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수수료에 체면 구긴 경기도의회 | ||||||||||||
[황인오 칼럼]제295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방청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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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오(정책협동조합 대안과 실천 이사장) 3월 19일 오전, 제 295회 경기도의회 임시회는 보기 드물게 경찰과 방호원들이 의회주변에 차벽을 둘러친 가운데 마지막 본회의를 열었다. 2월 임시회기에서 처리를 미룬 이른바「부동산중개수수료 조례 개정안」을 둘러싸고 관련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등 소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이 조례개정안은 부동산중개수수료를 놓고 소비자와 업계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을 최소화하고 주택을 매매하는 이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권고한 표준을 베끼지 않고 경기도의회가 한걸음 진전하여 이해당사자들의 분쟁을 줄인다는 의욕을 가졌던 만큼 약간의 반발이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운 처리가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다른 광역의회가 시도하지 않은 개정안을 준비했다면 마땅히 거기에 상응하는 탄탄한 논리와 뒷심을 가지고 관련당사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여론의 반발에 밀려 국토부 권고안에서 한 치도 나가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은 몹시 실망스러운 일이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고 하면 좀 과한 비유일까? 이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은 294회 방청기와 신문방송에 충분히 소개되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쩡쩡 울리도록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결과는 생쥐 한 마리가 튀어나왔을 뿐이라는 뜻으로, 아주 야단스러운 소문에 비하여 결과는 별것 아닌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95회 경기도의회 임시회는 4차례 본회의를 열었다. 회기벽두에 사흘 연속 집행부를 상대로 도정 질의문답을 가졌고 마지막 날은 상임위에서 심의한 조례안 등을 처리하는 회의였다. 남경필 도지사와 이재정 교육감을 상대로 여러 의원들이 질의하고 5분 발언을 통해 도정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문제의식과 소신, 대안을 피력하였다. 모두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이나 경기도 연립정부 실험과 관련한 몇 대목만 언급하고자 한다. 경기도에서 실험되고 있는 연립정부에 대해서는 방청기와 별도로 빠른 시일 내에 논의에 붙일 예정이어서 길게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본회의 둘째 날 서진웅 의원(부천2, 새정치)이 남경필 지사를 상대로 질의한 내용을 잠시 살펴보겠다. 예산연정, 교육연정 등을 부르짖으며 김문수 전임 지사 시절 건건사사 도청과 도의회, 도교육청이 갈등하고 부딪히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남지사의 의지가 실제로 얼마나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진웅 의원의 질의에 따르면 지방교육자치법 4조에 따라 구성되는 교육행정협의회에는 지사와 교육감이 참여하는 대표협의회, 부지사와 부교육감이 중심이 된 실무협의회, 도지사와 도의회의장, 도교육감의 추천으로 구성되는 주민참여협의회가 있다. 이 협의회와 관련하여 경기도의회는 지난 2011년 1월 10일 교육행정협의회 구성과 운영을 뒷받침하는 조례를 제정하였으나 지난 2014년까지 단 한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김문수 전 지사의 협량(狹量)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대립정치의 산물인 셈이다. 도청 관료들에게 아직 김문수식 도정의 관성이 남아서 인지, 남지사의 연정실험에 의구심을 가져서인지 모르지만 도교육청의 주민참여협의회 추천에 대한 도청과의 협의요청에 대해서 도청은 "도교육청 소관 자문심의기구이므로 자체적으로 운영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또한 법정시한을 넘기는 진통을 거쳐 정치적 합의를 이룬 '2015년도 경기도 예산 및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의 처리를 통해 전임 지사 시절 전국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교육급식비를 내지 않던 처지를 벗어나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예산의 집행을 둘러싸고 도청과 교육청 사이에 갈등의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도청 측이 정치적 합의를 무시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서진웅 의원은 ".......동 예산은 당시 교육청 특별회계 예산안에 이미 편성되어 있던 예산이었고 그래서 당시 정치적 합의 및 계수조정을 통해서 기이 편성된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에서 288억 원을 감하고 도청에서 전출하는 288억 원을 증해서 증감의 균형을 맞추고 교특회계에서 감한 288억은 당시 교특회계에서 편성하지 못하고 있던 학교 신증설 비용, 교직원 인건비, 교과서대금 부족분 등을 증가해서 계수 조정한 최종예산안이 예결위와 본회의에 심의 의결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경기도청은 경기도지사의 동의를 묻고 이미 경기도의회에서 구체적으로 세목을 명시하여 통과시킨 예산에 대해서 화장실개선사업비로 써야 한다며 도교육청과 협의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며 당초 도의회와 도청, 도교육청이 구체적으로 합의하여 의결한 예산의 용처를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전에 양측이 협의하여 예산의 세목까지 정해 놓은 용처를 도지사의 뜻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새로운 요구를 내놓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각급학교의 화장실을 개선하는 것도 당연히 시급한 일이다. 돈을 화장실 개선에 써야할 것으로 인식했다면 사전에 협의를 하거나 아니면 별도의 예산을 세울 일이다. 일견 작은 사례일 수 있지만 교육청에 비해 더 많은 예산과 권한을 가진 도지사와 도청이 말로만 연정 운운 하면서 실제로는 정치적 갑질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작지만 상호신뢰를 쌓는 데서 지방단위에서 처음 실험하는 연립정부의 성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날 5분 발언에서 윤광신 의원(양평2, 새누리)은 연정의 성공을 위해 당사자들의 조정과 협의를 촉구하였다. 의회 고유의 견제와 감시를 소홀히 하지는 않되 모처럼 성립한 연정의 순항을 바라는 염원의 발로일 것이다. 집권당이지만 소수파의 처지가 된 측의 염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기만 하는 우리 정치문화를 일신하는 계기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윤의원의 발언은 의미있는 것이라고 본다. 작가는 부모나 자식의 고통과 죽음도 본능적으로 글감의 재료로 삼는다는 말이 있다. 유전인자처럼 각인된 '글쟁이의 숙명'이라고도 한다. 마찬가지로 정치인은 일거수일투족마다 정치적 장래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남경필 지사의 연정실험이 그의 정치적 장래와 연계되어 해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진웅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화장실 개선사업에 예산을 전용하려는 행위도 정치적 노림수라고 보는 것은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이를 통해 우리의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고 지방자치가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인가이다. 경기도 연립정부의 주요 당사자인 경기도의회가 행정부 견제와 감시라는 고유의 사명을 다하면서도 연립정부 실험을 성공시키거나 최소한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을 수 있을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상임위 방청기에서 부분적으로 언급하였지만 현재의 광역의회 운영 관행으로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의원들의 개별적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입법부로서 의회의 역량과 위상을 제고할 지혜를 갈고 닦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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