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요칼럼을 써주신 이경렬 선생님은 스포츠문화연구소를 거쳐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를 촉구하는 시민모임에서 실무를 했었고,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에서 식스맨으로 활동을 합니다. 요즘은 스스로 체육시민사회의 프리랜서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편집자주)
2017년 2월16일부터 열흘간 일본의 <2020올림픽 재해2020オリンピック災害>모임의 초청으로 일본 현지에서 올림픽 반대운동에 동참했었다. 2017년 1월 22일에 출범한 <올림픽 재해>는 여러 단체의 연대기구이다. <안티올림픽>, <도영가스미가오카아파트를 생각하는모임霞ヶ丘アパトを考える>, <츠키지 수산시장철거를 반대하는 노동조합>, <나가노 동계올림픽 반대시민운동>, <전쟁에 반대하는 행동>, <기미가요 반대운동> <자위대 감시텐트>, <후쿠시마 피폭노동자를 위한 네트워크>, <자하하디드 국립경기장 설계를 반대하는 모임>과 같은 단체들과 사회, 도시공학, 체육, 정치학자, 스포츠평론가 및 기자, 체육교사, 장애인 학교 교사 등등 각계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졌다. 올림픽으로 초래되는 파괴와 폭력이 전 세계에 공통된 현상이기에 이를 재해로 규명한 것이다. 베이징 소치는 물론 저 멀리 태평양 넘어 브라질에서도 단 16일 간 열리는 올림픽 때문에 유구한 문화와 자연 그리고 인권이 파괴되었다. 따라서 올림픽 자체를 반대하여 예고된 피해를 거부한다는 게 모임의 취지다.
나는 이 모임의 핵심인물인 이치무라 미사코 Ichimura Misako(이하 이치무라)와의 인연으로 도쿄올림픽 반대운동에 합류하게 됐다. 이치무라는 본래 요요기 공원 텐트촌에서 생활을 하는 예술가이다. 미술전공으로 도쿄예술대학원을 수료한 바 있다. 2003년부터 텐트촌에서 살면서 함께 노숙하는 사람들과 서로 물물 교환을 하며, 식사를 마련하고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공동체 활동과 더불어 노숙생활인의 인권운동에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이치무라는 2013년 2020도쿄올림픽 유치 확정부터 올림픽 반대운동을 벌였다. 도쿄도는 대대적인 도시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이치무라의 삶의 터전인 요요기 공원은 물론 도시의 공공 공간과 오래된 건물이 올림픽 인프라 확충 대상지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철거민 강제 이주와 노숙인 강제 추방이 도쿄 한복판에서 버젓이 자행됐다. 국립경기장 옆에 위치한 도영가스미가오카아파트(이하 도영아파트) 철거와 메이지공원 재개발에 의한 노숙인 추방이 대표적이다. 이치무라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부터 노숙인, 철거민, 장애인, 성소수자LGBT 등 여러 분야에서 인권증진 활동을 해오던 사람들과 <안티올림픽>모임을 결성하여 시위, 기자회견, 문화행사 등등 다양한 반대운동을 개진했다.
그러다 2016년 12월 한국에서 열리는 도시예술 심포지엄에 참석하던 차에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을 탐방하고파서 어쩌다 나와 연락이 닿았고, 결국 12월24일과 25일 이치무라와 나, 그리고 스포츠문화연구소 운영위원인 아주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이현서 교수가 평창을 방문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이번엔 내가 도쿄로 건너가 올림픽 건설현장은 물론 1998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도 방문하게 됐다. 고백컨대 이치무라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도쿄올림픽의 준비과정을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예컨대 경기장 기존 시설 사용에 따른 경비 절약, 기업 후원 계약 실시 6개월 만에 목표금액의 갑절인 1500엔(5조7천억 가량) 확보와 같은 뉴스를 보면 평창올림픽과 많은 비교가 됐기 때문이다. 허나 이제는 실상을 알게 됐다. 도쿄올림픽은 일본 정부의 배출구였다. 지독한 권력의 욕망이 터져 나오는 배출구.
9박 10일 동안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다. 조치대학 심포지엄 발제, 1998나가노 동계올림픽 경기장 시찰, 올림픽 반대 신주쿠 도심 행진, 츠키지 수산시장 철거현장 방문, 일본건축학회 초청 올림픽 경기장과 인권문제 행사 참여, 후쿠시마 원폭 피해 주민 간담회 등등.
여러 경험을 통해 도쿄올림픽 반대 운동의 관점을 간추려보면 1) 아베 정권의 내셔널리즘, 2) 후쿠시마 원전사고 면피 3) 올림픽으로 인한 재개발 4) 재개발에 따른 거주권 문제와 5) 문화유적 철거 문제로 나눌 수 있다. 본디 금요칼럼에 이 다섯 가지를 녹여내려 했으나, 과한 욕심이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차후에 또 기회를 준다면, 토일월화수목요 칼럼이라도 좋으니 도쿄올림픽 반대운동과 메가스포츠 이벤트반대국제연대에 대한 글을 작성해보겠다. 이 글도 이미 마감시간을 반나절 넘긴 상태다.
태어나 처음 국경을 넘어보았다. 여권도 이번에 발급했다. 혹여 비행기 탑승을 못할까봐 탑승 5시간 전부터 공항에 갔었다. 일본 도착 후 하도 긴장을 해서 삼일 간 변비에 시달리기 까지 했다. 동정을 바란다.
그럼 마지막으로 <올림픽 재해>, <안티올림픽>,<올림픽 탄압 거부 모임><도영가스미가오카아파트를생각하는모임>의 웹사이트 주소를 아래에 남기며 글을 마치겠다.
< 올림픽 재해> http://www.2020okotowa.link
< 안티올림픽> https://hangorin.tumblr.com
< 올림픽탄압거부모임> http://oidashisuruna.blogspot.kr
< 도영가스미가오카아파트를생각하는모임> http://kasumigaoka2020.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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