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다 간...

여름

소한마리-화절령- 2018. 6. 26. 08:39

여름




한 남자가 뒷짐을 지고 있다
남자는 산모퉁이에서 뽑아낸 버스를
눈으로 끌고 있다
버스는 뱀처럼 밭둑을 헤치고 간다
버스는 버스의 얼굴로 남자 앞에 덜컥, 섰다가
저 멀리 돌아서 갈 때는 이끼로 변해버린다
아무도 하차하지 않는 소읍의 오후,

이 노곤한 슬픔은 누가 배치한 것일까

남자는 다시 뒷짐을 지고
여름은 원시 부족처럼 번식한다

- 김생, 시 '여름'


여름의 적막을 느껴본 적 있으신지요.
아무도 오고가는 이 없이 그저 햇볕만 쨍쨍한 날.
어쩌다 버스 한 대가 풍경으로 사라지는 소읍의 오후.

'바람이 머물다 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으아리 꽃  (0) 2018.06.27
초짜들의 '생짜' 연기.. 충무로 주연들이 젊어졌다  (0) 2018.06.26
김희선, 눈부신 청순 미모   (0) 2018.06.15
대전 오씨칼국수와 물총조개  (0) 2018.06.06
안개꽃  (0) 201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