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까나리액젓 뿌려 먹는 '메밀냉면'?인천 <변가네옹진냉면>

소한마리-화절령- 2014. 8. 17. 12:34

까나리액젓 뿌려 먹는 '메밀냉면'?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
인천 <변가네옹진냉면>

평양냉면은 귀족냉면, 황해도냉면은 서민냉면?

인천에는 몇몇 황해도식 냉면 전문점이 계보를 잇고 있다. 황해도 냉면과 평양냉면과 차이를 말하라면 우선 가격 차이가 난다. 평양냉면에 비해 황해도냉면은 부담없는 가격이다.

지난주 인천에서 일을 마치고 식사 때가 되자 생각나는 곳이 있었다. 주안 ‘변가네옹진냉면’이다. 이 곳은 황해도 냉면 전문점이다. 서울의 유명 냉면집에 비하면 토요일 저녁 냉면집 풍경이 고적하다. 손님들 입성도 소탈하며 주 고객층 역시 중노년층 남자들이다.

	변가네옹진냉면 가격표 및 내부
변가네옹진냉면 가격표 및 내부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참으로 착하다. 냉면의 가격이 6,500원으로 요즘 뜨고 있는 여느 평양냉면집보다 저렴하다. 더욱이 메밀은 국산을 사용한다고 한다. 수육 8,000원이고 빈대떡 4,000원. 서울 유명 평양냉면집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격이다. 평양냉면은 깊이와 무거움(가격)이 있다면 황해도 냉면은 서민적이고 부담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에도 황해도 냉면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불경기에 이런 식당이 있으면 정말로 자주 갈 것 같다.

면수가 나왔다. 메밀 향이 진하다. 냉면 맛을 아는 사람은 면수에다 간장을 뿌려서 먹는다. 그러나 성격 급한 본인은 우선 마셔보았다. 이곳은 아는 손님만 아는 소스가 있다. 바로 ‘까나리액젓’. 황해도 냉면, 백령도 냉면의 차별되는 소스다.

	변가네옹진냉면 빈대떡
변가네옹진냉면 빈대떡
냉면과 함께 빈대떡을 주문했다. 4,000원으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다소 기름 쩐내가 난다. 그러나 파삭파삭하니 맛있다. 곁들여 먹는 무김치도 맛깔스럽다. 4,000원에 선주후면용 안주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머나먼 경기도 남부까지 달려야 해서 술은 생략했다. 선주후면의 진정한 맛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빈대떡에 찍어 먹는 간장과 면수에 넣어 먹는 간장이 다르다. 면수에 넣어서 먹는 간장은 좀 더 연하다.

변가네용진냉면의 대표메뉴는 물냉면(6,500원)이다. 메밀 계열 냉면집에서 비빔냉면을 주문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가끔 평양냉면집과 황해도냉면집에서 비빔냉면을 주문하는 손님이 있지만 그것은 메밀냉면을 먹는 방법이 아니다. 원래 냉면은 물냉면만 냉면이었기 때문이다.

면의 색이 다소 흑갈색을 띄고 있다. 얼마 전 먹은 춘천의 모막국수는 거의 유백색이었다. 볶든가 메밀 껍질을 갈아 넣으면 검은 갈색이라는 것이 그 막국수집의 주장이었다. 하긴 일본의 유명 소바집에서는 대부분 유백색으로 면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 면옥향천에서도 손님이 메밀면을 흑갈색으로 인식하고 있어 유백색과 갈색의 중간형으로 절충을 하고 있다. 변가네옹진냉면 면발도 메밀껍질을 사용했다. 아마 자체 제분을 할 것이다.

황해도냉면 최고의 미덕은 ‘가격’

입안에서 느끼는 메밀 향은 충분하다. 놀라운 것은 6,500원짜리 냉면이지만 국산 메밀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알기에 전국의 평양냉면, 황해도냉면, 막국수, 소바집의 거의 대부분이 수입산 메밀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수입 메밀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변가네옹진냉면 냉면
변가네옹진냉면 냉면
거친 듯 하면서 적당히 끊겨지는 식감이다. 냉면 위 돼지고기 편육은 달랑 한 점이다. 다소 단맛의 육수맛이 특이하다. 그러나 거부감 있는 단맛이 아니다. 한우사골로 육수를 냈다. 은근하게 당기는 풍미가 있다. 경기도 양평의 옥천냉면 스타일 육수와 약간 비슷한 맛도 있다. 양평 냉면집들도 황해도식 냉면이다. 백령도도 예전에는 황해도였다. 겨울에 먹는 황해도식 냉면 맛은 각별했다.

요즘에는 냉면을 많이 먹어야 한다. 알다시피 햇메밀 아닌가. 냉면을 3/2 정도 먹고 까나리액젓을 조금 뿌려서 먹었다. 개운한 사골육수에 액젓을 뿌렸더니 '묘한 감칠 맛'이 있다. 나쁘지 않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마치 옅은 게육수 맛이 난다고 했다.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어느 정도 냉면을 먹고 난 후 거의 마지막에 까나리액젓을 뿌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솔직히 냉면육수에 액젓은 좀 언밸런스하다는 생각이 든다. 추측하건데 이 식당에서도 까나리액젓을 뿌려서 먹는 손님은 소수인 것 같다.

다른 테이블에서 중노년층 손님이 빈대떡과 수육에 느긋하게 소주를 마시고 있다. 수입산이지만 수육이 8,000원이다. 저렴해서 부담이 없다. 자가제분, 자가제면한 메밀냉면으로 시원한 마무리 후면(後麪)까지 할 수 있는 드문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필자 사무실 인근 보쌈집의 보쌈은 가장 저렴한 것이 35,000원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다소 가격이 무겁다. 이런 식당처럼 가격적 부담 없으면서 시원한 메밀냉면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면 고객은 아주 괜찮은 일이다.
* 지출 내역 : 물냉면 6500원×3인분+빈대떡 4000원=2만3500원
<변가네옹진냉면> 인천 남구 주안동 509-13 (032)875-0410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면서 인심 훈훈한 서민음식점을 일상적인 형식으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