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프로기사회 탈퇴’ 이세돌,문제아인가 이단아인가]

소한마리-화절령- 2016. 5. 27. 18:31

스포츠한국, 2016,5,21. [‘프로기사회 탈퇴’ 이세돌,문제아인가 이단아인가]



19일 아침. 여전히 핫한 인물인 이세돌(33) 9단과 관련된 뉴스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바로 이세돌이 프로기사회 탈퇴를 선언한 것. 프로기사들의 친목단체인 프로기사회의 운영 부조리에 대한 반발로 이세돌이 들고 일어선 것입니다.

이세돌의 프로기사회 탈퇴로 한국 바둑계는 떠들썩해졌습니다. 세계 바둑계에서 가장 큰 인지도와 영향력을 자랑하는 이세돌이 없는 프로기사회는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습니다. 잘 봉합될지 의문인 것이 이미 이세돌은 한국바둑계를 뒤흔든 사건만 세 번째라는 점 때문입니다. 과연 이세돌은 바둑계의 문제아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바른길로 나아가게 하려는 개혁을 외치는 이단아일까.

바둑계의 승단 제도 자체를 바꿔버린 ‘이세돌 법’

2000년대 초 한국 바둑은 이세돌이라는 보물이 등장하며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근심이 많았습니다. 2002년까지 만 19세에 지나지 않던 이세돌은 3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세돌은 웬만한 9단 이상의 실력으로 세계 대회까지 싹쓸이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세돌은 3단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단위는 오직 승단 대회 성적을 통해서만 오르도록 돼 있는 게 당시까지의 제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세돌은 2001년부터 승단 대회에 불참했습니다. 승단 대회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습니다. 바둑계에서는 ‘이세돌은 이미 9단의 실력인데 승단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제도에 따라 승단 대회에 불참하면 승단은 없다’는 의견이 맞섭니다.

이세돌의 이같은 행동에 한국기원이나 다른 프로기사들이 보기에는 ‘스무 살도 되지 않은 풋내기가 요즘 잘 나간다고 기존 제도를 바꾸려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이때부터 이세돌과 기존 한국 바둑계의 갈등은 심화됐습니다.

한국기원은 결국 2003년 ‘세계대회 우승에 3단 승단, 국내대회 우승 2단 승단’을 골자로 한 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세돌의 항거로 인해 승단 대회 자체가 없어졌고 프로기전 예선전으로 대체됐습니다. 일명 ‘이세돌 법’이 생겼고 이세돌은 이 법을 만든 사람인 만큼 LG배 세계기왕전 우승, KT배 준우승, 후지쯔배 우승으로 개정 5개월 만에 3단에서 9단으로 껑충 뜁니다.

2009년 이세돌 휴직계 사태

2007년 9월부터 지금까지 21개월간 국내랭킹 1위를 굳게 지켜 온 이세돌은 2009년 한국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합니다. 제도에 대한 불만 등 복합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 한국바둑리그는 랭킹 1위나 랭킹 40위나 똑같은 대국료(승자 150만원, 패자 50만원)를 받았습니다. 랭킹·성적과 상관없이 평등한 대우에 대한 불만을 언급한 것입니다.

또한 이세돌이 자서전에도 밝혔듯 이세돌과 같은 상위랭커가 나가면 상대팀에서 도리어 가장 순위가 떨어지는 기사를 내세워 사실상 ‘버리는 카드’로 대국으로 만들어버려 의욕을 저하시킨 부분도 문제였습니다.

여기에 기보의 저작권에 대해서도 불명확하다는 이유 등 여러 가지 사안이 겹쳐 이세돌은 돌연 휴직계를 내는 초강수를 두며 바둑계를 뒤집었습니다.

6개월 뒤인 2010년 1월 한국기원과 협의한 뒤 다시 복귀했지만 이 사태는 한국 바둑계 최고의 사건으로 꼽는 것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당시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2016 바둑의 아이콘으로서 프로기사회 탈퇴

이세돌은 2016년 다시 불의에 항거하고 나섰습니다. 모든 프로기사(320명)가 가입해있는 프로기사회를 탈퇴한 것.

이세돌은 기사회의 일률적 공제에 불만을 느꼈습니다. 기사회는 회원의 대국 관련 수입 중 3∼5%를 공제합니다. 한국기원 주최 대회의 상금 등 수입에서는 5%, 외국 주최 대회 수입에서는 3%를 뗍니다. 이세돌같은 상금을 많이 획득하는 기사가 많은 적립금을 내는 구조인데 3~5%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이세돌은 이 공제가 지나치게 일률적인 것에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문제는 프로기사회에 탈퇴하면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일정에 참가할 수 없다는 프로기사회 정관이 있기 때문. 이세돌은 그럼에도 프로기사의 지위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기에 첨예한 대립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세돌, 문제아인가 이단가인가

이처럼 이세돌은 부조리하다고 판단되는 기존 질서에 대해 20살이 되기도 전부터 항거해왔습니다. 그로 인해 승단 제도는 아예 궤도자체를 달리하기도 했습니다. 실력과 경력으로 평가받아야할 9단이 단지 나이가 어리고, 승단 심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9단이 되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긴 합니다.

하지만 일명 ‘이세돌 법’으로 인해 노장들의 9단 승단이 편해졌다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9단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8년간 매년 2승10패 정도만 계속하면 9단 승단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결국 9단의 숫자가 모든 단 중에서 가장 많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제도 수정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이세돌의 휴직계 사퇴로 인해 하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바둑계가 흔들렸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세돌은 도리어 복귀 후 24연승이라는 놀라운 전적은 물론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금메달(한국, 전종목 석권)로 잡음이 없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 역시 알파고와의 대국이후 이세돌이 바둑 그 자체로 여겨지는 아이콘이 된 이후 부흥기를 맞이한 바둑계에 이세돌은 맞섰습니다. ‘이세돌 정도되니까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견과 ‘이세돌 정도되면 조금 더 희생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세돌은 어린 시절부터 늘 자신이 생각하기에 부당하다고 여기면 한국바둑계라는 큰 산에 홀로 부당함을 제기해왔습니다. 후에 일어나는 잡음은 실력으로 눌러버렸습니다. 그는 기존 제도권에 있는 이들에겐 늘 골칫거리를 만드는 ‘문제아’로 여겨지고, 제도권 밖에서 문제를 제기해야한다고 여기는 이들에겐 ‘이단아’로 추앙받습니다. 이세돌을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바둑기사로 한정하긴 어려운 이유입니다.

http://sports.media.daum.net/sports/general/newsview?newsId=20160521070614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