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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영등포지역 빈곤의 현장을 소개한다. / 박철수

소한마리-화절령- 2011. 9. 3. 09:18

 

[르포] 영등포지역 빈곤의 현장을 소개한다. / 박철수...
박철수 2011년 9월 3일 오전 3:16
[르포]

영등포지역 빈곤의 현장을 소개한다. / 박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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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영등포 역 부근의 술집 골목에서 회식모임 정도를 해 본 사람들은 영등포가 그냥, 상업도시, 유통의 도시쯤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밤중 2~3시쯤에 영등포로타리 부근 제일 높은 빌딩 옥상에서 내려다본다면 영등포가 ‘빈곤의 도시’임을 단번에 알 수가 있다. 유동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린 시간, 누가 이 동네에서 잠을 자고 이 지역의 거리를 배회하고 있겠는가? 이 동네사람, 원주민만 남아있다. 그들은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고, 일용직 노동자들이고 수급자들이고 ‘노숙인’들이다. 그 숫자가 어립 잡아 1만 명이나 된다. 빈곤의 도시 ‘영등포’ .........
삶의 절망과 재기의 꿈과 왜곡된 생활과 포기와 기다림과 낙관과 달관과 익숙해진 좌절이 있고 그 와중에도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편의상 한강성심병원에서 영등포 역 쪽으로 걸어가며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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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보금자리 노숙인 상담보호센터.

노숙인 복지시설이다. 시설은 이용시설(상담보호센터)과 생활시설(쉼터)로 구분되고 햇살보금자리는 상담보호센터이다. 영등포지역에는 이런 노숙인 복지시설이 7개나 있다. ‘거리노숙인’, ‘입소노숙인’ 이라는 말을 쓴다. 입소노숙인은 쉼터에 입소한 사람들이고 거리노숙인은 거리에 서성이는 사람들이다. 서울시에서는 입소노숙인 2,000명 거리노숙인1,000명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숫자는 시설의 정원에다 서울역과 역등포역 중심으로 ‘거리 노숙’하는 사람들을 합한 수치일 뿐이다. 실제로는 노숙과 주거상실빈곤의 경계선이 없다. 반복형노숙인, 처마 밑에 스며있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포함하면 곱하기 3은 해야 맞다. ‘노숙인’이라는 말도 쓰고 최근에는 홈리스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 노숙인... 누구일까? 별달리 특별한 것도 없다. 지하단칸방 하나 유지할 형편이 못 되서 거리에서 생활하는 (주거상실) 빈곤상태일 뿐이다. ‘사회복귀’라는 말도 난무한다. 사회란 어디일까? 양극화의 끝자락, 거리생활로 내몰려 있지만 그들도 엄연히 우리사회의 일원으로써 힘든 삶을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정글에 사는 타잔들이 아니라 빈곤의 사회를 사는 빈민일 뿐이라는 말이다. ‘(개별적)사회복귀’라는 이데올로기만을 주입시킬게 아니라 빈곤사회 전체를 ‘(집단적)덜 가난’ 쪽으로 밀어 올리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해보자모임’ 사무실.

4년 전쯤 햇살보금자리 이용자들 사이에서 태동하여 작년 5월에 정식총회를 거친 단체의 사무실이다. 이 지역 고시원 등에서 사는 수급자, 일용노동자들, 그리고 노숙인 시설을 이용 중인 사람들이 모여 단체를 만들었다. 빈자들 스스로가 뭉쳐서 활로를 개척해 간다는 목표를 가진다. 홀몸으로 가족단위와의 단절상태, 월평균수입 50만원, 1평 미만의 공간에서 주거를 해결하는 사람들 ... ‘답이 안 나온다’는 결론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내 탓’이라며 맥 빠진 채로 모래알처럼 외로운 사람들에게 “답이 있다. 함께 가자!”는 깃발을 들고 독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거비를 낮추자는 취지로 ‘비영리고시원청원운동’, 막노동 인력 소개비 없애고 일당 노임을 높이자는 ‘무료인력사무소 청원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 영등포에서 모델을 세우고 수도권 대형 전철역마다에 고구마줄기처럼 달려있는 10여만 명에 이르는 도시빈민들을 규합하는 빈민운동의 확산에 진력하고 있다. ‘빈당당’이라고 주장한다. “빈민이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고 되 뇌인다.



