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미드 + 루스 베네딕트'..두 여성인류학자의 동행을 쫓다
[따끈따끈 새책] 로이스 W.배너의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입력 2016.06.18. 07:32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따끈따끈 새책] 로이스 W.배너의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20세기 초, 미국 뉴욕에는 '여성'이란 틀을 깨부수려 노력한 두 명의 여성 인류학자가 있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일본 문화를 파헤친 역작 '국화와 칼'을 남긴 루스 베네딕트, 그리고 '문화 인류학의 대모'로 불리며 사모아에서 원주민들의 생활을 연구한 마거릿 미드다.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학문의 동반자, 스승과 제자, 그리고 연인이었다. 둘은 학생과 조교로 처음 만났다. 미드는 자신이 다니던 버나드 대학과 학점 교환을 하던 인근 콜롬비아 대학의 수업에서 미국 문화인류학의 창시자인 프란츠 보아스 교수와 조교 베네딕트를 만난다. 문화인류학에 매료된 미드는 결국 베네딕트와 함께 보아스를 사사한다.
책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는 20세기 전반의 대표적인 여성 인류학자의 삶과 가치관, 연구와 업적을 폭넓게 조망한다.
저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두 사람의 서신과 서류를 총망라해 방대한 평전을 엮어냈다. 그들의 유년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업적을 엮어낸 전기이자 '여성 문화인류학자'로서 그들이 남긴 족적과 담론을 되짚어가는 문화이론서기도 하다.
베네딕트는 생후 18개월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유년기를 대부분 엄마와 이모들, 여자 형제들과 함께 보냈다. 그녀는 신경과민과 난청에서 오는 절망을 시를 쓰는 것으로 승화시키거나 종교에 의지했다.
반면 미드는 신경질적인 아버지와 냉담한 어머니 아래에서, 자애로운 할머니를 의지하며 자랐다. 학자였던 부모보다 할머니의 영향을 받아 서민적이고 감상적인 작품을 좋아했다. 이러한 취향은 후에 미국문화를 분석, 강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이성애'라는 사회질서에 맞게 각자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다른 여자들과 '낭만적인 우정'을 쌓는 것을 인정했다. 당시 만연했던 자유연애 사상이 바탕이 된 것. 1922년 만난 뒤 2년 만에 연인으로 발전한 그들은 서로 달콤한 말을 주고받았지만 동시에 각자의 다른 사랑을 지켜보고 때론 연애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책은 연구 성과가 두드러짐에도 남성 교수 전용 식당조차 들어갈 수 없던 1930년대, 두 사람이 여성학자로서 받은 불평등한 대우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그 과정을 짚어나간다. 또 문화인류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베네딕트의 '문화의 패턴', 미드의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살펴본다.
두 사람의 삶과 사랑, 연구와 업적은 일생에 걸쳐 상호 연결돼있었다. '이성애'의 정상성과 일탈, 성별 개념과 양성평등, 문화의 상대성 등을 고민했던 그들의 경험은 그 자체로 문화인류학에 공헌했다.
"우리가 그녀와 같은 사람을 보게 되는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1948년, 베네딕트가 먼저 세상을 뜨자 미드는 그를 그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베네딕트의 연구를 이어나갔다. 그녀의 사유와 통찰력을 발전시키며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로 자리 잡았다. 미드와 베네딕트는 그렇게 서로의 꿈을 완성한 존재였다.
◇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로이스 W.배너 지음. 정병선 옮김. 현암사 펴냄. 816쪽/3만2000원
박다해 기자 doa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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