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비정상회담 미국대표 ‘타일러 라쉬’한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미국청년

소한마리-화절령- 2014. 8. 29. 11:43

비정상회담 미국대표 ‘타일러 라쉬’한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미국청년

김정년 학생기자 | nion_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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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16 0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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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신흥 예능 '비정상회담' 은 방송 한 달 만에 예능프로그램의 대세로 우뚝 올라섰다. 시작할 때는 '샛별'같은 프로였다. 자칫하면 '미녀들의 수다'의 남성 버전에 머무를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비정상회담'이 예능계의 '거성'으로 자리매김했고, 자리매김하는 데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한국 문화에 대한 풍부한 이해도를 갖춘 패널들의 공이 컸다.


그중에서도 일등공신 역할을 하는 패널은 단연 미국 대표 '타일러 라쉬'(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석사과정)다. 사자성어를 줄줄 외고 사서삼경을 공부하는 남자다. (어쩌면 타일러는 기억하는 사자성어를 모두 한자로 써버릴지도 모른다.)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출연진 중에서도 압도적인 어휘력과 동양문화에 대한 풍부한 이해로 돋보이는 타일러는 많은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패널이기도 하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가슴에 품은 '척척박사' 타일러는 사실 '비정상회담'에 도(道)가 틀 수 밖에 없다. 시카고 대학교를 나와 한국의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열심히 동양문화 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생으로 호돌이가 상모 돌릴 때 태어나 한국 학생으로 치면 군대를 다녀와 졸업을 앞둔 08~09학번 왕고참 선배와 비슷한 연배다. 학문을 귀하게 여기는 진짜배기 대학생이다.


<캠퍼스위크는 >2014년, 한국에서 가장 무목받는 미국 청년 타일러를 만나 타일러의 최근 근황과 방송이야기, 한국에서 보내는 대학생활 이야기, 한국에 대한 그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 타일러의 현재 메신저 상태에는 '답장 느려서 죄송합니다'라고 적혀있다. 또 틈 나는 대로 메일을 읽는데 '비정상회담'에 나온 이후로 메일이 꽤 많이 늘어나 다 읽는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했다. 2014년 8월 ,트위터에서 15,000여 명. 인스타그램에서는 50,000여 명의 팔로워가 있다. <사진/강서영 학생기자>

반갑습니다. 타일러를 만나러 간다니까 주변에서 난리가 났어요. 아나운서나 연예인을 만나도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이번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라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입니다. 요즘 부쩍 인지도가 높아졌음을 실감할 듯해요.

점점 인지도가 높아지는 게 느껴져요. 처음엔 사실 적응하기 어려웠던 부분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그래요. "와~연예인이다 사진 찍고 싶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렇지만 저는 스스로를 연예인이라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저는 그냥 한국 학생이고 방송활동을 하게 된 대학원생이고 그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그렇게 관심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주시니까 그에 걸맞게 적응을 하고 있어요. 점점 개인적인 공간이랄까... 생활패턴이 바뀌는 게 느껴지니까 그건 인지도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공부를 카페에서 하기 힘들어지거나...

아까도 그러셨을 듯해요. 만나기 전에 머무르신 카페에서 하필 창가 쪽 자리에 계시더군요.

네 맞아요. 카페에 계신 분들이 "타일러 맞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근데 재밌어요. 사람들이랑 만나고 사진 찍고 하나도 반감이 안 들어요. 하지만 지내다 보면 생활패턴이랑 달라지는 때가 있잖아요? 피곤할 때나 친구랑 술 먹다가 집에 들어가는 길 ... 그런 때 알아보시면 조금 곤란해요.(웃음)

‘비정상 회담’은 대체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요? 정말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게 우연이었어요. 주한 유학생 협의회 ‘KISSA’ 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거기서 유학생 관련 행사 공고를 띄우는 사이트도 있고, 정보 공유의 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영리사업 홍보도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유학생들이 여기서 정보를 보고 찾아가서 돈을 벌어요.


저도 돈이 넉넉지 못 할 때가 있잖아요? 생활비를 받긴 하지만, 미국 돌아가는 비행기 표도 가끔 끊어야 하고... 돈이 좀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어요. 바로 하고 끝낼 수 있는 아르바이트. 가끔씩 그런 거 있어요. 모 백화점에서 새로운 김치회사가 들어와서 김치를 팔고 있는데 광고를 만들고 싶어서 외국인을 모아서 사진촬영을 한다던지 하면 사이트에 공고가 나오는 식이에요.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JTBC' 에서 촬영할 유학생을 모은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촬영할 유학생을 찾는다. 지원서를 받고 있다" 이렇게 떴어요. 그래서 "음...뭐... 오케이"다 싶어서 처음에는 'JTBC'가 뭔지 잘 몰랐는데 중앙일보더라고요. 처음에는 촬영이니까 “어? 사진촬영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지원서를 넣었어요.

혹시 예전에 방송됐던 ‘미녀들의 수다’를 본 적이 있나요? 그런 종류의 방송프로를 생각하고 다녀오셨을 듯합니다.

알고 보니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거예요. “오 알겠다. 그러면... 그냥... ‘세바퀴’처럼 한 번 하고 끝나는 프로겠지?”라고 생각하고 면접을 보러 갔어요.


그런데 작가님 이랑 피디님 포함해서 열두 명이 앉아서 저랑 1대 12로 질문을 받고 오래 얘기를 나눴어요. 저를 되게 좋아하셨어요.(웃음)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랑 딱 맞아 잘 풀리신 것 같습니다.

면접하면서도 “토론 프로그램이라고? 아 그러면 한 번 하고 끝나는 건가?” 정도로만 생각했지 계속하는 건지는 잘 몰랐죠. 한 번 두 번 하고 끝나는 식으로 생각했는데 가보니까 “타일러가 마음에 든다. 같이 찍고 싶다."라고 하시더니 그 뒤로는 대본 같은 걸 썼어요.


