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절령통신

12년전 오늘 일기!

소한마리-화절령- 2006. 7. 9. 15:13
 

94. 7. 9. 토. 맑음 金日成主席 薨


불사조 일 것처럼 보이던 金主席이 어제 서거하였다는 긴급뉴스.

역사의 한 장이 넘어가는 거대한 물결이 흐르는 날이다.

마지막 혁명가. 훼예포폄(毁譽褒貶)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가장 큰 자취를 남긴,가장 큰 영향력은 가진 한국인-조선인이었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치 못하리라.

그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정확히 기록이 되겠지만 반만년 역사아래 약소민족의 슬픈 운명을 용납하지 않고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비록 백낙청 교수의 표현대로 농성체계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민족의 자존을 지키며 대등한 줄다리기를 해온 것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며, 반세기 동안 이북의 인민들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있었을 나름대로의 과오-경제적, 물질소비생활에서 결핍, 개인우상화 유일지도체계, 후계체제 문제에 대한 엄정한 평가 또한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포스트 金의 문제이다. 그의 사후 권력승계가 순조로울 것인가. 아니, 그의 돌연한 서거가 발표대로 병사인가. 아니면 다른 요인에 의한 사고사인가. 사고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병사의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 일부 경도된 이들의 평가처럼 리틀 김의 권력승계가 순조롭기만 하다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가.


이것이 곧 바로 독일의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겠지만 결코 내부 권력투쟁의 가능성조차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하루 이틀 더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만 무언가 급격한 변동이 있을 것은 분명하고, 무엇보다 민족문제, 핵문제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은 사실이다.

이남의 정치범, 보안법문제도 그만큼 어려워진 것 또한 사실이다.

난리를 떨던 전쟁위기에서 카터 방북에 따른 정상회담 정국으로 장밋빛이다가 급전직하의 분위기로 바뀐 이 현란한 정국.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다분하구나. 단지 한반도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정세는 물론이고 세계사적인 사건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북국가 내부의 체제정비, 북미회담, 정상회담, 북ㆍ일 수교문제 등이 한꺼번에 위기에 봉착하는 상황이겠다.

조문객을 받지 않겠다는 성명으로 보아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 인간의 죽음이 이처럼 복잡한 정세를 조성하기는 그 유래가 드믄 일이다. 스탈린의 죽음이나 마오, 티토의 죽음, 케네디의 죽음도 브레즈네프도.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하여튼 세기의 거인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는 영영 다시 올 수 없는 기회가 되어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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