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정기라도 받아야" | ||||||||||||||||||
[황인오 칼럼]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 방청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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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오(정책협동조합 대안과 실천 이사장)
광역이나 기초 자치단체 의회 의원들과 관련하여 '논두렁 정기라도 받아야 된다'는 말이 있다. 전쟁이나 다름없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의회에 진출하려면 그만한 운세와 함께 최소한의 자질은 있다는 말일 것이다. 각급 의회에서 활약하는 이들을 보면 같은 의원이라 해도 그 자질이나 품성, 역량은 천양지차로 격차가 있지만 누구나 기본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평균을 넘어 빼어나게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체 무슨 천운이 있어 안 그래도 푹신하고 따뜻한 의자를 자신의 체온으로 덥히려고 나와 있을까 싶을 만큼 한심한 의원도 있기는 하다. 3월 18일 열린 운영위원회는 비교적 논란이 적은 사안들이 상정된 데다 미리 조율이 된 것들이라 오전에 회의가 종료되었다. 맨 먼저 상정된 296회 임시회 의사일정 협의의건과 두 번째 의안인 「경기도 연정 실행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안」은 원내대표단간의 사전 조정에 따라 질의응답이나 찬반토론 없이 원안 통과되었다. 이 연정 실행위에 대해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경기도가 시행하고 있는 연립정부를 평가하는 별도의 문건으로 다룰 것이어서 여기서는 논의를 생략하겠다. 다만 교육위원회의 최종환 의원(파주1, 새정치)이 운영위원회에 있었으면 조례의 명확성과 관련하여 명칭의 정정을 요구하였을 것이라는 점만 언급한다.
세 번째 의안인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윤은숙 의원(성남4, 새정치)이 발의한 안건이다. 경기도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제3조 3항으로 감사계획서의 감사대상기관이나 감사일정을 변경할 경우 7일전까지 대상기관에 통보할 것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같은 조례 7조에 감사대상 기관 소속이 아닌 전문가 등을 사무보조자로 위촉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과 함께, 28조에 행정사무감사나 조사에 따라 의회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은 기관의 처리 보고내용을 의회 전문위원으로 하여금 그 내용을 검토보고하게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 등 모두 3개 항목을 신설하는 안이다.
일면 합리적인 내용처럼 보이지만 안혜영 의원(수원8, 새정치) 등이 제기한 바와 같이 문제가 많은 안건이었다. 먼저 감사대상기관이나 일정을 변경할 경우 7일전에 통보하는 규정을 두자는 것은 의회 스스로 발목을 묶어 두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14일에 불과한 행정사무감사(이하 감사)기간 동안 대상기관이나 일정을 긴급히 변경해야 할 때 7일이나 사전 통보의무를 두면 대체 언제 감사를 할 수 있을까? 이 대목이야 말로 교육위원회에서 김동규 의원(파주2, 새누리)이 제기한 청부입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조항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감사대상기관 소속이 아닌 전문가 등을 사무보조자 위촉하자는 것은 충분히 검토해 볼 사안이다. 그러나 한 하루라도 새로운 인력을 위촉하는 데에는 비용이 드는 법이다. 법안을 마련하는 의원은 당연히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했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안혜영 의원의 질의에 대해 윤은숙 의원은 법적 근거도 없이 기존 예산을 전용해도 된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하거나 상세한 대책은 집행부가 알아서 하라는 투로 답변하였다. 법령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는 것이다. 집행부의 재량을 가능하면 최소화하여 의회를 통한 민중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은숙 의원은 3월 11일 2차 본회의에서 남경필 도지사를 상대로 도정질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 바 있듯이 나름대로 도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쉽다면 문제의식을 뒷받침하는 조사와 연구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경기도시공사의 중국진출 여부와 관련하여 법적 근거를 들어 남경필 지사의 과욕을 지적했으나 뒷심이 부족하여 의도한 바와는 달리 성과를 보이진 못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왜 공기업을 설립하고 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과 관련하여 석유공사 등 공기업이 어떤 경우에 해외에 진출하고 대부분 실패하여 막대한 혈세를 낭비했는지를 살펴보면 남지사의 경기도시공사 중국진출 논리를 충분히 반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의식도 없이 자리만 지키거나 출석도 하지 않는 의원에 비하면 밥값은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에 더 언급은 않겠으나 의원들의 분발을 바란다. 이날 운영위원회를 개회하면서 오완석 위원장(수원9, 새정치)은 "상임위 활동과 지역구 활동에 바쁘신 가운데 회의에 참석한 의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인사말을 하였다. 모든 의회 회의 때마다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을 굳이 시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295회 임시회에서 본회의가 휴회하는 13일부터 18일까지 토 · 일요일을 제외한 4일 동안 교육위원회만 3일간 상임위를 열었고 운영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 6개 위원회가 단 하루씩 회의를 열고 나머지는 모두 현장방문을 하거나 대부분 문을 닫았다. 하고 많은 비회기 기간 동안 현장방문을 하면 안 되는 걸까? 보고서 한 장도 없는 어떤 현장방문에 누가 참석하고 결석했는지 무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의원에 따라 특별위원회 등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나 공무가 다망하여 회의에 참석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도의회의 회기운영 관행은 오랫동안 지속된 것이어서 현임 도의회 수뇌부의 책임을 묻기엔 애매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빼어난 역량을 가진 것으로 인정되는 수많은 의원들 가운데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거나 제기한 이가 없었다는 것은 좀 생각해 볼 일이다. 예결위 상설화 이전에 이렇게 느슨한 회기운영 관행을 먼저 고쳐야 할 것이다. 비회기 기간 동안 무슨 활동을 했는지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나 그보다는 먼저 현장방문 보고서라도 작성하는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도의회를 방청하기 전에는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광역의원의 경우 도의회 활동이 분주하여 지역 활동을 못한다고 여겼다. 올해 들어 두 번의 방청활동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의 의정활동을 빙자하여 지역구 활동마저 등한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본근로일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는 도정에 대한 전문성을 기를 수 없고 효과적으로 집행부를 견제할 수도 없다. 이날 운영위원회에는 모두 13명의 위원 중 명상욱(안양3, 새누리), 이준희(광명1, 새정치), 이효경(성남1, 새정치), 조재훈(오산2, 새정치), 최호(평택1, 새누리)의원 등 5명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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