대본을 쓰는 방법이 뭐냐면... 일단 주제를 정해요. 안건을 정하고 그 거와 관련된 질문지를 작성해서 인터뷰를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내용을 정리해서 대사를 쓰는 게 아니라 어떤 ‘흐름’을 잡아주는 거예요. “네가 이 질문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으니까 이 주제가 나올 때 그 얘기를 해주면 된다.” 이런 식으로 대본을 쓰거든요. 하다 보면 흐름에서 많이 벗어나긴 하지만 어쨌든 촬영 전에 그런 인터뷰를 할 때가 있어요.

1, 2회 대본을 위해서 인터뷰를 했던 날에는 제작진분들이랑 얘기를 하다가 “9월에 3주 동안 누나가 결혼해서 미국에 다녀와야 한다."라고 말했더니 작가님이 “어머! 그러시면 안 돼요” 하시는 거예요.

저는 “왜... 안 돼요? 안된다고?? 벌써 예매했는데...”라고 하니 제작진분들은 계속 프로그램을 찍으려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미국에서는 시즌제로 프로그램을 찍어요. 그래서 이렇게 길게 찍을 줄은 몰랐지만, 누나 결혼식 때문에 한 번 빠지게 될 듯한데.. 지금은 비정상 회담이 끝날 때까지 참여할 생각입니다. 저를 계속 고정으로 원하시는 한... (웃음)

▲ 예로부터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은 방송에 많이 나왔으나, 타일러 만큼 한국문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외국인은 없었다. 한국인 보다 더 한국문화를 더 깊게 이해하려 애쓰는 타일러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출처/JTBC '비정상회담' 캡쳐>

호주 대표 다니엘과 자꾸 자리가 바뀌는데 뭔가 이유가 있나요?

아 그건 방송 화면 때문이에요. 다니엘이 몸에 타투가 많은데 문신이 방송에 많이 나오면 방송에 내보내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자리 옮기면 덜 잡힐까 싶어 옮겼는데 (토론하는데 적합한) 그림이 잘 안 그려져서 다시 제자리로 온 거죠.



사적인 자리까지 포함해서 가장 코드가 가장 잘 맞는 패널은 누구인가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줄리안 씨... 틀림없이 줄리안 씨.


되게 깊은 것까지 생각이 비슷한 게 있어요. 종교나 신념을 떠나서 사람이 세계를 바라보는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할까...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에 관한 철학적인 토론을 나눈 적도 있거든요.

줄리안이 되게 방송 경험이 많으시다는 건 아시죠?* 제가 처음 방송에 들어갈 때 모르는 게 되게 많았어요. 방송활동에 있어 제작진과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게 힘들었었는데 줄리안이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돼.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며 조언도 충분히 많이 해주고 인상이 좋았고 쉽게 친해질 수 있겠다 싶었고 친해졌죠. 진심이 드러난 말도 서로 많이 하고요.

(*벨기에 대표 줄리안은 2005년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출연한 이래로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2>등 꾸준히 방송활동을 해왔다.)


요즘 비정상 회담이 시청자들에게 비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렇죠.(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빙그레 웃는다.)


"너무 예능 쪽으로 빠진다. 우리는 외국인들이 나와서 본격적으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조세호가 나와서 춤을 추고 싶은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많이 합니다.


저는 그게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 비판을 받으니까 감동적이라 해야 하나요? 그냥 진심이 담긴 소통을 시청자들이 원하시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사실 외국인들이 방송에서 하는 활동들이 약간 '원숭이' 같다고 할 활동이잖아요.

흉내 내는 거예요. 유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쪽에 관해서 이야기가 가끔 나와요. 유학생들이 방송들에 가끔 나가면 방송국에서는 대사를 짜주거든요. 근데 그 대사를 있는 그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시켜요.

서울리즘* 활동 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모 방송에 나왔대요. 나오는데 몽골에서 우리가 막 말을 타고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하라고...학생은 제작자들이 안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해서 마지못해 했는데, 그 뒤로 그 친구는 (뜻밖에도) 몽골 학생들 사이에서 욕을 먹게 된 거죠. 왜냐면 모든 사람들이 몽골에서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서울리즘: 주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로 만드는 웹진. 타일러가 편집장을 맡고 있다.)


전형적인 고정관념에 의한...

그렇죠. 그런 걸 부각시켜 달라는 것처럼... 약간 원숭이 같은 역할이에요 이런 게....


"자 유학생 여러분!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의 모습을 보여주세요."인 거지 “진실을 보여주세요"가 아니잖아요.

비정상 회담은 그런 쪽에서 분명 자유롭죠. 비정상 회담에서 나오는 내용 중에 웃기는 얘기도 많지만 되게 진지한... 솔직한 이야기도 많아요. 되게 좋은 게 시청자들이 웃기는 얘기도 좋아하지만 포인트가 진지한 얘기란 걸 다 알고 계신다는 게 너무 고마워요. '토론'에 촛점을 맞춰 피드백을 해주시는 게 앞으로도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그게 잘 되면 방송국에서도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적용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비정상 회담에서 본인이 맡은 포지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요즘 들어 비정상회담의 예능화에 맞서 토론을 조율하는 포지션으로 옮겨간 느낌이에요.

두 가지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미국인으로서 하는 역할'이랑 '토론 패널로서의 역할'이죠.


'미국인으로서의 역할'부터 말하자면... 제가 보기에는 한국에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미국인의 이미지는 외국어 강사나 미군인 거 같아요.

그런 것 이외의 다양한 미국인 또 미국의 모습. 그런 걸 많이 드러내고 싶어요. 지금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이 부분은 비정상 회담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많이 해결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토론의 틀 안에서 하는 역할'은 욕심이 있어요. 저는 진심으로 토론을 하고 싶거든요. 저는 토론에서 웃겨야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웃기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웃음을 주긴 하는데, 일부러 좀 웃기려고 하고 싶은 마음은 없고... 그냥 그 사이에서 같이 얘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인 거 같아요.

