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잘못 찾은 '청부입법론' | ||||||||||||||||||||||||
[황인오 칼럼]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방청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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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오(정책협동조합 대안과 실천 이사장)
지난 3월 13일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김주성: 수원2, 새정치) 회의장에서 때 아닌 '청부입법' 논란이 벌어졌다. 제295회 경기도의회 임시회기 중 3일간 열린 교육위원회의 첫날 광경이었다. 이날 두 번째 의안으로 상정된 「경기도교육청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서진웅 의원(부천2, 새정치)과 교육위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 안건은 그동안 교육부의 지침에 따른 경기도교육청의 규칙에 의해 도교육청의 금고를 지정 운영해 온 것에 대해 의회의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서진웅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2015년에만 11조7.7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경기도교육청의 재정을 관리하는 금고의 지정과 운영을 그동안은 행정규칙으로 운용해 온 것을 상위법령인 조례로 관리를 엄격하게 하자는 것이 이 법안 발의의 목적이다. 이는 각급 정부마다 집행부에 지나치게 쏠려있는 권한을 의회를 통한 민중통제에 돌려놓기 위해 행정위임입법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부합하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민을 대리, 또는 대표하는 각급 의회 의원들로서는 이러한 입법경향에 대해 달리 이견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구체적인 입법 방향과 내용에서는 얼마든지 의견을 달리 할 수 있다.
그런데 맨 먼저 질의에 나선 김동규 의원(파주2, 새누리)은 교육청의 이홍영 정책기획관에게 대뜸 "집행부에서 (제안자인 서진웅 의원에게: 괄호는 필자)조례안을 하라고 한 거 아니요?"라며 청부입법의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어진 질의에서 김동규 의원은 "기왕에 있는 규칙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왜 복잡하고 혼란을 초래할지도 모를 조례안을 만드느냐"며 구체적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답변에 나선 이홍영 정책기획관은 집행부의 재량권을 위축시키는 조례안이 채택되지 않기를 바라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이어서 김동규 의원이 대표 발의자인 서진웅 의원에게 질의하기 시작하였다. 조례 제안 이유와 목적을 묻는 김동규 의원에 대해 서진웅 의원은 '교육청이 시켜서 조례안을 발의했느냐'는 앞서의 발언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회의장은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집행부가 시켜서 법안을 제출했느냐는 질의에 불쾌감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차례의 정회 소동을 겪으며 결국 김동규 의원이 서진웅 의원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하는 것으로 청부입법 논란은 정리되었다. 제안 설명을 제대로 읽고 기존의 교육청 규칙과 비교해 보면 이 조례안은 집행부가 기피할 법안이다. 제출된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나 기존의 규칙을 비교하는 기초적인 준비만 했어도 청부입법인가를 물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2월 임시회 이후 한 달 가량의 비회기를 지나 3월 들어 겨우 7일간의 의회 출석기간 동안 기본적인 자료도 제대로 읽지 않고 나온 무감각과 무성의도 문제이고 명색이 유권자를 대표하는 동료의원에 대한 예의로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청부입법론을 제기하려면 이보다 앞서 오세영 의원(용인1, 새정치)이 발의한 「경기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해 했어야 했다. 만 4세 이하의 자녀를 둔 교육청 소속 공무원에게 연 5일 이내의 부모휴가를 주고 교육감 소속 공무원이 20년 이상 재직하는 경우 재직기간 중 10일 이내의 장기재직 휴가를 주되 1회에 한정하여 분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같은 내용의 휴가가 도지사 소속 공무원들에게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니 교육청 공무원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의회에 제출되는 입법안의 다수가 집행부 발의인 것이 현실이다. 다만 이 안건은 공무원들이 혜택을 받는 아전인수 조례인 때문에 의원발의 형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의원이나 의회가 집행부의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 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명상욱 의원(안양1, 새누리)이 지적한 것처럼 3만5천명이 넘는 교육청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법안을 대신 발의해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명상욱 의원만의 사례는 아니지만 제출된 의안에 대해 이견이 있거나 보완할 사항을 발견할 경우 문제제기에 그치지 말고 좀더 적극적으로 수정안을 제기하는 등의 태도로 이왕에 만드는 법안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면 좋지 않을까싶다. 교육위원회 둘째 날인 16일에는 학교문화예술교육 진흥 조례 개정안이 상정되었다. 