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 낯빛의 리더십 |
박 원 재(강원대 강사) |
『한비자』의 「주도(主道)」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비자는 인간이란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이기적인 존재로 보았다. 이 때문에 군주가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특히 그중에서도 군주권의 잠재적 위협요소인 신하를 완벽히 제어하려면 이 이기심을 미끼로 활용하는 통치를 하라고 권고한다. 많이 알려진 신상필벌(信賞必罰)이 그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신하의 공과에 대해 상과 벌을 엄격히 시행하면 이익되는 것은 좇고 해되는 것은 피하려는 본성이 그들로 하여금 군주권에 머리를 조아리게 할 것이라는 요지이다. 반면에 가장 바보 같은 짓은 신하들에게 군주 자신의 호오(好惡)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하들은 그것을 교묘히 역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 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를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조금 극단적인 통치술이기는 하지만 한비자의 이런 생각 속에는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을 꿰뚫는 통찰이 있다. 위사람의 인정을 받는 두 가지 방법 인간 본성의 선악 여부를 떠나 타인, 그중에서도 자신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는 이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기본 성향 가운데 하나이다.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는 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 뿌리를 둔 ‘인정 투쟁’이라는 철학적 주장도 있는 것을 보면 이는 거의 본성에 가까운 성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왜 빠른 구조가 이루어지지 못했을까? 왜 책임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현장에 대한 신속한 지휘 대신 청와대 보고에만 급급했을까? 아무리 능력 없는 대통령이더라도 평소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렇게 대응하라고 지시했을 리는 만무하다. 아니 오히려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주문했을 것이다. 따라서 원인은 거기에 있지 않다. 말과 다르게 대통령이 평소 표했던 관심의 방향은 그런 쪽이 아니었고, 그 결과 아랫사람들은 그 방향으로 알아서 기는 쪽으로만 능력을 키운 데 있다. 리더의 눈빛 하나 낯빛 하나가 곧 메시지 근래 한창 지탄의 대상이 되었던 모 항공사 총수의 일탈 행위의 근원도 여기에 있다. 기쁨조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비뚤어진 조직문화가 그가 시켜서 생긴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미루어 짐작건대 어떤 계기로 그런 장면을 처음 접했을 때 그는 별 생각 없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눈빛과 낯빛을 지은 일밖에 없을 것이다.
통치자가 무심코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몸짓 하나하나가 곧 정치의 성패와 직결됨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이 오사를 군자의 바람직한 몸가짐의 표본으로 발전시킨 『예기』의 ‘구용(九容)’이 강조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리더의 몸짓 하나하나는 이처럼 중요하다. 무심코 짓는 표정 하나는 곧 의도와 무관하게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그러니 무릇 남의 윗사람 된 자는 눈빛 하나 낯빛 하나부터 조심할 일이다. 이것이 참된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작게는 부모 노릇부터 크게는 CEO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남의 윗사람 되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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