웃긴 얘기를 하다가, 뭐 토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도 되긴 하는데 보람을 못 느낄 정도로 벗어나고 있으면 뭐라고 하는 건 있어요. 토론할 때 5~6시간 정도 하거든요? 내용을 한 시간 반으로 줄이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서 한 얘기 중에 굉장히 빠지는 게 많아요.


특히 제가 길게 얘기하는 편이라서 많이 빠지는 편이에요. 근데 전 딱히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뭔가 생각난 듯 ) 저번에 성교육할 때 야동 얘기를 엄청 많이 하는 거예요. 하하 하하(웃음).


그 안건은 미공개 영상이 꼭 보고 싶은 화였어요. 엄청난 얘기가 나왔겠네요.

웃기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안건은 성교육인데 야동 얘기가 너무 재밌어서 계속 야동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너무 웃겨서 계속했으면 좋겠지만 “안건에서는 벗어나니까 다시 돌아오면 안 될까요?”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 역할이나 뭐 그냥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하다 보면 웃기는 얘기를 하려거나 자기주장을 내새우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져요. 자기 의견이 있어도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주는 태도와 역할이 필요하다 생각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 들어 '개인 대 개인'의 대립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구도로 대립하는 모습이 방송에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특히 타쿠야 랑 장 위안이랑의 대립이 자주 나오지 않나요? 방송 상 흥미 있는 그림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편집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이 둘 사이에서 타일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되게 커요. 비정상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일본 중국을 대표해 나왔지만 실제로도 각국의 이미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저는 생각하거든요.


딱히 저는 방송에서 국가적이고 정치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장위안 형같은 경우엔 애국심이 많아서 정치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꺼내는데 타쿠야 같은 경우에는 정치적인 부분보다는 사람 자체에 맞춰서 이야기에 접근하는 거예요. 그래서 되게 아쉬운 게 있죠.

(손을 들어 두 팔로 = 모양을 그리며 )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죠.


이야기가 평행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되게 아쉽긴 해요. 그런데 거기서 제가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하거든요. 둘이 사이가 좋아요. 뿐만 아니라 다들 사이가 좋고 같이 놀고 회식해서 나쁜 기분이나 그런 건 하나도 없죠.


하지만 방송에서 누군가 그런 식으로 대립을 이어간다면 고부갈등(!)처럼 중간에서 해석을 해주는 역할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약간 논리적으로 ... 사람들 사이에 영향을 미친다면 나쁘지 않을듯하고... 어쨌든 제가 너무 크게 생각하는 건가요?(웃음)

다만 거기서 타쿠야랑 장 위원이 한국 사람들 빼고 비정상 회담에서 나오는 유일한 동양인 패널이잖아요. 나머지는 거의 다 서양이잖아요. 미국이나 유럽도.


출연자가 유럽으로 쏠린다는 비판이 있긴 해요.

너무 유럽이에요. 유럽 중심이에요. 저도 그런 게 싫거든요. 사람들이 미국이 서양이라면서 유럽이랑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너무 반대해요. 현실이랑 너무 안 맞는 거 같은데 그런 걸 (사람들의 고정관념) 바꾸기가 힘들어요. 연대를 해야 할 거 같아요.



극동지역에 좀 무게를 실어주고 싶다?

(눈이 커지며 기쁜 듯이) 태평양!



오 좋은데요?(웃음)

태평양 시대! (활짝 웃으며) 대서양이 아닌 태평양 시대!

▲ 타일러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2007년이다. 햇수로 따지면 근 7년. 우리는 분명 타일러가 어떤 사고방식과 어떤 태도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접근하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 것은 우리 스스로가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보다 현명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출처/타일러 라쉬 인스타그램>

우스갯소리로 “타일러는 정~말 한글 패치가 잘 깔렸다."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한국화(韓國化)가 어쩜 그리 잘 됐냐?”는 식의 반응이 많습니다.

미국에서 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는데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는 이념적인 생각을 갖고 싶거든요.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을 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처럼 문화를 수용하고 그 나라 화(化)가 돼야 한다고.. 미국화 한국 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있어요. 처음에 대학원 가서 되게 그런 걸 열심히 하려고 했고... 실제로도 한국화(韓國化)를 잘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어떤 순간’이 찾아오더라고요. “내가 누구지? 그런 식으로 너무 나의 것을 희생해서 스스로 한국화 시키려면 그게 과연 좋은 결과를 낼까?” 그런 거를 의심하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역으로 보면 자기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민 가는 사람들이 아예 자기의 문화적 배경을 저버리고 그냥 모든 것들을 미국인처럼 하지는 못하잖아요. 이렇게 생각하면 사실 그런 (반드시 같아져야만 한다는) 건 없거든요?? 다들 너무 다양해서...


쭉 방송에서 말했던 것처럼"미국은 연방국가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요? 다양하니까...

그렇죠. '표준'이 없죠. '표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것을 희생시키면 뭐가 남겠어요. 아무것도 안 남잖아요.

여기는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외국인으로서 한국화하려고 하는데 얼마나 하려고 해도 결국은 외국인이지 생긴 게 한국 사람은 아니잖아요. 완벽히 한국 사람처럼 될 수는 없죠.


그거를 깨닫는 순간이 있어요. "아! 그래야만 되는 건 아니구나... 나는 달라도 된다. 달라도 좋다. "


그런 것들을 수용하는 게 좋고 보람이 있는데 근데 정도의 차이는 있고 적당히 하는 게 중요해요. 적당히 하지 않으면 선을 넘어간다면 되게 혼란스럽고 적당히 못하고 충분히 하지 않다면 소외당하고 유학생활이 되게 힘들죠.


말씀하셨다시피 유학생 입장에서는 타향살이하며 현지인들과 어울리는데 한계가 있어요. ‘현지인과의 융화’는 유학을 나서는 모든 학생들의 딜레마인데 유학생이 완전한 캠퍼스의 구성원으로 녹아 드려 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한 동생이 지금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유학 중입니다. ‘한국인’이 아니라 그냥 ‘대학 친구’로서 학교 사람들과 친해지기 쉽지 않아 고민하더군요. 대화를 해도 한국과 미국의 차이 같은 거나 물어보지 ‘나’에 대한 관심은 빠져있어 유학생으로서 고립감 같은 걸 느꼈다고 해요.

