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다 간...

[스크랩] 겨울과 그리움의 태백산

소한마리-화절령- 2017. 2. 12. 14:12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설원을 찾아, 별을 찾아서, 기차를 타고...

알퐁스도데의 단편소설 '별'이 생각났었습니다.

 

봄날처럼 포근한 태백을 올라 다다른 망경사엔

몇일전 폭설로 내린 눈들이 녹고

등산로만 빙판길로 얼어붙어 햇살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가장 예쁘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고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별=로맨스'라는 등식을 만들어준다지

그래서 사춘기 중학생부터 뱃살로 고민하는 아줌마까지

별을 가슴에 품고 산다나 뭐라나...

 

나도 오늘 천제단으로 가는 이 길을 올라

별 하나 딸 수 있다면...

 

 

 

 

 

 

 

 

 

 

 

 

 

 

 

 

 

 

환상적인 설경 아래 겨울의 낭만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눈

겨울산행의 백미는 눈 내린 산을 가로지르며 맛보는 짜릿한 비경이 아닐까.

전국의 높은 산들이 눈부시도록 하얀 눈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요즘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었던 바로 그 자리가 은빛비단 천지다.

 

이곳 태백도 몇일전엔 눈꽃 천지라 들었는데

그새를 못참고 녹아 내렷으니 아쉬움에 자꾸만 뒤돌아 본다...

 

 

 

 

 

 

 

 

 

 

 

 

 

설원의 장쾌함과 눈꽃을 함께 볼 수 있는 이 길을 걸으며

낭만과 스릴 그리고 황홀함을 느끼노라면

가슴에는 아련한 추억이 뭉게뭉게 피어 오르고

발길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었던 태백 오르던 길...

 

 

 

 

 

 

 

 

 

 

 

 

 

 

당골광장을 출발한지 2시간 30분

정상 천제단에 도착하니

하늘이 시리도록 푸르다...!

 

 

 

 

 

 

 

 

 

 

 

 

 

천제단과 장군봉 사이 능선길의 키작은  철쭉 나무

봄엔 연분홍 꽃잎, 겨울엔 바람서리 꽃과 눈꽃이 아름다운데

오늘은 무채색이다.

 

 

 

 

 

 

 

잠시후 가야할 문수봉쪽도 한 번 당겨 보고...

 

 

 

 

 

 

 

맑은 하늘아래 멀리 함백산,두타산,매봉산,연화산,육백산,백병산,연산,소백산이

그림처럼 조망되니 답답했던 마음이 후련해 진다...

 

 

 

 

 

 

 

 

 

 

 

 

 

 

 

 

 

 

 

 

 

 

 

 

백두대간을 달리는 산봉우리가 펼쳐지는 전망 좋은 고산지대

멸망한 왕조의 추억처럼 비장하게 서있는 고사목 사이에 자리잡은

거대한 이 나무에서 신비함 마져 느껴진다.

푸르게 솟아나는 생명의 기운이다.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박노해의 겨울사랑-

 

 

 

 

 

 

 

 

 

 

 

 

 

 

 

 

 

 

 

 

 

 

 

 

 

 

개인적으로 파란 하늘을 무척이나 좋아 하는데

연일 지속되는 미세먼지로 볼 수 없더니 오늘 태백의 하늘은 깨끗하다.

하늘이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라고 시인은 말했는데

난 이 능선길을 함께 걷던 누군가를 떠 올려 본다.

 

 

 

 

 

 

 

 

천제단과 장군봉 사이를 한참 서성이며 유일사로 하산할까 하다가

문수봉으로 간다.

 

유일사는 최근에 갔으니 오늘은 문수봉을 경유해 다시 당골광장으로 간다.

 

 

 

 

 

 

 

 

 

 

 

 

 

 

 

 

 

 

 

' 神의 나라 '를 물들이는 눈꽃과 설원

태백산에서 새벽에 조망되는 둘레의 산은 참으로 아름답다.

특히 눈이 많고 설경이 좋아서 겨울에는 장군봉 아래의 주목 고목과 함께

사진인들이 즐겨 찾는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태백산 주목

겨울철에는 하얀눈을 뒤집어 쓴 모습이 장엄하지만

역시 무채색의 계절에 시사하는 자연은 뺄셈과 외로움이다.

그래서 이 겨을 맑은 하늘 아래 태백산은 유난히 외로워 보이고

나 역시 외로운가부다...

 

괜찮아.. 괜찮아 사람은 누군나 외로운 거니까..

그래...! 그렇구나 누구나 외로운 거구나

누구나 외로운 거였어...

 

바람에 흩어져 가는 눈발에 가슴이 젖어온다...!

 

 

 

 

 

 

 

 

푸른하늘 아래 잎새진 가지엔 마가목 붉은 열매가

등로에 떨어지고

 

 

 

 

 

 

 

자작나무는 가지만 앙상하다.

 

 

 

 

 

 

 

하지만 겨울이 깊어지면 하얀 눈꽃으로 피어나 뭇사람들의

발길을 서성이게 하리라...

 

 

 

 

 

 

 

 

 

 

 

 

 

 

 

 

 

 

 

계절이 바뀔때마다 찾아오는 태백산

오늘 하얀 눈꽃이나 상고대를 은근히 기대하고 오긴 했지만

대신에 내 마음속의 짐 하나 이 곳에 두고 간다...

 

 

천칸이나 되는 큰집이라두 밤에 눕는 자리는 여덟자뿐이구

좋은 밭이 만경이라두 하루에 먹는 것은 한 되 뿐이라더라

 

 

욕심 부리지 말구 작은것에 행복해 할줄도 알면서

나에게 주어진 길 묵묵히 갈 것이라고

하산길의 당골계곡에 발자욱으로 찍어본다...

 

 

 

 

 

 

 

 

 

 

 

출처 : 수국의 여행스케치
글쓴이 : 남한강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