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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국의 의정일기-대장동은 손대지 말았어야]

소한마리-화절령- 2015. 3. 22. 20:39

[윤병국의 의정일기-대장동은 손대지 말았어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논은 생명과 같은 것으로 다뤄져왔습니다. 산업사회가 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논의 가치를 잊고 살지만, 논은 아직도 생명의 근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장마철에는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의 기능을 하며, 논에서 자라는 벼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신선한 산소를 만들어냅니다. 논에 가둔 물은 뜨거운 뙤약볕을 받아냄으로써 기온을 낮춰주고 500여종의 수생생물들의 서식처로서도 기능합니다. 수생생물들을 먹이로 하는 곤충과 양서류, 조류 등이 먹이사슬로 얽혀서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는 것도 논의 큰 역할입니다.

이렇듯 논은 단순한 쌀 생산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생태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2008년 창원에서 열린 람사르총회는 논을 습지로 인정하고 특별히 논 습지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논 면적이 줄어든 이후 기후가 건조해졌다며 일부러 복원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부천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습지로서의 논의 가치는 더욱 소중합니다. 분지형태인 부천에서 대장동 논은 바람을 만들어 도심의 열섬화 현상을 완화시키고, 황사나 미세먼지를 배출시키는 바람길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여 살아있는 생태교육장이 되기도 합니다. 김포공항 주변에 형성된 습지를 메워서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에 온 힘을 다해 반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들께 여러분께 지도 하나를 공개하겠습니다. 생명의 공간, 대장동 벌판 40만평을 메워서 산업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충격적인 지도입니다. 전부 120만평 정도 되는 대장벌의 1/3을 포함하는 엄청난 면적입니다. 부천이 생긴 이래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엄청난 사건이 목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업무보고 시 한 줄 제목으로 소개되어 관심을 가지고 따져보았더니 설마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김만수 시장님은 자신을 토건주의자라 부르는 사람이 있다며 황당해 한 적이 있습니다. 취임 이후 추진하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켜본 것도 사실입니다. 2010년에 취임 들고 나온 길주로 프로젝트에서부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덜컥 프로젝트라고 부를 정도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결국 철회했지만 그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했습니다.

대형 개발사업들이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도무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중동, 상동 개발 이후 이렇게 개발 바람이 거셌던 적이 없을 것입니다. 예산 없다고 우는 소리하고 지방채까지 발행하는 부천시가 맞나 싶습니다. 송내역을 위시하여 전철역마다 일제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심곡복개천 철거사업도 시작됐습니다. 지하철 개통을 계기로 노른자위 땅들을 일제히 팔아치우고 있으며 구 문예회관 부지 개발계획도 진행 중입니다. 종합운동장역 주변도 이미 개발 대상지로 점 찍혀 용역이 진행 중입니다. 영상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시의 가용토지 모두를 대상으로 개발계획이 일제히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속에서 급기야 대장동 개발계획까지 나오고 보니 의심은 확신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면 토건시장, 개발시장이라 불려도 크게 억울할 것도 없겠다 싶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동안 친환경도시를 표방하며 시장님이 해 온 노력들이 적지 않습니다. 여월정수장 자리에 농업공원을 만들고, 텃밭을 조성하여 도시농업을 권장해 왔습니다. 구 문예회관 부지에는 철따라 메밀밭, 보리밭을 조성하고 가을에는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를 심어서 도심에서도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장동 벌판에 무농약 농사 시범단지를 만드는데 지원하여 부천에서 생산한 친환경쌀로 아이들 급식을 자급할 수 있겠다는 꿈도 꾸게 했습니다. 백만 그루 나무심기, 백리 수변길 조성 등도 이런 일환일 것이며, 그 때마다 나무심기, 모내기체험, 보리밟기, 수확축제 등을 개최하여 시민들과 함께하며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장동 개발계획을 접하니 이런 모든 것들이 보여주기 쇼에 지나기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저 아이들이 성장하여 이 논이 어디갔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입니까?

지금 부천의 시민사회는 작동산을 훼손하는 동부천IC를 막아내기 위한 싸움을 힘겹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시장께서도 동부천IC 설치를 반대한다고 표명하셨는데 이것도 마지못해 한 이야기인지 궁금해집니다. 부천시가 나서서 스스로의 녹지를 훼손하겠다는데 정부와 대자본의 우리 산을 지켜주려고 하겠습니까? 대장벌과 이웃한 김포공항 습지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보려 하지만 공기업을 앞세운 자본의 위협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시민들만 발을 동동구르며 시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골프장이 들어서는 대가로 축구장 하나가 생긴다며 홍보하고 다니는 것이 시장의 본심입니까?