타일러도 처음에 학교에 왔을 때 제 동생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듯합니다. 그래도 타일러는 이 부분에 있어 많은 극복을 이룬 듯한데, 역지사지로 유학을 준비하는 한국 학생들이나 이미 나간 학생들에게 현지 적응을 잘 하려면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을듯합니다.



이건 비유를 들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물리의 원칙 같은 건 세상 어디를 가도 원칙이 달라지지 않잖아요.


근데 문화는 아닌 것 같아요. 한국의 그런 것들이랑 미국의 그런 것들이랑 달라요. 이질적이에요.

교실에서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면... 한국에서는 세미나를 하고 있으면 논어*에서 나오는 것처럼 질문을 하는 식으로 가요.

(*'논어'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나눈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된 책이다.)

"교수님 이런 거는 저런 쪽으로 여길 수 있을 듯한데. 이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는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주제에 대한 스승의 의견을 구하는.. .그래서 본인의 생각이 드러날 필요가 없는 질문을 드리는데, 이게 문제 제기는 안되는 거죠.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담론이 모든 학생들의 생각이 결합이 돼서 뭔가 담론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교수가 던지는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함으로써 그렇게 쌓아 놓은 지식이 교육이 되는 거죠.

미국 같은 경우엔 세미나를 가면 그렇게 진행할 수가 없어요. 사실 교수가 말할 때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좋은 학교에서는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교사가 수업시간의 15% 이상 말하면 좋은 교사가 아니라고 평가를 받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의 생각을 꺼내고 그런 것들을 조각을 만드는 것 도예를 하는 것처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 담론을 형성해요.

이런 한/미간의 수업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사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술자리에서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게 '게임'이잖아요. 정해진 틀이 있어요. 그 틀을 같이 하면서... 거기에 딱 들어가는 맞아떨어지는 행동을 하면서 같이 친해지는 어떤 기회가 생겨요.

근데 미국에서는 그렇게 진행하면 안 돼요. 사람들이 되게 싫어하고, 딱딱하다고 생각하고, 얘는 정(情)이 없다고 보는 거죠. (미국에서도) 모임 자리에서 게임 하는 게 있긴 하지만 되게 친한 친구를 사귀려면 속마음을 털어놔야 하는 거죠. 그렇게 회포를 푸는 게 사실 친구를 사귀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미국 쪽에서는...

이게 답이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유학 가있는 한국 사람들이 있으면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그런 게 있으면 모국에 있는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아... 친구야 나 뭐 때문에 힘들다.” 이렇게 하지 말고 현지 룸메이트나 친구 먹고 싶은 사람들한테 한 번 그냥 콱 들이대면 좋을 것 같아요.


미국 방식을 한국에서 응용하면 반응이 어떻던가요?

그렇게 하면 한국에서는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더군요.


“왜 얘가 나한테 이렇게 하지?” 뭐지??ㅋ” 이런 반응이 좀 있어요.


"문화적 차이에 맞춰서 적용을 하되, 적극적인 게 중요하다." 이렇게 요약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사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서 다양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구성원들이 따르는) '표준'이 쉽게 생겨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사교적으로 행동에 대해서 규범이 생겨나기가 훨씬 쉬운 것 같아요. 그거에 맞춰서 하는 거에 한국 사람들이 상당히 익숙해져있고 안심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규칙성이 없어지면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은...

그렇다면 '표준'에서 벗어났을 때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죠.

외국으로 간 한국 유학생 입장이면, 누군가 한 명이라도 친구 먹자고 할 때, 상대방과 '비밀'을 공유하는 게 제일 효과적인 것 같아요. 사람들한테 잘 안 하는 사연 같은 게 있으면 그 사연을 듣는 상대방이 자기 사연을 말하게 될 수도 있어요. 뭐 말 안 하면 친구가 안 되는 거지만...

그런 순간에 확 가까워지는 거 같아요. 그런 건 한국 같은 경우엔 남자끼리 막 술 먹고 부르는 친구가 될 정도면 그런 얘기를 하게 되는데 우리는 약간 관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조금씩.. 조금씩... 해보는 식으로 접근하는 거 같아요. 미국에서는 고민 상담을 친구랑 굉장히 많이 해요.

근데 한국 사람들은 그런 걸 모르는 사람들이랑 되게 많이 해요. 동의 안 하실 수도 있지만 제가 이제 방송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요즘 들어 고민들이 저한테 엄청 많이 이메일로 와요.


맞아요 정말. 한국 사람들이 라디오 같은 곳에 사연을 많이 보내죠.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이 ‘안녕하세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동시간대 라이벌 프로인데!(웃음)

고민 상담. 모르는 사람들이랑 하는 고민 상담을 되게 좋아하는 것 같아요. '비정상회담'도 어떻게 보면 고민 상담 프로인데... (서구권에서는) 그런 걸 친구들이랑 나눠요.

▲ 2014년 광복절. SNS에 8.15 광복의 뜻과 의의를 되돌아보는 짧은 에세이를 남긴 타일러. 한국 내의 이해 관계를 포함해 동아시아의 역학관계까지 헤아리는 그의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출처/타일러 라쉬 인스타그램>

학창시절부터 다양한 언어를 접했고 대학교 때 처음으로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들었어요. 어쩌다 한국 유학생활을 하게 됐나요?

일단.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석사과정 보다는 한국어를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었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거랑 생활하면서 배우는 거랑 좀 수준이 다르죠. 높은 수준의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2000년 후반 시카고대 시절이랑 2014년 지금의 국비장학생 시절과 한국어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지지 않았나요?

