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은행 高卒채용 '빛좋은 개살구'

소한마리-화절령- 2011. 7. 20. 21:56

 

은행 高卒채용 '빛좋은 개살구'

올해 은행들이 채용한 고졸 신입행원 모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율 10%이하..상대적 저임, 고용불안 지속

이데일리 | 이준기 | 입력 2011.07.20 17:01 | 수정 2011.07.20 17:29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부산

 




[이데일리 이준기 송이라 기자] 은행권이 앞다퉈 고졸 신입행원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고용형태가 모두 창구업무를 전담하는 계약직, 이른바 비정규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졸출신 행원들은 은행 취업 문턱을 가까스로 넘은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임금격차와 승진차별 등의 설움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 고졸 신입행원 채용이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고졸출신 신입직원 채용에 나선 은행들은 산업·기업·국민·신한·부산 ·농협과 일부 지방은행 등 모두 10여개. 이들 은행들은 특성화고 졸업생이나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행원을 채용했거나 향후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이 채용한 고졸 신입행원들의 고용형태는 모두 창구업무를 전담하는 계약직. 결국 고졸 채용이라는 선전만 앞세운 채 실질적인 고용형태는 대졸 신입직원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 씨티 등 학력 제한을 두는 일부 은행들보다는 전향적이지만 고용형태를 모두 비정규직으로 제한하는 것은 채용문호 개방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고졸 신입행원들은 예외없이 모두 2년 계약직 신분으로 출발한다. 2년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일반 정규직과는 임금 및 승진 체계 등이 달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금융계의 분석이다.

물론 2년후 무기계약직 신분부터는 전환고시라는 제도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있지만 그 또한 비좁아 실제 정규직 전환비율은 10%가 채 안되는 상태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경우 660명의 무기계약직 직원이 전환고시에 응시해 60명만이 합격했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 고졸 행원 채용계획을 밝힌 산업은행이 내부적으로 속앓이를 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다. 산은이 연수기간 3개월, 수습기간 3개월 등 모두 6개월만 지나면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은행 내부에선 고졸출신 전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은과 같은 국책은행의 경우 올해부터 자율경영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정부의 정원 통제를 받고 있는 만큼 정규직을 자의적으로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산은이 올해 늘릴 수 있는 정규직 인원은 모두 160명으로 제한돼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경제활동인구(1700만여명)의 3분의 1에 달하는 577만여명의 비정규직이 받는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50~70%선이며 그나마 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신있게 '고졸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히려면 뽑을 때부터 정규직으로 뽑아야 한다"며 "비정규직 저임근로자를 뽑아놓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 시책에 일조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