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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목에 힘주려 듣는 음악 아냐, 영혼 치유하는 힘 가져"

소한마리-화절령- 2015. 9. 1. 10:36

"클래식은 목에 힘주려 듣는 음악 아냐, 영혼 치유하는 힘 가져"

[20번째 내한, 세계적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릴리 마이스키 父女] 미샤, 40년 세계 누비며 활약.. 88년 첫 내한.. 거의 매년 찾아 "아내 생일을 위한 깜짝 연주가 피아니스트 릴리와의 첫 무대" 내일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 김기철 기자 | 입력 2015.09.01. 03:10 | 수정 2015.09.01. 08:07

"클래식 콘서트는 옷 근사하게 차려입고 목에 힘주면서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오는 게 아닙니다. 음악은 정말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31일 만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7)는 사자 머리처럼 치렁치렁한 은발에 헐렁한 재킷과 티셔츠를 걸치고, 금빛 번쩍거리는 목걸이를 한 편안한 차림이었다. 피아니스트인 딸 릴리(28)와 함께였다. 40년 넘게 세계를 누비며 정상급 첼리스트로 활약해온 마이스키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20대가 있었다.

라트비아 출신으로 구(舊)소련에서 성장한 마이스키는 1960년대 말 누이가 외국에 망명하면서 투옥과 강제노동 캠프, 정신병원을 오가며 2년을 보냈다. "첼로를 잡을 기회도 없었어요. 동네 클럽에 있던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도 피아노로 두들겨봤어요." 마이스키는 "그때만큼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껴본 적도 없다"고 했다.

마이스키도 해외 망명을 택해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했다. 지금은 벨기에 워털루 근처에, 딸 릴리는 브뤼셀에 산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하기에 딱 좋은 곳이에요. 전 코스모폴리탄입니다. 이스라엘과 벨기에 여권을 갖고 있고요. 딸은 프랑스, 아들은 벨기에에서 태어났어요. 악기는 이탈리아 걸 쓰고, 목걸이는 인도, 차는 일본 걸 타니까요."

 

릴리 마이스키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 "릴리가 열여섯 살쯤 됐을 때, 아내 생일을 위해 깜짝 연주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브람스 소나타 1번이었죠. 아내가 감동한 건 물론이고요. 릴리와의 첫 콘서트였습니다."

마이스키의 이번 내한 공연은 20번째. 1988년 첫 리사이틀 이래 27년간 1, 2년에 한 번씩 찾았다. 정상급 연주자 중 가장 많이 한국을 찾은 축에 든다.

 

마이스키 부녀(父女)는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피아졸라의 '르 그랑 탱고' 등을 들려준다. 쇼스타코비치 소나타는 27년 전 첫 내한 공연 레퍼토리였다. "로스트로포비치에게 배우던 1966년부터 작곡가를 여러 번 직접 만났어요. 탄생 90주년이던 1996년엔 모스크바의 쇼스타코비치 아파트에 초대돼 연주한 적도 있고요. 저에겐 남다른 추억이 있는 작곡가입니다." 6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파크 콘서트에선 정명훈의 서울시향과 베토벤 3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미샤 마이스키 첼로 리사이틀=9월 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4일 오후 8시 울산 현대예술관,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