맞아요. 2007년 여름방학 때 1학년이랑 2학년 사이에 처음으로 한국어 독학을 시작했어요. 1학년 때는 유럽 언어에 관심이 많았었거든요. 아버지가 오스트리아 분이시니까 유럽 쪽에서 하는 말이 되게 궁금했었고 불어, 포르투갈, 독일, 스페인어를 학기마다 언어를 바꾸면서 꾸준히 배웠거든요. 다 맛보고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뭔가 다른게 필요했어요.


저랑 아주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친구가 있었어요. 걔는 엄마가 독일에서 왔는데 저랑 되게 비슷하잖아요. 그 친구는 중국어를 배우게 됐어요 중국어를 배우면서 유럽중심주의 세계관이 확 바뀌게 됐다고 아시아를 배워서 선택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을 해줬어요.


그러다 한글과 한국어를 다룬 책을 찾았어요. 되게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일단 어순도 반대고 은/는/이/가 같은 조사가 붙고.. 한국어가 교착어*잖아요? 서양어에는 교착어가 없어요. 교착어라서 사고를 확 바꿔야 그 말을 할 수가 있는데 (공부해보니) 초급이라도 (매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거예요.


(*은/는/이/가 따위의 문법이 단어와 결합하는 유형의 언어를 교착어라고 한다. 한국어는 언어학적으로 교착어로 분류된다. 영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양어는 언어학 상으로 굴절어로 분류되며. 교착어와 굴절어는 서로 이질적이다. )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니까 관심 있는 거에 대해 검색할 수가 있잖아요. 2007년이 유튜브가 정치적으로 쓰였던 시기였어요. ‘북한’이라고 쳐보니까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이슈에 대한 게 엄청 많이 나오는 거예요.


하나도 몰랐던 비극적인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니까 “와 역시 관점의 차이가 여기 있었구나” 하고 한국 관련 수업을 들었고 졸업할 때까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국제관계를 바라보고 졸업할 때 북한에 대한 논문을 썼어요. 북한의 90년대 대기근까지


(뭔가 애써 떠올리며) 그... 뭐라 그러죠?

고난의 행군!

아 맞다. 영어로는 Great Famine이라고 하거든요. 미국에선 ‘대기근’이라고 하는데 그게 법 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이후로 북한에서 재산권이 생겼고 그런 걸 조사해서 논문을 썼어요. 그런 쪽으로 계속 공부를 하고 싶었던 거죠.


졸업하고 뭔가 한국어를 일상뿐 만이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고 싶었어요. 그런 일을 하려면 뉴욕이나 워싱턴 D.C밖에 없던 것 같아요.


워싱턴 쪽으로 가서 버몬트 주의 상원 의원의 사무실에서 사법 위원회 위원장 사무실의 인턴활동을 하다가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일자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지원을 했어요.


건너와서 일하는 동안에 많이 배우고 뭐... 국제관계나 관심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이제 대학원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서 1년 동안 어학당을 다니다가 장학생으로 대학원을 다닐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사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돌아가면 인지도가 너무 없어서 미국에서 취직하는 데는 사실 크게 도움은 안 돼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1년 정도하다 돌아와도 되겠지."하고 지원을 했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경험과 과정을 거치며 "한국을 공부하려면 한반도에서 공부하는 게 낫지 않을까?"로 생각이 바뀌었죠.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유학을 결심한 건 모험이었던 건 사실입니다.(웃음)

▲ 타일러는 어(語)에만 능통한게 아니라 언(言)에도 능통하다. 눈을 감고 들으면 위화감이 없는 발음. 특히 서구권 한국어 학습자가 가장 까다로워하는 'ㄲ''ㅆ''ㅃ''ㅉ'등의 된소리도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출처/JTBC '비정상회담' 캡쳐>

언어에 관한 관심과 이해도가 비상합니다. 타일러의 현재 언어 습득 현황이 그것을 증명해요.
타일러를 만난다고 하니 주변에서 어학과 언어 학습에 대한 노하우를 궁금해하는 질문이 가장 많이 들어왔습니다. 언어학습에 관한 본인의 노하우와 생각을 듣고 싶어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요약하자면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언어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언어는 수단으로써 살려 계속 활용을 해야 해요. 어떤 언어라도 시작할 때, 언어 그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수준에 이르려면 목적에 머물러서는 안 되요.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해요.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에요. 저장한 정보를 전달하는 그런 수단이지 않나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다른 걸 배우고 언어를 간접적으로 부수적으로 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한국어 같은 경우에는 1급 2급 3급 정도를 하는데 4급이 되면 중급 정도 돼요. 그쯤 이르면 어렵긴 해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부를 할 수 있어요. 그 정도의 언어 실력이 있으면 언어를 공부하는 태도를 확 바꿔야 하는 것 같아요. 이제 그 말을 통해서 관심 있는 것들을 알아봐야 하는 거죠. 그 말을 언어로써 사용해야 하는 거죠.

활용을 해야 되는 거고, 언어생활을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중급 정도 이르면 어휘를 외우고 문법을 배우는 건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언어를 활용하는 것 같아요. 자기가 관심이 있는 분야의 서적도 찾고 그거에 대해서 해당 언어로 배워보면 좋은 거죠.

예를 들어 디자인을 공부 한다 쳐요. 디자인을 공부하는 여자가 있는데, 영어를 되게 잘 배우고 싶어 해요. 학원을 다니는데 시험을 중심으로 하는 영어학습을 할까 어학연수를 갈까 고민을 하는데...

사실, 그런 고민보다 영어로 된 디자인 서적으로 보고 있어야 한다 생각을 해요.


그게 가장 효율적인 언어 학습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언어 자체를 목적으로 설정하고 배우고 있으면 지칠 수 있어요. 그 언어를 싫어하게 될 수 있어요. 제가 한국말을 배우면서 메일을 G메일로 바꿨어요.



언어 설정을 바꿀 수 있어서인가요?

맞아요. 영어에서 한국어로 언어 설정을 바꿀 수 있으니까. 환경설정에 들어가서 한국어로 바꾸고 기능을 하나씩 써보기 시작했어요.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해도 버튼의 위치는 영어 버전과 똑같으니까 직관적으로 감을 잡을 수 있죠.


