는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늘 갑의 입장이고, 학교에선 우등생이 열등생을 무시하며, 직장에선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홀대하고, 동네 아파트에서는 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노골적인 차별을 겪는다. 부족함까지도 채워가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아흔아홉 개를 가진 부자가 가난한 이들의 단 하나를 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살아가는 피조물로서 서로 배려하고 성장시켜 주는 공동체는 불가능한 일인가"라고 묻고 "치열하고 처절한 경쟁사회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와 사랑이 공생과 상생을 꿈꾸며 다시 시작하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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