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회사가 직원사생활도 관리해준다.

소한마리-화절령- 2006. 5. 17. 11:20

회사가 직원 사생활도 관리해준다

 
‘직원의 가정불화(家庭不和)는 곧 회사의 실적부진.’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생활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이 국내 기업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상사(上司)가 감히 건드려선 안 되는 영역이었던 부부생활, 고부갈등, 자녀교육, 개인 빚 문제까지 회사가 앞장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전체 직원의 5.3%인 85명을 대상으로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해 개인 사생활 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직원들은 카페나 음식점에서 비밀리에 전문가들과 만나 일대일 상담과 처방을 받았다. 그 결과 생산성이 눈에 띄게 오르고 이직률이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고 유한킴벌리 홍보실의 강경희씨는 말했다.

◆“세계 500대 기업 90%가 시행”

직원 사생활 상담 프로그램은 1970년대 도입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붐을 이루고 있다. 포천(Fortune)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시행하고 있을 정도다. ‘생산성의 적(敵)’인 직원의 스트레스 요인을 회사가 직접 관리해 업무능률을 높이고, 횡령 등 대형사고를 예방하려는 적극적 인사관리 시스템이다. 미국의 항공기제조업체인 맥도널더글러스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이직률이 35% 감소하고 생산성이 14% 향상됐으며, 제너럴모터스는 1000명의 사원들에게 실시해 연간 37만달러의 이득을 얻는 효과를 얻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현재 한국 내 20여개 기업과 계약을 맺고 있는 홍콩계 업체 ‘휴먼 다이나믹 아시아 퍼시픽’의 엄은정 컨설턴트는 “업무환경에 빠르게 적용해야 하는 IT업계와, 업무책임이 막중한 금융권에서 호응이 높다”면서 “상담을 신청한 고객 중에는 30대 과장 이하 직원이 가장 많고 관리자급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전문업체에 아웃소싱을 해서 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성격 테스트, 심리치료와 같은 기법도 동원된다.



◆한국 기업들도 속속 도입

우리나라에선 최근 1~2년 사이 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었다. 아직 결과를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하나은행·한국전력기술·LG생활건강·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이 이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A기업의 4년차 여직원 K씨의 경우 고부갈등 때문에 남편과의 관계가 악화돼 남편과 함께 1주일에 한 번씩 10회 가까이 상담을 받은 결과 고부갈등은 물론 남편과의 관계도 훨씬 좋아졌다. 부인과 이혼 직전 상황까지 갔던 B기업의 과장 L씨도 상담 후 재결합을 결심했다. 서울백병원 스트레스센터에서 10년간 축적한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10여 개 국내 기업 직원 상담을 하고 있는 EAP업체 ‘다인 C&M’의 강민재 컨설턴트는 “직원 개개인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