'전달'을 누르면 “아 메일이 가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러면 '전달'이라는 단어를 배운 거죠. 그리고 나중에 '이거 전달해주시면 안될까요?'라고 응용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삭제 차단 이런 단어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이렇게 자기 주변에 있는 것들을 조금씩 배우고자 하는 언어로 치환을 해서 어학에 적합하게 환경설정을 해야 하는 것이죠. 저는 그렇게 했고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아까 한국어 특유의 조사, 이런 문법적인 것도 언급했지만 동아시아권 언어학습에 있어서 한자 학습은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한자는 한국 사람들도 익히기 까다로워하는 부분이 있는데 타일러의 수준 높은 어휘구사를 보면 "한자 공부를 참 부지런히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한자 공부를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자 공부는 한국 사람들이 종이에 깜지 쓰는 것처럼 하기도 하지만 그냥 한국어 어휘 연습할 때 필수 카드를 만들잖아요. 'ANKI'라는 어학용 어플이 있는데 호주 사는 일본인이 영어 배우려고 만든 어플이에요. 플래시 카드 프로그램이에요.


거기다 단어를 쓰는데 한자를 같이 썼어요. 그 프로그램에 한글이랑 한자랑 같이 썼어요. 그 말의 어원을 알아야 하잖아요. 그 단어를 알아야 그 단어에 대한 감각을 이해할 수 있죠. 뭐 손으로 할 때도 그랬어요. 궁금한 어휘를 네이버 사전에 찾으면 다 나오잖아요. 한글만 쓰지 않고 한자도 같이 썼어요.

그리고 그게 단어들이 약간... (뭔가 떠올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단어를 독립적으로 보기보다... 음... 이 단어도 있고... 저 단어도 있는데... 더 좋은 예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예를 들어서 (진지한 표정으로)

음.... 뭐가 있을까요... (눈이 커지며 생각을 하는 타일러)

....

(뭔가 생각난 듯)아! 퇴은했다? 퇴직했다??


퇴원?? 아 혹시 은퇴를 말하는가요?

(손으로 딱 소리를 내며)아! 은퇴! 그리고 은둔?


두 단어의 '은'자가 같은 '은'자가 아닌가요??

맞아요. 隱.. '숨다'의 '은' , 'Hide'의 '은'이죠.

그 단어 두 개가 사실 다른 단어지만 그래도 두 단어에 들어간 '은'자가 같은 뜻이란 걸 알고 있으면 그 단어들이 겹쳐진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숨는다'라는 느낌이 그 단어에 포함된다는 걸 알게 되죠.


외국 사람은 모국어 화자만큼 언어에 대한 선천적인 감각이 없어요. 이렇게 같이 보면서 모국어 화자만큼의 언어감각을 키우려 노력하는 거죠. 단어는 이렇듯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로 연관이 되는 언감히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아요.

어떤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몸으로 깨닫는 거군요.

▲ 한글과 한자를 같이 병행하고 비슷한 어휘를 최대한 함께 엮는 등, 언어에 대한 감각을 높이려 애쓰는 타일러의 학습방법은 실제로 언어학적으로도 상당히 유효한 방법으로 꼽히는 언어학습방법이다. <출처/타일러 라쉬 인스타그램>

얘기를 하면 할수록 타일러의 언어에 대한 이해 수준이 정말 상상 이상으로 높은 경지에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타일러이기에 기대되는 질문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어학, 특히 영어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배웁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영어교육이 비효율적인 나라로 손 꼽히죠.

초중고 12년을 들여 공부하면서 영어회화로 할 줄 아는 말이 “Let me introduce myself” “I'm fine thank you. and you?” 정도에 머무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마저도 실제로 잘 쓰이는 회화 표현은 아니라고 타일러가 전현무 씨의 라디오에 나와 말했습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무슨 영어유치원을 다닌다 조기유학을 간다 난리고... 젊은 사람들은 토익, 토플에 목매는데 정말 한국만큼 어학, 특히 영어에 몰두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어요.

이런 한국의 외국어교육 시스템에 대한 타일러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영어에 대해서 의견이 있어요. 정말로(진지한 표정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다른 분들도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십 몇년 동안 영어를 배웠는데 못한다."라고 많은 한국 분들이 지적을 하는데.... 저는 그것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12년 동안 영어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좀 의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한국에서는 영어를 배우는데 있어 '언어'로서 어학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시험용 잣대'인 거예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으로서는 그게 너무 억울한 거죠.

제가 어릴 때부터 엄마랑 했던 말이랑 누나랑 했던 말이랑 농담으로 했던 말이랑 그런 언어가 한국에서는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는 것에 대해 되게 기분이 안 좋아요. 정(情)을 다 빼놓고 잣대로 활용을 한다는 거잖아요.

(한국) 사람들이 그 말 (영어)를 잘 못 배우는 이유가 그런 거 같아요. 영어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서열을 짜고 싶어 해서 그런 거잖아요. 신분을 사회를 나눠야 하는데 잣대가 필요한 거죠.


옛날 한국에서는 그게(잣대가) ‘한자’였는데, 식민지화되면서 순 한글파가 생기잖아요. 한자를 빼고 한국어 밖에 없으면 진짜 실력으로 봐야 하는데 가르기가 어려워지잖아요. 그러면 (사회를) 컨트롤하기 어려운데 다 같이 평가하려면 하나의 잣대가 필요한데 잣대가 영어가 된 거죠. 제 생각에는 그래요.


그래서 "십몇 년 동안이나 배웠는데 왜 이렇게 못할까? 교육제도가 잘못됐다." 이런 지적은 정말 타당한 걸까 의심해봐야 하는 거죠. 영어교육을 시키는 이유가 “과연 영어 때문일까?”


질문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말이죠?

네. 지금 한국 교육시스템에서 하는 영어교육은 '영어교육'이 아닌 '시험 교육'인 거예요. 시험을 중심으로 한.. 객관화시킬 수 있는 어떤 교육인 거고 언어적인 교육이 아닌 거죠.


