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 남자가 뒷짐을 지고 있다
남자는 산모퉁이에서 뽑아낸 버스를
눈으로 끌고 있다
버스는 뱀처럼 밭둑을 헤치고 간다
버스는 버스의 얼굴로 남자 앞에 덜컥, 섰다가
저 멀리 돌아서 갈 때는 이끼로 변해버린다
아무도 하차하지 않는 소읍의 오후,
이 노곤한 슬픔은 누가 배치한 것일까
남자는 다시 뒷짐을 지고
여름은 원시 부족처럼 번식한다
- 김생, 시 '여름'
여름의 적막을 느껴본 적 있으신지요.
아무도 오고가는 이 없이 그저 햇볕만 쨍쨍한 날.
어쩌다 버스 한 대가 풍경으로 사라지는 소읍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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