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탈옥 불가능'하다는 교도소 슈퍼맥스..'죄수의 인권'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SBS 최효안 기자 입력 2015.08.15. 08:18
미국에는 '슈퍼 맥스'라 불리는 감옥이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맥주 이름 같은 이 곳은 '최고 수준의 보안'(Super maximum security)을 갖춘 교도소라는 뜻에서 줄여서 '슈퍼 맥스'라고 불립니다. '슈퍼 맥스'는 '전 세계 최강의 감옥국가'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미국의 가혹한 사법시스템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 이후부터 미국의 형법은 '대량투옥'(Mass incarceration)이 매우 중요한 원칙이 됐는데, '대량 투옥'은 '가급적 범죄자를 많이 그리고 오래 감옥안에 투옥시키는 것이 가장 범죄를 예방하는데 좋다'는 이론에 입각한 겁니다. '대량 투옥'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흑인들을 감옥에 집어 넣기 위해 시작됐지만, 경제불황으로 사회적 소요사태가 급증한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에서 미국 형법체계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습니다.
이런 '대량 투옥' 원칙에 입각해 미국 전역의 각 주에는 장기수들을 집중적으로 오래 투옥시키는 '슈퍼 맥스' 교도소가 58군데나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연방 정부 차원에서 운영되는, 즉 수퍼 맥스 가운데서도 가장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곳은 콜로라도주에 있는 '플로렌스 교도행정시설'입니다.
이곳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운영되는 곳이니만큼, 이곳에는 최소 20년 이상형을 받은 최고의 흉악범과 테러범들이 대거 수감되어 있습니다. 현재 수감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1993년 뉴욕 월드트레이드 센터에 폭발물 떠뜨린 람지 유세프, 2001년 9.11 테러에 가담했던 자카리아스 무사위, 16건의 우편물 폭발사고를 일으키며 3명을 숨지게 하며 전 미국을 공포에 떨게 한 '유나바머'라 불린 희대의 폭탄 테러범시오도어 칸잔스키 등 정말 악명이 잘 알려진 테러범들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또 한 명의 더 추가됐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최악의 폭발물 사고로 기록되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범인인 조하르 차르나예프가 이곳으로 옮겨진 겁니다.
탈옥은 절대 불가능하는 평을 듣는 이 '슈퍼맥스'에 대해 최근 미국 언론과 미디어가 꽤 많은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된 멕시코 마약왕 호이킨 구스만의 신출귀몰한 탈옥과 연결지은 보도들입니다. 만약 구스만이 미국 슈퍼맥스에 투옥됐다면 탈옥은 꿈도 못꿨을 것이란 세계 최강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자신감이 투영된 보도들인데요.
슈퍼맥스의 실상을 보면 탈옥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자신감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일단 슈퍼맥스에 있는 490명의 죄수는 모두 전원 독방에 갇혀 있습니다. 창문도 없고 외부의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독방에서 하루 23시간을 있어야 하며, 음식물은 문에 달린 작은 구멍으로 배급받습니다. 다른 수감자와의 만남도, 가족 면회도 허용되지 않고, 하루에 딱 1시간 방을 벗어날 때도 손에는 수갑, 발에는 족쇄, 허리에는 사슬을 묶은 채여야 합니다.
교도소 구조는 더욱 무섭습니다. 일단 가로 3m와 세로 2.3m 인 독방 안 침대는 그냥 콘크리트입니다. 독방 외부는 철문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데 모두 원격으로 조정되는 철문만 무려 1400개입니다. 죄수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동작감지 카메라와 CCTV가 곳곳에 있으며 교도소 주변에는 무려 12개의 감시탑에서 중무장을 한 경비원들이 죄수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탈옥은 커녕 가만히만 있어도 정신병이 생길까 우려되는 슈퍼 맥스의 가혹한 환경을 놓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비판 여론도 미국 내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 존중돼야 할 존엄성을 보장해주지 않는 감옥 환경은 분명 문제라는 겁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거부했습니다.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슈퍼 맥스를 현실을 잘 알고 있는데 그런 '감옥'이 아닌 '지옥'에 범죄인을 보낼 수 없다는 겁니다. 죄값은 당연히 톡톡히 치뤄야 하지만, 그 방식이 비인간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겁니다.
노르웨이같이 대표적인 인권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에선 이런 '슈퍼맥스'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반대의 입장을 보이며 오히려 '호화교도소'라 불리는 매우 쾌적한 교도소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짓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수감 기간 동안 개인의 자유를 빼앗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처벌이 되는데 굳이 수감자에게 가혹한 환경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노르웨이 정부의 논리입니다.
