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0m 죽음의 지대서 헤어진 부부.."제발 버리지 마"
김홍준 입력 2018.06.22. 01:12 수정 2018.06.22. 08:50
에베레스트 무산소로 오른 부부
8500m 죽음의 지대에서 헤어져
혼수상태 아내가 허공에 속삭였다
"제발.. 날 버리고 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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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등산사] 방금 내려온 에베레스트를 다시 올랐다, 아내를 구하러
1998년 5월, 프랜시스 아르센티에프와 남편 세르게이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수차례 노렸다. 날씨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5월 22일, 그들은 천신만고 끝에 정상에 올랐다. 무산소 등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늦었다. ‘죽음의 지대(8000m 이상)’에서 비박을 해야 했다. 8500m 지점이었다. 무산소 등정이었으니 산소통은 없었다. 고소증세가 덮쳤다. 게다가 프랜시스는 설맹에 걸린 듯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어둠과 눈보라 속에서 프랜시스와 세르게이는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영국인 이안 우달과 남아공에서 온 캐시 오다우드는 정상 300m 아래에서 멈칫했다. 보라색 형체가, 길에서 조금 벗어난 슬로프에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 ‘보라색’은 여성 등반가였다.
“날 버려두고 가지 마세요.”
그녀는 입술을 간신히 뗐다. 그녀의 얼굴은 왁스를 바른 듯 창백했다. 그리고 물렁했다. 눈은 풀려 있었다. 캐시를 쳐다보며 말했지만 허공에 대놓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제발, 날 버리지 마세요.”
"왜 제게 이러는 거죠?“
“난 미국인입니다. 미국인.”
갑자기 그녀가 말했다. 가만, 미국 팀은 며칠 전에 이미 하산하지 않았던가. 혹시 이 여자는 세르게이의 아내 프랜시스가 아닌가.
지나가던 우크라이나 팀이 왔다. 이안 일행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은(같은 등반대의 다른 팀)이 이미 산소를 이 여성에게 건네줬다고 했다.
그녀의 몸은 무거웠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체중을 다리에 실을 수 있다면, 충분히 함께 하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무너졌다.
영하 30도였다. 이안 일행의 손가락은 얼어붙었고, 발은 급속히 온기를 잃었다. 급경사였고 슬로프는 불안정했다. 그녀는 의식을 꺼뜨리고 있었다. 모두가 절망했다. 그들은 에베레스트 곳곳에서 희새자들을 봤지만, 눈앞에서 사위여가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안 일행은 한 시간 넘게 그곳에 있었다. 이제 움직이지 않으면 모두가 위기를 맞이할 것 같았다. 그녀, 미국 여성 최초의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자 프랜시스를 놔두고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올게요. 약속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왔을 때는 너무 늦었다. 1998년 5월 24일이었다. 그녀는 조난 뒤 사흘을 버텼다.
한네노르 슈마츠는 1979년 이후 계속 앉아 있었다. 자신의 배낭에 기댄 채 눈을 뜨고 있었고 머리는 바람에 계속 날렸다. 그녀는 정상 등정 뒤 자신의 캠프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서 더이상 하산하지 못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그 모습으로 있다가 어느 날 사라졌다. 그녀의 별명은 ‘독일 여자(The German Woman)'였다.
1924년 영국의 2차 에베레스트 원정대였던 조지 맬러리는 94년 째 에베레스트에 있다. 동료 앤드류 어빙과 함께 묶었던 로프를 허리에 맨 채다. 어빙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프랜시스는 에베레스트에서 ‘잠자는 미녀(The Sleeping Beauty)’로 불렸다.
그들은 왜 오늘도 산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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