영등포 2동 주민 센터

영등포지역, 특히 영등포로터리 부근지역은 빈곤의 도시이다, 영등포 2동에 주소를 둔 어린이, 젊은이는 거의 없다, 다 4~50대 이상의 연령층이고 노인이 많고 수급자, 차 상위 등록자가 많다. 전국에서 수급자 최대 밀집지역이다. 여기 주민 센터 앞마당에 아침 9시에 오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점심 먹고 오후가 되면 또 모인다, 공공근로, 조건부수급자들 출석 부르는 장면이다. 영등포구 전체 수급자는 6,000명, 그 중에서 영등포 2동 이곳에만 600명의 수급자들이 몰려있다. 수급자들 대부분이 고시원에 살고 있다. 고시원 방값은 평균 23만원, 수급 나오는 돈의 50%가 고시원비용으로 나간다.


중 마루 공원

영등포에는 해보자모임이 있다고 했다, 매년 해보자모임에서 삼일절이 되면 여기서 기념식을 한다. ‘우리들이 진행하는 삼일절 기념식’이다. 지금까지 4차례나 했고, 같이 모여서 어디에도 낄 데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끼리 모여 기념식을 한다. 독립선언문도 저희들끼리 낭독하고 애국가를 부른다. 삼일절노래를 부르고 묵념을 하면 저절로 감동이 된다. 2010년 월드컵기간에는 이 단체 주관으로 대형 스크린 만들고 야외응원행사도 여기서 했다. 영등포빈민운동의 성지..., 이곳이 빈민들이 세상을 향해서 소리치는 곳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경원사우나 해수사우나 삼보사우나 ......

하루 밤에 100여명이 이곳에서 잔다, 술 마시고 회식하다가 막차 놓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집이 없는 일용노동자들의 잠자리로 이용된다. ‘남성전용사우나’라고 간판에 표시된 곳은 아예 전문적인 야간 속소이다. 하룻밤 사우나 잠자리를 이용하려면 6,000원~7,000원이 든다. 영등포에 이런 곳이 약 20여 곳이 있다. 23만원 목돈이 있어야 가림 막 있는 공간 고시원에 1개월 등록을 하는데 그마저 없는 사람들이다. 고시원사람들이 중산층이면 사우나사람들은 달동네 사람인 셈이다.


한양고시원, 가인고시원, 엔고시원, 영등포고시원.....

이런 고시원이 영등포 이 지역에 104개가 있다. 영등포 4거리를 중심으로 촘촘히 박혀있다. 가만히 서서 빙 둘러보아도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한 곳에 50개 방이 있고 50명의 주민이 주소를 얹어놓고 산다. 이렇게 따지면 5,000명 정도가 고시원생활을 한다. 7~8년째 고시원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한 고시원에는 수급자가 15명 일용노동자가 35명산다고 보면 된다. 수급자들은 모두가 병을 가졌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의료문제, 상향주거문제, 취업문제, 종자돈 형성의 과제, 가족통합의 문제, 신용불량멍에를 벗는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고시원에 주소를 만들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신용에 쫒기는 사람들이다. 파산, 면책, 신용회복 등의 문제는 어쩌면 아무런 걱정도 없다. 추석명절날 가족들한테 안부전화 못하는 사정들. 마음속의 신용불량의 멍에는 해결책도 없다.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사람들이다. 외국인 노동자 상담소는 있는데 고시원주민 상담소란 말은 아예 없다. 서울시에 고시원 숫자가 4년 전보다 54%가 증가했고 방 숫자가 16만 5천개라고 한다. 킹사이즈 침대넓이만한 공간에서 주거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수도권과 광역대도시에 얼마나 될까? 누가 조사 좀 해주면 좋겠다. 족히 60만으로 추정된다. 영등포 같은 도시빈민 밀집지역에는 고시원주민 상담소가 있어야 하고 나라에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보조 출연자(엑스트라) 노동조합

