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쉬워진다! 협동조합으로 집짓기

 

뭉치면 쉬워진다! 협동조합으로 집짓기

02 협동조합

 

월간 전원속의 내집 | 취재 조고은 | 입력 2014.05.02 15:08 | 수정 2014.05.02 15:44 

 

서로 힘을 합치면 더욱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활발하게 설립•운영되고 있는 주택건축 관련 협동조합의 사례와 협동조합의 정의, 설립 절차 등에 관해 알아본다.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경제활동에서 5인 이상만 되면 출자금 제한 없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전에도 협동조합이 있었지만 농협, 수협 등과 같이 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한 형태였기 때문에, 100~300명의 조합원이 모여야 하는 등 설립과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을 제외하면 대부분 생산자 중심의 협동조합에 국한되어 있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 노동자, 문화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은 인원으로도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안이 시행된 후 2014년 1월 31일 기준으로 인가(수리)된 협동조합의 수는 3,597개에 달하며, 주택건축 분야에서도 업계 종사자나 건축주를 중심으로 협동조합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협동조합'이 뭐예요?

협동조합기본법에서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으로 정의된다. 얼핏 동업 형태의 기업과 유사해 보이지만, 조합원이 곧 주인이자 이용자이며 조합 내 자본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이용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는 다르다.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의 참여로 설립되는 협동조합은 영리가 아닌 '공동의 편익'을 목적으로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조합원마다 동등한 투표권(1인 1표)을 가진다. 이러한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생산자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집짓기에 협동조합 활용하기

주택건축 관련 협동조합의 사례는 시공자, 설계자 등의 생산자로 이루어진 조합, 소비자인 건축주로 이루어진 조합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생산자(건축전문가)와 소비자(건축주)가 함께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도 있으나, 설립 허가절차의 어려움 등으로 아직은 그 사례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협동조합 방식으로 집을 짓는 것에 어떤 이점이 있을까? 우선 조합원들이 직접 분석•선정한 자재와 시공업체 내역을 바탕으로 비용을 상세하고 투명하게 따져볼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추가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시공자, 설계자 등이 모여 결성한 협동조합은 건축주에게 설계-시공-감리를 한 번에 제공하는 편리함과 정직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통한 신뢰감을 확보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일례로, 민들레주택협동조합은 설계사무소, 기초•철근 전문가, 목수팀, 인테리어 전문가, 한옥 전문가 등 9명의 조합원이 참여하여 직영과 도급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합의 대표를 맡고 있는 허정영 씨는 "투명한 건축자금 관리로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건축을 제공하여 조합원과 건축주가 상생하는 조합 운영이 설립 목적"이라고 말했다.

뜻이 맞는 건축주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경우에는 필요한 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하거나 건축사사무소, 시공사와 연계하여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다. 지난 2월, 96명의 조합원이 모여 설립한 생태건축자재협동조합은 스스로 집짓기를 지향하는 '스트로베일건축 동호회'에서 시작됐다.

집짓기에 필요한 자재들을 개인이 일일이 구매하기 어려우니 조합이 일괄적으로 사들여 필요한 양만큼 보내주고, 조합원 간 품앗이를 하여 시간과 노동력, 건축비를 절감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스트로베일 건축에 필요한 볏짚(사각베일)을 미리 구입하여 공급하는데, 조합원이 건축인허가가 완료된 시점에 설계도면을 조합에 제출하면 볏짚으로 모듈식 벽체를 만들어 현장에 공급•조립해준다. 김현욱 총무는 "지붕까지 완료된 후, 흙집에서 가장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미장작업에서 조합원들의 품앗이를 받을 수 있어 시간과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 생태건축자재협동조합 품앗이 현장과 모듈식 벽체 작업 모습

협동조합의 설립과 참여

협동조합은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일반협동조합은 조합원 공동의 필요를 충족하는 데 목적이 있는 한편, 비영리법인격 조합인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사회 재생, 주민권익 증진, 취약계층 사회서비스 등의 공익사업을 40% 이상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개별적인 주택을 짓기 위해 건축주들이 모이거나 건축업계 종사자들이 만든 협동조합은 대부분 일반협동조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협동조합의 설립 절차는 위에 표와 같이 9단계로 진행된다. 정관 작성과 설립신고 시에는 필수기재사항과 제출서류에 빠진 것이나 오류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싶을 때에는 각 조합의 내부 규칙에 따라 출자금을 내고 가입절차를 거치면 된다. 협동조합 홈페이지(www.cooperatives.go.kr)에 접속하면 현재 운영되고 있는 협동조합의 현황과 조회는 물론 설립 절차, 설립 시 체크리스트 등의 자세한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협동조합 설립에는 조합원 간의 충분한 소통과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람과 출자금을 모으는 것에 급급해 조합 설립을 밀어붙일 경우, 조합원 간 의견 불일치와 갈등으로 오히려 시간과 노고만 축낼 수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서로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고 탄탄한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 조합을 더 오래, 건실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특히 협동조합으로 집을 지을 때는 내가 지을 집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쌓는 것이 중요하며, 내 집이 다 지어졌다고 해서 다른 조합원의 집짓기에 무관심해지지 않도록 상호부조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협동조합은 단순한 친목 동아리가 아니라 공동의 가치에 기반을 둔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하는 '사업체'임을 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움 주신 분 민들레주택협동조합 010-5366-4684 http://cafe.naver.com/mhouse2012 생태건축자재협동조합 010-5384-9996 http://cafe.naver.com/strawbal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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