아마도 기존의 조례가 교육청이나 각급 학교에 과중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이를 완화하려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보이는 개정안 내용이었다. 지난해 관련 예산이 17억 원 인데 비해 올해는 9억 원으로 감축된 것에서 실증되듯이 말로는 문화예술교육을 진흥한다면서 소요되는 예산을 줄이는 것은 명백한 이율배반이다. 이재정 교육감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부족이라고 여길 수 있는 대목이다. 박승원(광명3, 새정치), 지미연(용인8, 새누리)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지적한 것처럼 작년 4월에 제정된 조례를 1년도 못 돼서 골간을 바꿀 만큼 다시 개정안을 내는 교육청의 졸속행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조례는 결국 이날 처리되지 못하고 조문을 수정하여 다음날 처리하기로 하였다. 여기에는 최종환 의원(파주1, 새정치)의 남다른 감각과 문제의식이 한몫했다. 최종환 의원은 2월 4일 열린 제 294회 임시회기에서도 제출된 법안이나 집행부의 보고내용에 대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것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학교민주시민교육진흥조례나 자살예방지원조례 등에서 법안의 제정 목적에 부합하는 조문설계와 입법의 명확성을 제기하였다. 수많은 시민들의 구체적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법안의 자구체계를 세심하게 잡아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법안의 조사 하나하나,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법안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극히 당연한 지적을 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최종환 의원은 해당 조례 내에서도 일관되지 않은 백분율 표기와 함께 다른 조례와의 통일성을 해치는 자구표현까지 잡아내는 날카로움을 보여주었다. 조문의 일관성만이 아니라 박근혜정부가 국회의원을 대통령의 특보로 임명하여 삼권분립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에 빗대어 도의원이 부교육감의 자문역할을 하도록 규정된 조례안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하였다. (諮問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묻는다는 뜻임: 필자) 결국 이 조례안은 지미연, 박승원, 김치백 의원(용인7, 새정치) 등의 문제제기에 따라 집행부의 수정을 거쳐 다음날 처리되었다. 이날 오전의 집행부 업무보고에서 물품구매의 투명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1.000만원 이상의 구매는 모두 수의계약이 못하게 만든 것의 문제점을 명상욱 의원과 김주성 위원장이 지적하였다. 투명성과 함께 최저가 구매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때문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재벌이나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조장하는 결과를 빚는 모순을 잘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영세한 상공업 종사자들이 고사하고 지역경제가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현실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날인 17일에는 학생들의 진로체험 학습과 관련하여 학생들의 이동에 따른 교통비를 계상하지 않은 집행부의 엉성한 업무태도를 지적한 김윤진 의원(비례, 새누리), 운동부 학생들의 학습권문제를 제기한 김치백 의원, 김상곤 전임 교육감의 브랜드라고 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혁신학교라는 이름을 지우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현임 교육감의 행보에 우려를 표명한 송낙영(남양주3, 새정치), 문경희(남양주2, 새정치)의원의 지적이 있었다. 또 마을교육공동체의 주역이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요구하며 집행부의 업무태세를 지적한 박승원 의원과 교원정책과의 업무를 침범하는 학교정책과의 업무영역에 대한 최종환 의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번 회기 동안 교육위원회는 3일간 상임위를 열어 여러 안건을 처리하였다. 본회의 4번을 포함하여 한 달 내내 모두 7일 동안 의회에 출석하는 것인데 여러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결석하는 의원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선출직의 특수성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기본근로일수'가 너무 부족해 보이는 마당에 이마저도 결석하는 것은 자신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도의회 홈페이지 전자회의록에는 교육위원회의 경우 15명의 위원이 회기 동안 전원 출석한 것으로 되었다. 천영미 의원(안산2, 새정치)은 3일간의 상임위 회의 동안 둘째 날 오후 늦게 잠시 얼굴을 비춰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몇 가지 질문만 하고는 회기 내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무슨 근거로 출석이라고 표시했는지 알 수 없다. 교육위원회의 관행인지 모르겠으나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회기 동안 상임위원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것과 의원들의 출결의 문제는 추후 구체적으로 제기할 것이나 각급 의회가 제 자리 잡는 데에 중요한 관건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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