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메신저, 고흐 그림의 위로 |
유 지 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
꿈틀대며 타오르는 붓의 흔적, 그 흐름을 타고 피어오르는 별, 꽃, 나무, 밀밭, 까마귀, 사람들 이미지는 시선을 끌어들인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휴대폰, 방석 , 컵 받침, 가방, 스웨터 등등… 온갖 일상용품에 복제되어 전시된다. 미치도록 그리다가 37세에 떠난 화가 미치도록 그림을 그리며 정신병까지 앓다 37세에 세상을 떠난 그의 삶은 영화, 음악, 뮤지컬 등 예술 텍스트들로 재생산되고, 일상에 영감을 준다. 조용필이 노래했듯이, 지구 한구석에서 외로운 삶에 지친 한 사람,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살고픈 그는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라며 위로받는 심정을 토로한다. 로드 다큐 〈바람의 춤꾼〉(2017, 최상진)에서도 아픔을 춤으로 풀어내는 이삼헌의 방에 놓인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림 액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그림이 춤꾼의 자유로운 예술혼에 숨결을 불어넣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예술의 위로를 상처받은 가슴에’ 〈반 고흐:위대한 유산〉(2013, 핌 반 호브)에선, 죽은 후 엄청나게 유명해진 삼촌의 유산을 받은 조카 빌렘 반 고흐(테오의 아들)의 곤경에 처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그 격랑을 타고 세계시민에게 공개돼 인기를 누리는 ‘반고흐 미술관’ 건립 동기가 영화에서 밝혀지는 흥미로운 구석도 있다. 십여 년 전, 심포지엄 참석차 암스테르담에 갔을 때, 반 고흐 미술관에서 홀로 한나절을 지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고뇌에 찬 표정이 진하게 각인된 초상화들, 강렬하게 피어오르던 꽃잎들 하나하나에 전율을 느껴 그때 사왔던 화집을 꺼내본다. 화집 제목은 ‘반 고흐의 꽃들:자연의 위대한 책’이다. 남루한 삶,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 그 사랑과 경탄을 화폭에 담아낸 고흐는 자연을 전해주는 메신저란 생각이 든다. 친구가 선물해준 책가방에는 고흐의 노란 해바라기들이 가득 피어나는 그림이 담겨있다. 그 책가방을 걸치고 낙엽을 밟으며 가을길을 걸어가며 파란 하늘과 떠가는 구름을 보노라니 그가 전해주는 자연이 일상의 격려이자 위로란 깨우침이 일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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