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아껴 써야만 남에게 베풀 수 있다

소한마리-화절령- 2015. 5. 11. 07:04

아껴 써야만 남에게 베풀 수 있다

『목민심서』를 읽다보면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약만 하고 쓰지 않으면 친척이 멀어진다.”(樂施)라고 말하여 아껴 쓰기만 하다가 도울 사람을 도와주지 않으면 친척들이 멀어진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절약과는 반대인 “기꺼이 베풂(樂施)은 덕을 심는 근본[樂施者樹德之本]”이라고 역설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아껴 쓰는 일’은 ‘즐겨 베푸는 일’의 근본[節用爲樂施之本]”이라고 말했습니다.

‘절용’과 ‘낙시’에 대한 어긋나면서도 추구하는 목표가 같음은 다산은 예를 들어서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못에 물이 괴어 있는 것은 장차 흘러내려서 만물을 적셔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절약할 수 있는 사람은 베풀 수 있기 마련이요, 절약할 수 없는 사람은 베풀지 못하기 마련이다.”라고 원론적인 주장을 폈습니다. 귀양살이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자신의 경험까지 제시하면서 낭비하는 사람은 절대로 남을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내가 귀양살이 하면서 언제나 수령들을 살펴보는데, 나를 동정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은 그 의복을 보면 반드시 검소한 것을 입었고,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 기름기가 돌며 음탕한 것을 즐기는 수령은 나를 돌보지 않았다.”라는 실담을 열거하였습니다.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아니어서 애초부터 속단할 일은 아니지만, 지난 정권의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에는 많은 경비가 낭비되었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신문이나 방송의 보도를 접하다보면, ‘절용’이라는 『목민심서』의 율기 편 조항을 새삼스럽게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앙정부의 절용이 부족함도 문제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예산낭비와 절용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국민을 생각하고 자치단체 주민들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고, 자신의 명예만을 위해서 과도한 예산집행을 서슴지 않는 자치단체장의 행태는 우리나라의 큰 문제 중에서 큰 문제입니다.

호화 청사 문제는 일찍부터 거론되는 낭비의 주범이었고, 실속이나 실익이 없는 과시행정으로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여 운영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도 많은 형편이니, 장들의 절약·절용에 대한 인식부족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일입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 기름기가 돌며 음탕한 것을 즐기는 수령은 나를 돌보지 않았다.’라는 가시 돋친 다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가난한 친구와 궁색한 친척은 힘 자라는 대로 도와줄 일이다.”라는 다산의 조언은 낭비벽이 있는 수령으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단언했습니다.

사전(私錢)이야 철저하게 아끼면서도 공금(公金)은 펑펑 멋대로 써버리는 그런 공직자들의 자세를 어떻게 해야 바꾸게 할 수 있을까요. 「낙시(樂施)」 조항에 열거된 어진 수령들의 예를 제대로 이해하여 그대로 실천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끼고 절약한 수령들이 어려운 사람에게 즐겨 베풀던 사례가 참으로 많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한번쯤 그런 대목도 눈 여겨 보아 주기를 바랍니다.

박석무 드림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고산서원 원장
· 성균관대 석좌교수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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