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현호 항해사 "소통부재·비인격적 대우가 선상살인 원인"
연합뉴스 입력 2016.07.05. 16:46 수정 2016.07.05. 16:58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광현 803호'(138t)에서 생존한 한국인 항해사 이모(50)씨는 5일 베트남 선원의 선상살인 원인이 소통 부재와 권위의식, 비인격적인 대우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했다.
이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평소 선장이 선원들에게 욕을 많이 했다. 특정인에게 너 왜 일 못하냐고 한 것이 아니라 이름을 잘 못 외우니까 무조건 욕설부터 했다"며 "선원 입장에서는 다 자신한테 그러는 줄 알고 한꺼번에 쳐다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흉기를 든 베트남 선원 2명을 제압한 이후 살해 이유를 물어보니 '선장·기관장 노굿(no good)'이라고 했다"며 "선장과 기관장하고 (베트남 선원) 둘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평소 좋지 않은 관계에서 회식 중 뺨을 때리는 등 말다툼이 있었고, 술을 마셔 이성을 잃은 것도 살인극으로 번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사람끼리도 서로 오해하는데 말도 안 통하는 사람끼리 무슨 이야기를 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피의자들이 '문제 선원'은 아니었고 다 열심히 하는 친구였는데 안타깝다"며 "선장 등이 좀 더 선원들을 따뜻하게 해줬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피의자들이 혹시 선장이나 기관장이 죽지 않을 경우 보복을 당할까 봐 그랬는지 너무 지독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그들도 피해자일 수 있지만, 법이 정한 죄를 합당하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한테도 피의자들이 달려들었지만 그건 칼을 뺏으려고 하니까 달려든 것이었지 평소 악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나랑 몸싸움할 정도니까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해경 조사과정에서 불거진 피의자의 선박 무단이탈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무단이탈은 다른 선원들이 했다고 지적한 이씨는 "바다에서는 야단치더라도 항구에 와서는 선원들에게 전화도 하고 놀라고 돈도 좀 줘야 하는데 경험 미숙인지, 통제만 하려 했다"며 "다른 배 선원들은 다 내리는데 우리 선원만 안 가면 되나, 그건 무단이탈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항해사 이씨는 권위적인 원양어선 선상 문화가 변해야 이번 같은 안타까운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씨는 "외국인 선원과 한국인 선원이 그 나라의 간단한 인사나 이름 정도는 불러주며 서로의 문화와 인격을 존중해주고 평소 같이 밥 먹고 담배도 피우며 권위를 탈피해야 한다"며 "좀 더 사정이 나은 한국인 선원들이 옷이나 양말도 주고 평소 친분을 유지한다면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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