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유감 |
강 명 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
같은 성격의 학문이면 한 학과로 묶인다. 하지만 소속 교수들의 전공분야는 서로 다르다. 예컨대 사학과의 경우 한국사·서양사·동양사로 크게 나뉘지만, 한국사 안에서도 시대에 따라 영역에 따라 수많은 세부 전공이 있다. 서양사는 독일·프랑스·영국·미국사 등으로, 동양사는 중국사·일본사 등으로 나뉠 수 있다. 그 안에서도 또 수많은 갈래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이유로 대학교수 한 사람당 하나의 전공분야가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은 교수가 1,200명을 훌쩍 넘으니, 1,200개를 넘는 전공분야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도대체 수량이 성과 기준이 될 수 있나? 대학교수라면 어떤 전공분야는 논문 쓰기가 특별히 어렵다는 것을 안다. 1년에 논문 한 편을 겨우 쓸까 말까한 분야가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여러 편을 쓸 수 있는 분야도 있다. 나와 같은 인문학 쪽인데 1년에 20편이 넘는 논문을 썼다고 자랑하는 분도 보았다.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공학 쪽에서 1년에 수십 편, 혹은 1백 편이 넘는 논문을 쓰는 경우도 보았다. 하지만 동일한 공학이지만 한두 편의
논문도 쓰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는 분을 만난 적도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성과연봉제인가? 이제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에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한다. 이 기관들의 성과연봉제 역시 대학의 성과연봉제와 그 원리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똑똑한 분이 ‘성과연봉제’의 도입을 처음 제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제도가 일하는 보통사람을 위한 것도, 업무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지시하고 명령하는 권력을 손에 쥔 자나 거대한 부를 가진, 흔히 말해 ‘갑질’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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