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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역량향상이 고용으로 이어지는가?

소한마리-화절령- 2018. 8. 2. 12:00
개인의 역량향상이 고용으로 이어지는가?
반 가 운(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한국, 개인 역량이 높다고 고용률이 높지는 않다
  고용률 제고가 한국 노동시장의 화두이다. 개인의 역량이 향상된다면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통적인 경제이론은 ‘그렇다’라는 답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당연한 대답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 노동시장의 문제가 개인의 역량 향상의 문제로만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기본입장이다. 필자는 한국의 경우만 유일하게 다른 OECD 국가와 달리 역량이 높은 집단이 낮은 집단에 비해 고용률이 더 높지 않은 현상에 주목한다.

  필자는 한국의 고용률을 제고하기 위해 기존의 공급중심 정책을 수요측면으로까지 확장할 것을 주문한다. 본 글을 통해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일터를 고 스킬 양질의 일터로 혁신하는 것이 고용률 제고에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OECD 국가들 개인 역량과 고용률의 관계를 비교해보니
  본 글은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적절한 진단을 위해 국제비교 방법을 이용한다. OECD 국가들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한국 노동시장에서 스킬 혹은 역량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제성인역량조사(Program for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이하 PIAAC)를 이용한다.

  PIAAC 조사는 OECD에서 주관하는 성인 대상 국제조사로, 2008년 시작하여 2010년 예비조사가 실시되었고 실제 조사는 2011년 하반기와 2012년 상반기에 수행되었다. 분석 대상은 OECD 주관으로 총 24개국, 16~65세 성인 15만 7천 명이 PIAAC 조사에 참여하였으며, 한국은 6,667명이 참여하였다. 이 글에서는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21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다.

  본 글에서는 PIAAC에서 측정하는 언어능력 값을 활용하여 역량과 고용률 간의 관계를 본다. OECD(2013, The Survey of Adult Skills: Reader’s Companion, OECD Publishing)에서 정의하는 언어능력은 “사회 참여, 개인의 목표 달성, 개인의 지식과 잠재력의 개발을 위해 문서화된 글을 이해, 평가, 활용, 소통하는 능력”으로, PIAAC에서 측정하는 언어능력은 단순한 ‘읽기’ 능력이 아니라 인지적 스킬의 일종인 핵심정보처리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언어능력은 총 5개의 수준으로 제시되며, 1수준 이하가 가장 낮고 5수준이 가장 높다.

  역량 낮은 집단의 고용률은 높고, 역량 높은 집단의 고용률은 낮다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은 역량 수준이 낮은 집단(Level 1 & Below)의 고용률이 67.0%로 OECD 21개국 중 두 번째로 높다. 반면, 역량 수준이 높은 집단(Level 4 & 5)의 고용률은 63.2%로 OECD 21개국 중 21위를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 고역량자인 ‘Level 4 & 5’의 고용률이 비교대상국 중 가장 낮은 것은 비교대상국에 비해 고역량자가 취업 외에 진학 등 다른 대안을 선택하거나, 고스킬자가 취업할 만한 좋은 일자리가 경제 내에서 부족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개인 역량 향상시켜도 고용에 유리하지 않다
  [그림 2]는 PIAAC을 통해 드러나는 학력, 역량, 고용률, 임금의 관계로서 한국과 OECD 국가 평균을 비교한 것이다. 역량은 마찬가지로 언어능력으로 측정한 인지적 역량 수준으로 해당 값이 클수록 역량 수준이 높은 집단이다. [그림 2]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학력곡선은 우상향이지만 역량곡선은 수직이다. 본 글에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수직의 역량곡선을 가지는 경우는 OECD 국가들 중 한국이 유일하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역량 혹은 스킬이 향상될 때 임금은 증가하고 취업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정책담당자 입장에서는 인적자본 향상과 관련된 노동시장 공급정책을 통해 노동시장 성과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 2]는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이 다른 OECD 국가들과 달리 전통적 경제이론이 낙관하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고용률 제고를 위해서는 공급처방만으로는 부족하고 노동시장 수요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함을 방증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 구조에서는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실시하더라도 고용률의 증가로 이어지는 경로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학력으로 증명되는 역량만이 평가받는다
  한편 한국은 고학력일수록 고용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학력과 인지적 역량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기 때문에 학력으로 증명되는 개인의 역량만이 한국 노동시장에서 평가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림 2]는 학벌 경쟁을 부추기는 왜곡된 한국 노동시장의 또 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직장에서의 스킬활용 수준이 낮다
  [그림 3]은 PIAAC에서 제공하는 여러 스킬활용 지표를 활용하여 필자가 구축한 ‘직장에서의 스킬활용’ 지수이다. 한국은 직장에서 스킬활용이 가장 낮은 국가이다. 한국은 저역량자의 스킬활용 수준이 비교국가들 중 가장 낮고, 고역량자의 경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그림 4]는 전문직 비율을 국제비교한 결과이다. PIAAC은 국제표준직업분류에 따라 응답한 개인의 직종을 다시 전문직, 준전문 사무직, 준전문 생산직, 단순 노무직으로 분류하는데,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성인의 비율을 계산하였다. 한국은 전문직 종사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이다. 저역량자와 고역량자 모두 비교국가들 중 가장 낮다. [그림 3]과 [그림 4]의 일터에서의 스킬활용과 전문직 비율은 노동시장의 스킬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는 바, 한국 노동시장의 스킬수요는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고역량자 고용률이 낮은 것은 스킬수요가 낮은 것과 연관된다
  이제 스킬수요와 고용률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그림 5]에서는 직장에서 스킬활용 및 전문직 비율과 고역량자 고용률의 국가별 값을 이용하여 상관관계를 확인하였다. 이에 따르면 스킬수요와 고역량자 고용률 간에는 긍정적인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국제비교 관점에서 매우 낮은 스킬수요를 보이는 데, 이것이 낮은 고역량자 고용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것이다. 요컨대 한국의 경우 비교대상국들에 비해 고역량자 고용률이 낮은 것은 일터에서 고스킬을 요하는 전문직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낮은 스킬수요가 [그림 2]에서 나타나는 수직의 역량곡선과 상당한 관련을 가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양질의 높은 스킬을 요구하는 일터로 바꾸어야
  지금까지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역량이 높다고 해서 고용률이 높지 않은 왜곡된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낮은 스킬활용 혹은 노동시장의 낮은 스킬수요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전문직 일자리도 부족하고 직장에서 고급 스킬을 활용하는 수준도 높지 않다. 노동시장에서 스킬에 대한 수요가 낮다면 이는 고역량자의 취업 기회가 그만큼 제한됨을 의미한다. 역량이 높다고 해서 고용률이 높아지지 않는 왜곡된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서 스킬수요를 제고하기 위한 경제 구조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분석한 바처럼 일터를 고급 역량을 필요로 하는 양질의 고스킬 일터로 바꾸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 내부의 경영관행을 혁신하는 것과 더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원하청 관계 개선,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시간 단축도 같은 맥락에서 고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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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반 가 운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미래인재·자격연구본부 부연구위원

· 전공분야 - 노동경제학 및 노사관계
· 연구실적 - 사회정책 주요의제 발굴 연구(2018)
자영업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직업훈련 참여 제고를 위한 훈련 수요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2018) 등


컬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다산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