'슈퍼 맥스'로 상징되는 '감옥국가'인 미국의 사법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임기말 역점 과제로 꼽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유색인 지위향상협회>에 참석해 매우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집니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더 많이 더 오래 가두면 사회는 더 안전해지는가',
'교도소를 나온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정상적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오바마 대통령은 사회를 안전하기 위해선 '지옥같은 감옥에서 죄수들을 오래살게 하는 것'은 결코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죄수들을 감옥에 보내기 이전에, 이들이 범죄를 일으키지 않도록 더 많은 시민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현명한 방식이며, 그리고 어쩔수 없이 감옥에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투표권을 회복할수 있도록 해야하며, 가족의 투옥으로 엉망이 된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교육받을 권리와 직업을 가질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오바마의 질문은 사실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범죄자를 감옥에 보내서 사회와 격리시켰으니 이제 우리사회는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은 생각일수 있습니다.
독방에 갇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죄수들은 형기를 마치면 결국 사회로 편입됩니다. 그리고 그 죄수들이 갇혀 있는 동안 어떤 형태로든 가족들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할 가능성도 큽니다. '죄수의 인권'과 '감옥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성찰' 끝에 사법체계 개혁을 시도하려는 오바마의 움직임을 우리도 면밀하게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최효안 기자hyoan@sbs.co.kr
1970년대 이후부터 미국의 형법은 '대량투옥'(Mass incarceration)이 매우 중요한 원칙이 됐는데, '대량 투옥'은 '가급적 범죄자를 많이 그리고 오래 감옥안에 투옥시키는 것이 가장 범죄를 예방하는데 좋다'는 이론에 입각한 겁니다. '대량 투옥'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흑인들을 감옥에 집어 넣기 위해 시작됐지만, 경제불황으로 사회적 소요사태가 급증한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에서 미국 형법체계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또 한 명의 더 추가됐습니다. 바로 미국에서 최악의 폭발물 사고로 기록되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범인인 조하르 차르나예프가 이곳으로 옮겨진 겁니다.
탈옥은 절대 불가능하는 평을 듣는 이 '슈퍼맥스'에 대해 최근 미국 언론과 미디어가 꽤 많은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된 멕시코 마약왕 호이킨 구스만의 신출귀몰한 탈옥과 연결지은 보도들입니다. 만약 구스만이 미국 슈퍼맥스에 투옥됐다면 탈옥은 꿈도 못꿨을 것이란 세계 최강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자신감이 투영된 보도들인데요.
슈퍼맥스의 실상을 보면 탈옥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의 자신감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일단 슈퍼맥스에 있는 490명의 죄수는 모두 전원 독방에 갇혀 있습니다. 창문도 없고 외부의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독방에서 하루 23시간을 있어야 하며, 음식물은 문에 달린 작은 구멍으로 배급받습니다. 다른 수감자와의 만남도, 가족 면회도 허용되지 않고, 하루에 딱 1시간 방을 벗어날 때도 손에는 수갑, 발에는 족쇄, 허리에는 사슬을 묶은 채여야 합니다.
교도소 구조는 더욱 무섭습니다. 일단 가로 3m와 세로 2.3m 인 독방 안 침대는 그냥 콘크리트입니다. 독방 외부는 철문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는데 모두 원격으로 조정되는 철문만 무려 1400개입니다. 죄수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동작감지 카메라와 CCTV가 곳곳에 있으며 교도소 주변에는 무려 12개의 감시탑에서 중무장을 한 경비원들이 죄수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탈옥은 커녕 가만히만 있어도 정신병이 생길까 우려되는 슈퍼 맥스의 가혹한 환경을 놓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비판 여론도 미국 내에서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라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 존중돼야 할 존엄성을 보장해주지 않는 감옥 환경은 분명 문제라는 겁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거부했습니다.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슈퍼 맥스를 현실을 잘 알고 있는데 그런 '감옥'이 아닌 '지옥'에 범죄인을 보낼 수 없다는 겁니다. 죄값은 당연히 톡톡히 치뤄야 하지만, 그 방식이 비인간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겁니다.
노르웨이같이 대표적인 인권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에선 이런 '슈퍼맥스'에 대해 더욱 강력하게 반대의 입장을 보이며 오히려 '호화교도소'라 불리는 매우 쾌적한 교도소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짓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수감 기간 동안 개인의 자유를 빼앗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처벌이 되는데 굳이 수감자에게 가혹한 환경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노르웨이 정부의 논리입니다.
'슈퍼 맥스'로 상징되는 '감옥국가'인 미국의 사법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임기말 역점 과제로 꼽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유색인 지위향상협회>에 참석해 매우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집니다.
'죄를 지은 사람들을 더 많이 더 오래 가두면 사회는 더 안전해지는가',
'교도소를 나온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정상적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사실 오바마의 질문은 사실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범죄자를 감옥에 보내서 사회와 격리시켰으니 이제 우리사회는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참 어리석은 생각일수 있습니다.
독방에 갇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죄수들은 형기를 마치면 결국 사회로 편입됩니다. 그리고 그 죄수들이 갇혀 있는 동안 어떤 형태로든 가족들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할 가능성도 큽니다. '죄수의 인권'과 '감옥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성찰' 끝에 사법체계 개혁을 시도하려는 오바마의 움직임을 우리도 면밀하게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최효안 기자hyo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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