종합운동장 역세권 개발계획이 발표됐을 때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하자, 굴참나무 숲은 손대지 않고 아파트 조성도 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은 어디로 갔습니까? 여월농업공원 자리에 아파트가 그려져 있고 굴참나무 숲도 온 데 간 데 없는 이 그림은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대장동 산업단지 개발계획을 들어보니 총량제로 묶인 공업용지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종합운동장 역세권 개발계획에서는 첨단산업단지를 제외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역세권을 개발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런데 산업단지는 어디로가고 아파트 계획만 남았습니다. 결국 산업단지는 개발을 위한 명분일 뿐이었고 궁극적으로는 개발을 하여 개발이익을 취하자는 것이 목적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문예회관을 짓기 위한 개발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주상복합개발을 유치하여 개발이익을 추구하자는 특별계획구역 개발과 다를 바 없습니다.



개발에 본심이 있었으니 대장벌 논에 흙을 채워서 형질이 바뀌든 말든, 재두루미 몇 마리 따위야 오든 말든 무슨 관심이 있었겠습니까? 친환경 농업을 한다는 곳까지 개발예정지로 들어갔더군요. 시장이 이런 개발계획을 꿈꾸고 있으면 열성으로 친환경 농사를 지도하는 공무원만 바보가 되지 않겠습니까? 관이 나서서 개발바람을 넣고 있는데 어느 농민이 열심히 농사하려 들겠습니까?

재두루미 몇 마리 지키자고 한겨울 벌판에 나가 볍씨를 뿌리고, 황조롱이 한 마리 보자고 새벽이슬에 바지를 적셔가며 벌판을 헤매는 시민들이 얼마나 어리석어 보였겠습니까? 돈이 생기고 일자리가 생긴다는데 그까짓 개구리가 몇 마리가 대수며 희귀종 거미 한 마리 발견한 것이 무어 대수로운 일이라 생각됐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장동 40만평을 메워 공장을 만든다면 골프장하나 막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입니다. 가까운 데서 더 큰 일을 꾸미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작은 일에 열 낸 꼴입니다.

이런 일을 꾸미면서 시민들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입니다. “아직도 시민이 시장이냐?”고 빈정대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남보다 소통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러나 기본은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우리 시민들은 부천이 지향해야할 미래모습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친환경도시를 꼽고 있습니다. 우리 시가 직접 조사한 결과입니다. 무려 1/3에 가까운 시민의 응답입니다. 다음 순위는 문화가 풍부한 도시(23.6%),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16.1%) 순입니다. 함께 제시된 첨단 정보산업도시를 선택한 시민은 10%에 불과했습니다. 시민의사와 정반대로 가는 이런 계획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대장동 개발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개발은 단지 연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 시장은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한 판도라의 상자에 손을 대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오정물류단지를 조성한가며 14만평의 농지를 훼손할 때 아무도 저항하지 않았던 과거가 지금의 대장동 개발 계획을 데려왔다고 생각합니다. 땅을 치고 후회할 일입니다. 지역경제를 살린다던 오정물류단지는 유통공룡 코스트코를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잡아먹을 지경입니다. 부천시를 살리겠다며 대장동 개발을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시민모두를 숨 막혀 죽게 만들 것이라고 감히 장담합니다. 김만수 시장님. 이 계획은 반드시 저지될 것이지만 김만수 시장님은 최초로 대장동 벌판을 건드린 시장으로 기록에 남을 것입니다. 먼 훗날 혹시 이 일을 시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김만수 시장의 이름을 들먹이겠지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시장님은 <답설야중거>를 거론하였습니다. 그 시를 시장님께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구 문예회관 부지 개발을 알리는 시정메모에 담긴 시민의 답글로 시정질문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시장님, 개발을 진행할 때 신중한 검토 후에 하시기 바랍니다. 너무 사업을 벌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보리며, 코스모스를 심어 즐겼던 것이 더 매력적이네요. 먼 곳에서 코스모스를 보기 위해 일부러 방문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일반 상업건물이 하나 더 들어서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구요. 시민들이 쉬어가고 나아가 타 지역에서 방문할 수 있는 그런 휴식처를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개발해서 뭔가를 짓는 것이 다 잘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냥 놔두고 땅도 밟아보고, 빈 공간도 지나가 보는 것. 이게 더 귀하다고 생각됩니다. 시장님의 치적사업은 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이미 많이 해 놓으셨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나중 사람들에게 넘겨주는 용단을 내리실 줄 아는 시장님. 진정한 대인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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