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소멸 시계'..지방 인구 '마이너스' 시작됐다 [심층기획]
박영준 입력 2018.11.05. 19:06 수정 2018.11.05. 22:12
부산 강서구 덕도초등학교와 사하구 감정초등학교가 지난달부터 폐교 절차에 들어갔다.
1940년에 개교해 8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덕도초등학교는 지난달 기준 재학생이 18명, 1980년에 개교한 감정초등학교는 69명이 재학 중이다. 입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에서 각각 83%, 80.4%의 학부모가 폐교에 찬성했다. 두 학교는 내년 3월 폐교된다.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전학할 예정이다.
5일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부산의 자연증가 인구는 1400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81명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259% 감소한 것이다. 부산은 지난해 출생아가 2만1480명, 사망자가 2만1434명으로 자연증가 인구가 46명에 그쳤다. 부산은 올해 처음으로 자연증가 인구의 마이너스 전환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불리는 부산의 현실이자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자연증가 인구 감소 시대 ‘문턱’에 서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수도권 빼면 올해 국내 인구증가 -8100명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을 제외한 전국의 자연증가 인구가 81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이미 인구 감소가 시작된 셈이다.
시도별로는 1월부터 8월까지 17개 시도 중 절반에 가까운 8개 시도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경상북도가 3900명으로 감소폭이 가장 컸고, 전라남도가 3600명, 전라북도가 2700명이었다. 강원도 2300명, 부산 1400명, 충청남도 700명, 경상남도 500명, 충청북도 100명이 뒤를 이었다.
경기도와 서울의 인구증가가 전국 자연증가 인구 마이너스를 가까스로 막았다. 경기도 자연증가 인구가 2만800명, 서울은 9800명이었다. 인천이 3400명, 울산이 2100명, 대전과 세종이 각각 1700명, 1600명 증가했다. 광주는 1100명, 대구 700명, 제주 700명이 뒤를 이었다.
실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간한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9개 지자체(세종 포함) 중 인구 감소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시 4곳, 군 36곳, 구 17곳으로 모두 57곳에 달했다. 보고서는 △2015∼2040년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인구변화 △젊은 여성(가임) 인구변화 △고령 인구변화 등 3가지 인구 지표 추세에 근거해 2040년 인구 소멸 예상지역을 도출했다. 연구 결과 부산은 소속 군·구의 56.3%가 ‘위험지역’에 포함돼 인구감소 위험이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로 분석됐다. 이어 경상남도가 38.9%, 충청북도 36.4%, 경상북도 34.8%, 강원도 33.3%, 충남도 33.3% 등의 순으로 인구감소 위험지역에 해당하는 시·군·구 비중이 높았다.
서울시의 경우 인구감소 위험지역에 포함되는 구가 전체 25곳 중 4곳(16%)으로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비율이 낮았다. 관악구, 종로구, 강북구, 중구가 위험지역에 포함됐다. 경기도는 시·군·구의 58.1%가 인구감소 안정지역에 포함됐고, 대전광역시가 40.0%로 뒤를 이었다. 울산은 소속 군·구의 80.0%가 인구감소 안정지역에 포함돼 광역자치단체 중 인구감소 위험이 가장 적은 곳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5~2045년 장래인구추계 시도편’에서 2017년에 영남권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해 2032년 수도권과 2033년 호남권, 2041년에는 중부권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지방의 경우 수도권과 비교해 고령화 정도가 높아 사망자 수가 많고, 반대로 젊은 여성 인구가 적어 출생아 수도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인구구조 특성으로 인구 감소 패턴이 더 빠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소 9년 뒤에는 인구 자연 감소 시작
저출산·고령화로 출생아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사망자 수는 급격히 늘면서 인구 자연 감소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의 자연증가 인구는 2만5900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 자연증가 인구 6만600명과 비교하면 절반을 훌쩍 넘는 57.2%가 감소한 것이다. 대체로 출생아가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자연증가 인구는 4만명이 채 안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자연증가 인구는 7만2200명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인구동향에서는 매달 출생아 수가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8월 출생아 수는 2만7300명으로 1981년 월별 출생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8월을 기준으로 처음 3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8월 사망자는 같은 달 기준으로 1983년 이후 최다인 2만3900명을 기록했다. 8월 자연증가 인구는 3400명에 그쳤다.
통계청이 2016년 말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17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을 1.12명으로 가정한 우리나라 인구정점은 2027년이었다. 2027년에 인구가 정점에 달하고 2028년부터는 인구 감소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통계청의 1.12명보다 0.7명 감소한 역대 최저치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 감소가 급격한 인구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출산 추이 등이 시나리오에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인구 감소 시점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저출산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가임기 여성 인구가 감소하면서 출산율이 올라가도 출생아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출생아 수 감소는 가임기 여성 인구 감소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 출산율 감소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인구 구조상 20∼40대 인구가 많아 다가올 인구 감소 효과를 체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영향력이 본격화한다면 속도가 빠르고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효과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젊은 세대가 정부의 정출산 정책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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