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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기업이 시장서도 성공".. '사회책임투자' 대세로 뜬다

소한마리-화절령- 2015. 8. 23. 18:51

"착한 기업이 시장서도 성공".. '사회책임투자' 대세로 뜬다

투자자, 친환경·친노동기업 등 적극적으로 투자

최근 32개월간 관련 펀드 투자액 82억달러 달해

상품마다 수익은 큰 차이.. "리스크 크다" 지적도서울경제 | 이경운기자 | 입력 2015.08.23. 17:08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의 주력 상품이던 타이레놀을 복용한 7명의 환자들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위기에 처한 이 회사의 대응은 신속하고 투명했다. 즉각 대국민사과를 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과 경찰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타이레놀 제품을 회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결백함이 증명됐지만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포장을 바꾸고 새롭게 출시하는 데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덕분에 타이레놀은 이듬해 시장점유율 1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오늘날 착한 기업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을 넘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 얻게 된다.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 하거나, 좋은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노동자들의 복지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좋은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 투자금 유치에 유리하다.

착한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도덕적 선택도 주요하지만,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 시장에서도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이 실제로 뛰어난 투자성과를 내느냐에 대해서는 결과가 엇갈리게 나타난다.

 

◇착한 기업 투자금 유치실적 좋아=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기업투자에 대한 윤리적 접근이 과거 담배, 알코올, 도박 관련 기업들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일조하는 친환경기업, 친노동기업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이와 같은 '사회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에 나서면서 착한 기업들이 일반 기업들보다 자금 유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가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2013년부터 이달까지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들로 구성된 주식형·채권형 펀드에 총 82억 달러(9조 7,088억 원)를 투자했다.

이 펀드들의 자산총액은 지난 5년 동안 59% 늘어난 726억 달러(85조 9,584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일반 뮤추얼 펀드가 같은 기간 자산증가율 52%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도 투자자들의 SRI에 주목하며 착한 기업들이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데 동의했다.

미국 투자회사 허니비캐피탈의 캐서린 콜린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삶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투자를 접목시키려 한다"며 "지속가능성으로 호평 받는 기업들이 자금 유치에 유리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이러한 투자자들은 착한 기업들이 실제 투자성과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올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투자회사들도 투자자들의 변화에 편승해 착한 기업들로 구성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행 정도를 평가해 우수한 기업들로 모은 FTSE4Good지수가 대표적이다. WSJ은 세계 최대 펀드회사 뱅가드를 비롯한 많은 투자사들이 이 지수를 참고해 사회책임기업을 선별해 투자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성과는 아리송=하지만 이렇게 사회책임을 기준으로 구성된 펀드상품이 투자를 많이 받는 만큼 뛰어난 실적을 내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투자회사마다 상품들의 실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뱅가드가 FTSE4Good 지수에 포함된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뱅가드 FTSE 소셜인덱스펀드는 연초부터 지난 7월까지 5.35%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는 S&P 500에 속한 기업들의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인 4.31%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TIAA-CREF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소셜초이스이쿼티펀드는 이 기간 투자수익률이 1.89%에 불과했다.

WSJ은 같이 착한 기업을 선택하는 펀드상품이라도 어느 투자회사가 주관하느냐에 따라 투자수익도 차이가 난다며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고 해서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모닝스타의 데이비드 케터만 애널리스트는 "사회적 책임 등을 이유로 특정 기업들에만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리스크 분산을 어렵게 한다"며 "착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투자 수익관점에서 현명한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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