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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고졸] 대졸자 넘쳐나다 보니 상대적 배제 인사담당자들 "고졸자도 능력 뒤지지 않지만…"

소한마리-화절령- 2011. 7. 14. 07:09

[우리 시대의 고졸] 대졸자 넘쳐나다 보니 상대적 배제

인사담당자들 "고졸자도 능력 뒤지지 않지만…"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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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사원과 대졸사원은 업무 수행능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

민간기업과 공기업을 막론하고 인사담당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학력 차이에서 오는 게 결코 아니라는 설명이다. 박인원 한국동서발전 인력담당 차장은 "대졸이나 고졸이나 일정 비율 일 잘하는 분들이 있다. 학력과 일의 성과는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장섭 기업은행 인사관리팀장도 "최근 고졸사원을 뽑아보니 자질과 열정, 사람됨됨이까지 어디 하나 지적할 곳이 없었다"며 "과거 상고출신 행장이 많이 나온 것만 보더라도 학력과 업무수행은 무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효성 서울시 행정국장은 "대학 전공을 필요로 하는 특정 부서를 제외하면 고졸이 업무 측면에서 부족한 점은 없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긍정적 평가를 받는 고졸들을 정작 선발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손동석 GS건설 인사관리팀 부장은 "대졸자가 넘쳐나다 보니 박사급이 일반사원으로 들어오는 실정이다. 고졸자는 자연스레 입사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학력 인플레이션이 심각한데다, 대졸 이상 지원자가 많다 보니 입사시험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 비해 고졸출신 우수 인재가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병돈 포스코 인사노무그룹 총괄직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학비 등의 문제로 대학입학을 포기한 우수 자원이 넘쳤지만, 지금은 대부분 대학을 선택하기 때문에 우수 고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사회 각층에서 학력 차별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대졸자 과잉 배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장섭 팀장은 "학력 차별 없이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체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원 차장은 "취약계층인 고졸에게 일정 채용인원을 할당해 안정된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확보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병돈 총괄직은 고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일이라는 관점에서 학력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과거 고졸 선배들처럼 철저한 자기계발과 노력으로 헤쳐나가면 누구든 고졸신화를 쓸 수 있다. 그런데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학력 탓만 하느라 본인만 손해 보는 경우를 종종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