수능만 봐도 알아요. 수능에서 나오는 문장을 보면 굉~장히 부자연스러워요. 단락 하나를 두고 싸인 싸인... 싸인... 싸인... 싸인...하게 하는데 헷갈리게 하려는 거예요. 그런 글이 영어권 어디에서 왔던 지간에 좋은 글이 아니라 여길 거예요. 왜냐면 영어 문장에서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게 좋은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런 글은 우리(모국어 화자)한테는 혼란스러운 글인 거죠.


그래서 수능 시험에서 영어에서 그렇게 한다는 게 "영어를 위한 시험이 아니구나" 를 깨달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이런 것들이 너무 기분이 나쁜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되면 (한국)사람들이 영어에 대한 (나쁜) 감정을 갖게 돼요.


"영어를 강요하는구나 사회가... 아니면 미국이 강요한 건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아 우리가 영어를 배워야 하는 게 미국의 패권 때문인가?


사실 미국 사람들이 영어를 하는 이유는 영국 때문이잖아요. 영국 이민자들이 나라를 세웠으니까. 국어가 없어요 미국은, 국어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여러분.


미국 사람의 35% 정도는 스페인어를 해요. 스페인어를 미국인들이 배우는 이유는 스페인어 화자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이지 다른 목적은 없거든요.


이런 것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는데... 영어를 이렇게 잣대로서 활용을 하는 게 미국 때문도 아니고 한국에서 필요해서 설정을 해놓은 거라 생각해요.

자 여기서 정리를 하고 가야겠네요. 어학을 진짜 잘하고 싶으면 그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본인의 어학 학습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가 어학이 아닌 시험 치기 위한 교육이고 그러니까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 틀을 벗어나야 한다 이런 이야기죠.

▲ 타일러와 지인들이 운영하는 주한 외국인 유학생 한국어 웹진, 서울리즘(Seoulism).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율이 높은 한국대학의 특성 때문일까?주한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대학생들 사이에는 아주 높은 벽이 존재한다.한국학생들은 알게 모르게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서울리즘은 그런 편견을 깨는 아주 뜻 깊은 시도이자, 지속가능해야 할 활동이다.

타일러가 편집장으로 있고 외국인 유학생들이 직접 글을 쓰는 웹진 서울리즘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볼까요? 서울리즘에 올라오는 글을 봤는데 솔직히 어지간한 한국 대학생 못지않게 논리적인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빙그레 웃으며) 필진들의 감수성이 좋지 않나요?



다른 차원의 시각에서 글에 접근하는 것도 좋고 솔직히 위화감이 안 드는 문법과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글이 잘 업데이트가 안되더라고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맞아요. 문제가 생긴 거예요. 제가 편집장을 하고 있었고 친구*는 부편집장을 하고 있어요.


(*서울대 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중국 출신의 주현희 씨가 타일러와 함께 서울리즘의 운영을 맡고 있다.)

친구는 4학년이 되니까 졸업전시를 준비해야 하고 저는 방송활동을 하게 되면서 둘 다 시간 내기가 어려워진 거죠. 그런데 서울리즘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그런 매체가 없었잖아요.

서울리즘을 시작할 때는 주변에서 들었던 소리가 몇 개 있어요.

"불가능하다. 외국 사람들이 그 정도로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다. 한국말을 그 정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식이죠.

그래서 제가 학교측에서 지원금을 받으려고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쓰는 잡지를 만들려고 한다,라고 말을 하면아.. 오래 못 갈 거 같은데요.. 사람들이 글을 못 쓸 거 같은데요. 그 정도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유학생들이 별로 없는데요?라는 답을 듣는 거예요.

"아... 역시 사람들이 이걸 불가능하게 생각하는구나." 싶었지만, 시작하는... 했던 거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1년 동안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걸 극복하려 힘을 쏟다 보니까 그걸 물려받을 수 있는 체계화된 조직을 만들지는 못했네요.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보니까 물려받을 사람이 부족하고 물려받는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고... 약간 위기 상태에 있는 것 같아요.


도와줄 사람이 절실해 보이네요.

몇 번 생각한 적은 있어요. 서울리즘이 없어서는 안되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계속 갈 수가 없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기존의 신문사라던가 거기서 발행인을 한 명이라도 맡기고 우리는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글을 제출하는 식으로...


글이 잘 나갈 때는 방문자 수가 괜찮거든요. 하루에 4만명 넘게 들어올 때가 있어요. 운영이 잘되면 광고도 내고 수익을 내면서 운영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을텐데...


운영에 쏟을 여건도 좋지 않아 보여요.

운영진들이 잘 안돼서 그래요. 필진들은 계속 글을 쓰고 있죠. 지금 4기가 활동하고 있어요. 잘 활동하고 글을 쓰고 있고 그런데 그걸 웹사이트 형식에 맞춰서 올리고 발행 버튼 누르고 홍보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좀 필요하지만 지금은 없어요.


도움이 필요해요 사실...


서울리즘 정말 좋은 활동인데 사라진다면 정말 아쉬울 거 같아요.

▲ 어떤 이슈로 대화를 이끌어나가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타일러. 여러가지 이슈에 스스로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건 아주 좋은 자질이다. '틀'을 깬 유연한 사고와 표현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택지가 굉장히 넓어졌어요.



방송 출연이 영향이 컸나요?

방송 출연 없이도 가능한 이런저런 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미국 사람들이 뭘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됐거든요.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계 기업을 컨설팅 할 수도 있고.

(고개를 저으며)아... 정말 모르겠어요. 미국으로 돌아가서 주정부에서 일할까 외교관을 준비할까 생각한 적도 있고 회사 다닐까 창업할까 생각한 적도 있고.

정말 모르겠어요. 일단 방송활동하면서는 더 많은 가능성들이 열릴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됐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당분간 "장기적으로 뭘 하고 싶은가?" 그러니까 이게 일자리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문제는 아닌데 제가 "살면서 뭘 하고 싶으냐?"를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앞으로의 계획인 거군요

진짜 고민에 많이 빠진 거 같아요.

