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신화는 거짓이었다]①'선진 경영기법'이라던 아웃소싱, 실제로 기업에 이득 없었다
김준영 입력 2018.09.22. 18:01
아웃소싱은 기업 외부의 전문성을 활용해 품질을 향상시키거나 비용을 절감해 경쟁 기업에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경제위기 등을 틈타 ‘선진 경영기법’처럼 추앙받으며 널리 퍼졌다. 그러나 아웃소싱의 비중이 커질수록 기업은 지식을 내부에 축적하기 어렵고 상품 및 서비스의 외부화로 인해 거래비용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에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고용 불안까지 초래해 노동자의 삶의 질 하락과 경제 전반 및 장기 성장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무분별하게 퍼진 아웃소싱으로 인해 어떠한 폐해가 발생했고, 향후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짚어본다.
노동 유연성 증대 및 비용(인건비) 절감 등 각종 효과를 내세우며 ‘선진 경영기법’으로 추앙받던 아웃소싱이 실제로는 기업의 경영 성과와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은 ‘남이 좋다고 하니까’, 혹은 ‘경영진의 위안 효과’ 등이 주된 원인이었을 뿐, 아웃소싱으로 인한 구체적인 효과나 성과에 대해서는 증명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반면 기업 내부적으로는 노사관계 악화 및 산업재해 증가 등의 영향을 미쳤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임금격차·소득양극화 확대와 기회 공정성 훼손 등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노동연구원의 ‘아웃소싱의 메커니즘과 기업 내외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아웃소싱의 주된 목적인 △인건비 절감 △인력 유연성 확보 △외부 전문성 활용의 3가지 측면과 생산성 향상 사이에 통계적으로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지난해 8∼9월 국내 기업 250곳을 대상으로 일대일 대면조사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코스피 상장 기업은 105곳(42%)이었고,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기업은 84곳(33.6%), 아웃소싱을 실시하는 기업은 201곳(77.4%)이었다.
◆생산성 향상 효과 미지수지만 따라하기식 확대
우선 아웃소싱을 활용하는 주된 목적인 △비용절감 △인력유연성 △전문성 확보의 경우 약간의 정(+)의 관계가 있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다만, 전문성 확보의 경우 어느 정도까지는 아웃소싱이 증가할수록 떨어지다가 한계점을 넘어서면서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아웃소싱의 확대는 경영적 성과에는 별다른 영향 없이 외주업체의 관리부담만 키웠다. 아웃소싱의 규모가 커질수록 외주업체의 관리부담(통계적으로 99% 유의)과 품질 저하(90% 유의)는 정(+)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아웃소싱의 효과 및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늘려온 것은 단순히 경쟁사를 모방하는 차원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아웃소싱 확대에 대한 독립변수로 ‘전략적 의사결정’과 ‘경쟁회사의 모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략적 의사결정은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경쟁회사 모방전략에 대해서는 95% 수준의 유의성으로 정(+)의 관계를 보였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이 아웃소싱을 늘릴 때 기업의 내부 상황보다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동종산업의 추세를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내에서 아웃소싱이 유행처럼 퍼진 이유를 조금이나마 설명해주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용안정 약화·산재 증가 등 노동자에게 부정적
아웃소싱의 확대는 기업의 내부 고용 관계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는 임금 공정성과 직업 안정성의 저하를 초래했다.
아웃소싱의 확대는 내부 구성원 전체의 월 평균 임금(90% 유의)과 임금 공정성(95% 유의)에 부(-)의 효과를 보였다.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이 전체적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적절하게 분배되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임금의 감소가 곧 사업주의 지출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 외주업체에 별도로 지급하는 수수료 및 관리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재인정부가 시작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중 첫 사례였던 인천공항의 경우에서도 이는 증명된 바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복리후생비를 비롯한 임금 증가가 발생했지만 외주업체로 인한 중간 비용을 통해 이를 상쇄할 수 있었다.
직원들이 원하는 기간만큼 근무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고용안정성과 직종에 대한 미래 유망도를 나타내는 직업안정성도 아웃소싱 규모가 커질수록 부정적이었다. 아웃소싱 확대에 따른 고용안정성과 직업안정성의 확대는 양쪽 모두 부(-)의 관계가 있었고 통계적으로 95% 유의했다.
아웃소싱을 많이 하는 기업에서는 산업재해도 많이 발생했다. 아웃소싱의 확대는 산업재해 근로자의 증가와 정(+)의 관계가 있었고 통계적으로 95% 유의했다. 연구진은 “아웃소싱을 통해 위험이 외주화되는 것만이 아니라 아웃소싱을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나타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기업 차원 넘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
아웃소싱으로 인한 다자 고용관계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삶의 질과 미래 발전 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웃소싱으로 인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에 비해 임금이 50.3%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성별, 근속연수 등 다른 변수를 배제한 값이다. 연구진은 극단값과의 효과를 통제하기 위해 단시간 및 초장시간 근로자를 제외(35∼84시간)하고 최저시급의 50% 이상을 받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했다.
간접고용은 4대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의 가입률에 부정적(-) 영향(99% 유의)을 미쳤다. 실직 후나 노후에 심각한 빈곤에 처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족의 수입이나 여가 생활, 주거환경, 가족관계 등 가구로 확장된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측면에서는 근로소득 등 총소득이 감소했고, 상대적 빈곤의 증가세(이상 99% 유의)는 뚜렷했다.
소비의 측면에서는 외식비와 교양오락비의 감소(이상 99% 유의)가 두드러졌다. 저축 및 자산 형성 측면에서는 저축과 저축률, 자가 소유 모두 부정적(-) 관계에 있었고, 부채에 대해서는 정(+)의 관계를 보였다(이상 99% 유의).
연구진은 “아웃소싱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확인된다”며 “간접고용이 늘어날수록 사회 전체적으로 임금 불평등 확산, 소득 양극화 확대, 기회 공정성 훼손 등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계 등 일부 전문영역에서는 긍정적 효과
아웃소싱은 분야와 범위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경제적 성과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아웃소싱 업무 중가장 전문적인 영역으로 보이는 경영·마케팅·회계업무의 아웃소싱은 예외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이 세 가지 업무에 대한 아웃소싱은 인당 부가가치(99% 유의)와 인당 순이익(95% 유의)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의 관계를 나타냈다. 고도의 전문적인 일부 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웃소싱이 기업의 경제적 성과와 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비핵심 업무의 아웃소싱보다 전문적인 업무의 아웃소싱이 오히려 경영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웃소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아웃소싱, 외환위기 이후 본격 확대
아웃소싱은 1990년대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1995년), 외환위기(1998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2004년) 등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해외에서는 기업경쟁이 심화한 1960년대 도입되기 시작해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효율성 증대 및 인건비 절감의 효과를 노리며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이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은 물론, 직종과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무차별적으로 확대됐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다.
이러한 문제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곪고 터진 결과가 바로 세월호 참사(2014년)와 구의역 사고(2016년) 등이다.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직접고용에 대한 중요성도 함께 커졌다.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7월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한 정규직 채용 원칙을 골자로 하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아웃소싱 확대에 대한 법적 규율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법적 규율을 확립하는 것은 물론, 향후 아웃소싱의 허용 범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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