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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브라질 음악, 아드리아나 깔까뇨뚜(Adriana Calcanhotto).

소한마리-화절령- 2014. 12. 28. 22:56
마법 같은 브라질 음악, 아드리아나 깔까뇨뚜(Adriana Calcanhotto).  

 

브라질 앨범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다고는 하지만, 보사노바가 한 때 지나가는 유행처럼 소비된 이후로는 흔한 조빙(Antonio Carlos Jobim)의 앨범도 다 아는 대표작이 아니면 음반이든 음원이든 구하기 쉽지 않다. 이 상황에서 발음하기도 힘든 브라질 출신 누군가의 앨범을 소개한다는 것이 많은 이들에겐 어지간히 부담스러운 일인가보다. 이런 앨범을 소개하겠다고 하면 "구하지도 못하는 앨범을 소개하는 것"은 사람들을 약 올리는 일이라고 매체에서 말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제 소량이나마 앨범도 소개되고, 일부 음원도 소개되었으니 적어도 없어서 못 듣는다는 얘기는 안 나오겠다 싶다. 아드리아나 깔까뇨뚜(Adriana Calcanhotto). 브라질 출신의 음악가 가운데 현재 가장 광범위한 지역을 도는 투어를 하는 싱어 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아드리아나는 1984년부터 음악을 시작해 1990년에 첫 앨범을 발표했고, 보사노바 같은 고전적인 장르에서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음악을 선보여 왔다. 전통 속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싱어 송라이터로 진화해 가면서 요컨대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영어 단어의 조합으로 굳이 설명하자면 그녀의 음악은 브라질리언 모던 팝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베벨 질베르뚜(Bebel Gilberto)가 선보였던 보사노바-일렉트로닉 사운드보다 더욱 진일보한 실험을 물과 바다라는 소재와 함께 하기도 하고(앨범 [Maritmo]와 [Mare]), 가우 꼬스따(Gal Costa)를 떠올리게 하는 (톤 자체는) 투명하면서도 (노래를 소화하는 방식에서는) 노련한 가창이 담긴 라이브를 선보이기도 했다(앨범 [Publico]).

마리사 몽치(Marisa Monte)는 그녀의 오랜 친구이며, 아르토 린제이, 모레노 벨로주 등은 가까운 파트너이고, 그녀가 다시 부른 노래의 주인공이거나 혹은 앨범에 참여해 주기도 한 질베르뚜 질, 도리발 까이미, 그리고 베벨 질베르뚜는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들이다. 오늘날 브라질 대중음악에 있어 아드리아나는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선두에 서 있는데, 그녀의 최대 히트 앨범인 [Publico]에 수록된 ‘Devolva-me’ 같은 히트곡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서 감상할 수 있고, 아르토 린제이와 함께 한 2008년 앨범 [Mare]는 무려 라이센스반으로 국내 발매되어 있다

 

앨범명
Adriana Partimpim
아티스트 및 발매일
Adriana Calcanhotto | 2004.06.01
타이틀곡
Fico Assim Sem Você
앨범설명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아드리아나 깔까뇨뚜 [ADRIANA PARTIMPIM] Marisa Monte (마리사 몽찌)와 함께 現 브라질 MPB/Pop 씬에서 최정상의 위치를 구가하고 있는 여성 싱어 송 라이터 아드리아나 깔까뇨..

 

아드리아나에겐 하나의 이름이 더 있다. 아드리아나 파르팅핑(Adriana Partimpim). 2004년에 발표한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앨범의 타이틀로 쓰기도 했던 이름인데, 이 이름은 아이들을 위해 노래를 부를 때에만 사용된다. 아이들을 위한다지만, 사실 그녀가 다른 이름으로 발표한 두 장의 어린이용 앨범들은 성인들에게도 좋은 감상용 앨범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작곡보다는 오래된 삼바곡에서부터 최근에 등장한 현대적인 브라질 대중음악을 보다 쉽고 밝은 비트와 편곡으로 재해석해 부르는데, 앨범 [Adriana Partimpim]에서는 과거 클라우징요 & 부체샤(Claudinho & Buchecha)가 불렀던 ‘Fico Assim Sem Voce’를 재해석해 큰 히트곡으로 만들어 냈다. "날개 없는 비행기, 공 없는 축구, 그건 너 없는 나와도 같아" 같은 단순하면서도 반복되는 가사 위에 누구든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멜로디가 아드리아나의 목소리에 실리면서 이 곡은 전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었다. ‘Lig-Lig-Lig-Le’는 오래된 삼바곡을 새롭게 창조해 낸 흥겹고 귀여운 작품이다.
동시대 음악가인 아르나우두 안투니스(Arnaldo Antones)의 ‘Saiba’는 간결해진 다니엘 조빙(Daniel Jobim)의 피아노 반주 위에 아드리아나의 목소리를 덧붙였을 뿐인데도 안투니스의 음악적 아이디어와 느슨한 목소리로 각인되었던 원곡을 잊게 만든다.

아이들을 위한 앨범이라고 유치한 음악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셀소 폰세카, 모레노 벨로주 등 앨범에 참여한 모든 음악가들은 아드리아나와 함께 기존의 곡을 보다 달콤하고 아기자기하게 재탄생시키는 마법을 부렸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브라질 음악의 오랜 역사를 관통하면서도 브라질 음악의 문외한도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일종의 입문용 앨범이다. 오늘날 대다수가 흥얼거리는 히트곡들이 동요의 코드를 지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앨범 역시 광범위한 이들에게 환영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100비트 | 김영혁 (음악 칼럼리스트)

음악이라는 나름 한 우물을 팠지만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다 듣다 보니 여전히 공부할 것이 많은 애호가 겸 음악에 관련된 이런 저런 기획도 하고 글도 쓰는 프리랜서

www.twitter.com/johnfunn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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