(금새 표정이 밝아지며) 조만간 부산에 세미나를 하려 내려가는데 쉬러 가는 느낌이기도 해요. 부산은 처음가는데 내려가서 탁 트인 바다도 보고 실컷 생각하다 오려고 합니다.


1988년생입니다. 한국 기준으로 하면 07~08학번으로, 졸업 무렵에 접어든 남자선배 뻘입니다. 형으로서 선배로서,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를 토대로 솔직한 마음을 담아 한국의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일단 계속 틀에 박혀서 생각할 필요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꿈꾸는 거를 이제 한국 사회는 약간 '한 가지의 올바른 것', '모든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에 목을 매는 거 같아요.


저도 한국 사회가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부모님이 대기업을 욕하면서도 대기업에 들어가라고 하는 거나 고등학교 때는 미친 듯이 공부해서 "얘야 서울대를 가라. 경영학과를 못 가더라도 어문계열에는 가야 한다."라는 식으로 서울대를 가야 한다고.



의무감으로 사는 사회?

그렇죠. 의무감으로 사는 사회죠. "~를 해야 한다."로 사는 사회. 이런 게 좀 있는데


그런 것 때문에 포기하게 되거나 자기 관심사 자기 취미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하는" 것들 때문에 포기하는 게 있어보여요.

그렇게 하지 말고, 좀 튀는 거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거에 몰입을 해서 끝까지 하려고 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다들 똑같은 걸 하려다 보니까 너무 경쟁이 심한데 한국은 너무 한군데 몰려있잖아요? 사실 그 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굉장히 탁 트이고. 경쟁자가 없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일도 잘 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대안적인 일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한국 청년들도 친구들과 만나면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눕니다. 저는 타일러의 의견에 동의하고 제 주변 친구들에게도 "하고 싶은 일하면서 살자!"고 말하는 편인데... 이런 말에 생각보다 거부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은근히 많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해요.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냐.""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 "대체 어떻게 찾는 거냐??" "하고 싶은 것 자체가 너무 위험이 많아서 못하겠어"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사회가 타인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사회여서인지... 아니면 어려서부터 주입식으로 보고 들은 게 많아서인지... 아무튼 입장이 정말 달라서인지 이런 말을 들으면 친구여도 대화를 더 이상 이어나가기 어렵습니다.



맞아요. 그런 거 있어요. 분명 누군가에게는 쉬운 이야기는 아니죠.


하지만 그들은 아마 하고 싶은 것도 (다른 사람들의) 틀 안에서 찾을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걸 타인이 하고 싶은 일과 같게 여기는 거 같은데 그렇게되면 안 되죠.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난 커피 마시는 게 좋아." 그러면 커피에 대해서 배워요. 일단 시작이라도 그렇게 하는 게 중요하죠.

관심사 취미 그것부터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게 방법이지 않나 싶어요. 너무 크게 생각하면 부담스럽잖아요. "내가 무엇이 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려운 생각이 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난 등산 좋아해. 자연 좋아해." 그러면 생태학이라던지 이런 식으로 이어질 수 있겠죠.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그 작은 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 흥미를 느끼는 주제부터 시작해요.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러면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일단 써봐요. 아장아장 작은 걸음을 이어가는 거죠.

제 몽골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목적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가고 싶은 방향이 어딘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그러면 움직일 수 있잖아요 일단은 출발은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이동 중에도 고민할 필요가 없죠. 가고 있으니까 어딘가엔 이르겠죠.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처럼?

(고개를 저으며) 음.... "시작이 반 "이라는 말은 일단 뭔가를 달성해야 한다는 느낌 때문에 적절한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서울리즘을 시작할 때랑 비슷한 거 같아요. 서울리즘을 시작할 때는 웹진으로 만들어야 하나 잡지로 만들어야 하나 동아리로 만들어야 하나 비영리단체로 만들어야 하나 하는 식으로 최종 목적을 생각하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몽골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그런 거 생각 안 해도 된다고 그냥 시작을 하면 되지. 네가 가고 싶은 방향을 벌써 알잖아! 그러면 시작을 해. 그러면 어딘가에 어디로 가게 되겠지. 아니면 다른 걸 하겠지. 움직이기 시작하면 계속 가고 있잖아. 멈추지 않으면 되는 거지."

근데 아까 말씀하신 그런 친구들은 움직이는 건 아니잖아요. 가만히 서있는 거고.. 일단 움직여야 해요. 뭐든 시도를 해야 해요.

"일단 해보는 정신" 이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타일러. 혹시 3포 세대란 말을 아세요? 청년 시절 이뤄야 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한국청년을 이르는 말이래요. 여태까지 타일러와 나눴던 말을 3포세대라는 말과 포개면 "젊은 사람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고 조그마한 것이라도 시도해서 성취하라"는 메세지로 정리 할 수 있을 듯한데 이 글을 보는 많은 분들, 특히 젊은 청년들에게 타일러의 말이 잘 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진행한 타일러와의 대화가 끝이 났다. 지금까지 나눈 대화는 더 보탠 것도 없이, 실제로 타일러가 했던 말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녹취를 풀어내는 동안 타일러가 쓴 말투와 어휘가 참으로 적재적소에 쓰였음을 느꼈고 글을 두 번 세 번 퇴고하는 과정에서 타일러가 지닌 태도와 가치관이 참으로 범상치 않았음을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타일러 라쉬'라는 젊은이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행보를 걸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타일러도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사회로 나아가는 시기에 이르러 고뇌하고 번민하는 젊은 청춘이다. 그에게는 방송인, 학술인, 외교인 혹은 아직 그가 미처 열지 못 한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그가 앞으로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한 가지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타일러가 꾸준히 한국 사회에 뜻깊은 행동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 것이 '타일러 라쉬'라는 사람을 앞으로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추가영상> '타일러 라쉬'가 한국의 청춘에게 전하는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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