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Wall-E가 학교체육에 던지는 메시지
홍덕기(노던아이오와대학교 교수)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영화 한 편씩은 있을 것이다. 내게 인상깊었던 영화 중 하나는 Wall-E이다. 2008년 개봉한 이 에니메이션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700년 뒤, 종합폐기물 처리장이 된 미래의 지구를 그리고 있다. 영화속에서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지구를 버리고, 대형 우주선 안에서 움직이는 로봇침대에 누워 각자 자신 앞에 놓인 모니터를 통해 원터치로 모든 일을 해결한다. 끊임없이 먹고 마실 것들이 제공되어 굶어 고통 받는 이도 없고, 움직이지 않아도 되며, 깊이 사고할 필요도 없이 로봇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 참 편한 세상!
하지만, 영화 속에 묘사된 인류는 지나친 운동부족과 과다한 영양섭취로 인해 너무 뚱뚱해져서 걸어 다니기는 커녕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실, 이 영화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편리함만을 쫓아온 우리네 삶의 방식이 불러올 암담한 미래를 경고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할 적은 전쟁도 질병도 아닌 비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나온 지 얼마 안되서 미국에 유학 온 나는 월마트(Walmart) 슈퍼마켓에서 초고도 비만으로 걷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동카트를 타고 다니면서 장을 보는 모습을 마주하며 Wall-E를 떠올렸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미국의 초고도 비만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의 편리함만을 쫓는 삶의 방식이 앞으로도 가속화된다고 가정하면, Wall-E가 그려내는 인류의 미래 모습이 과장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건강과 관련한 인류의 빈부격차가 점차 심해진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미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풍요롭게 사는 세상을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엄연히 존재하는 빈부격차의 현실은 가난한 사람들을 운동에서 소외시키며, 값싸고 질 낮은 영양섭취로 내몰고, 건강을 지키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비만과 사회경제적 지위, 그리고 인종별 상관관계를 보고한 미국정부의 여러 통계자료는 소득수준이 낮고, 소수인종 일수록 비만비율이 높음을 보여준다. 비만은 심혈관계 질환과 각종 성인병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의 직. 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의 의료비를 동반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필자는 살면서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건강증진이 빈부격차에 의해 제한되는 세상을 다음세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사회에서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건강과 관련한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곳은 학교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건강에 두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의 비만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청소년기 때 형성된 건강 및 운동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학교체육은 청소년의 건강한 운동생활 습관(physically active lifestyle)을 길러주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10년의 시간이 지난 영화지만, Wall-E가 인류의 미래 모습을 통해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더해, 이 영화 속에 드러나지 않은 건강과 관련한 빈부격차의 심화 가 지속된다면, 이는 10%의 상류층을 제외한 90%의 힘없고 가난한 인류를 부실한 건강관리로 내몰고 결국 인류의 미래에 큰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Wall-E라는 이름은 영화 속에서 인류가 버리고 간 지구에 끝까지 남아 인류대신 폐기물 정화작업을 벌이는 주인공 로봇의 이름이다. Wall-E처럼,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건강을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학교의 정책 우선순위로 삼고, 체육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건강을 정화시켜나가는 일. 이것이 앞으로 학교체육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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