역 앞 아자 빌딩 5층에 숨어있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부도난 건물에서 50만원 한 달분 월세 먼저내고 사무실을 유지한다. 70 80년대 산업선교에 들락거리던 공순이, 원풍노동자 출신 문계순.... 50대 주부가 앞장서서 일군 노동조합이다. 2006년 어느 날 우연히 벼룩시장보고 엑스트라 일 한번 나가고부터 단번에 알았다. 여기가 70년대 평화시장이고 어린동심들과 함께한 전태일이 지금도 필요하다며 6년째 인고의 세월을 견뎌 엑스트라출연자 노동조합을 이끌어 온다. 현재 조합원 수는 1,500명이고 전업 보조출연자 조합원은 100명 정도라고 한다. 원 청은 사극 드라마 제작의 방송3사이고 하청은 기획사들이고 기획사 산하에 지부들이 있고 지부들은 모집책들을 끼고 있다고 한다. “원청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흘러오면서 11가지 명목으로 다 떼이고 촬영현장 이동시간을 떼먹고.... 세상에 25%가 떼이는 이런 개 같은 경우가 ..” 문계순은 설명하면서 호흡이 고르지 못할 정도로 다급하게 말한다. 조합원 거의가 사글세지하방, 고시원 등에 살고 ‘돌아온 싱글’들이다. 이혼상태가 90%란 말이다.


영등포시장 좌판 주점

이곳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혼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술잔을 비우고 나무젓가락으로 안주 한 점도 아끼면서 뒤적거린다. 외로움이다. 가난은 의식주의 불편함에서 그치지 않고 더 큰 위력으로 그들의 삶을 위협한다. 자괴감, 허무함, 옛 기억, 고향생각의 냄새가 그들의 얼굴에 묻어 있다. 영등포 가난한 사람들은 술 마실 때 맛보다 더 우선하는 것이 있다. 안면이다. 안면 있는 사람,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과의 소통이 되는 술이 더 우선이다. 그래서 저렴하기도 하지만 단골집으로 간다. 외상도 된다. 누님 이모로 부르며 신용불량자도 신용을 쌓을 수 있는 곳이다. 돈 여유가 없을 때는 소주 한 병 시키면 김치안주 내주고, 여유 있을 때는 매상신경도 써주면 된다. 이곳에 낮에는 ‘데마찌’ 맞은 노동자들이 오고, 소일거리 없는 수급자들이 온다. 저녁에는 혼자 마시고 있다가도 지나가는 아는 사람 불러 앉히고 같이 외로움을 달랜다. 나는 술이 고프고 외로울 때 이곳을 지나간다. 그러면 누군가가 있고 화들짝 반가워하고 앉아보라하고 술을 따라준다.


24시 만화방들

고시원에 살려면 한 달 방값 23만원의 목돈이 있어야 된다. 그것이 없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이곳에서 산다. 샤워시설도 있고 양말 빨아서 말리는 데도 있다. 단골 장기이용자들에게는 수면실이용도 허용되고 카운터에서 전화도 받아주고 메모도 전달해 준다. 하루 밤 야간 이용 5천원. 24시간 들락날락 풀타임이용은 9천원이다. 만화를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숙박시설인 셈이다.


영등포 자원.. 고물상들.

거리거리 골목골목마다에 리어카들이 돌아다닌다. 파지 한 무더기, 박스 몇 장을 케리어에 싣고 고물상으로 향하는 할머니 부대들도 많다. 500원이나 받을까? 비오는 날 빼고 하루 4만원 벌이하는 리어카꾼들은 선수들이고 2만원 벌어 하루를 지나는 사람들은 2군들이다. 역전노숙인들, 몸을 움직일만한 수급자들이 고물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고물상의 수는 2~30 여개. 고물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의 수는 영등포에만 3~500명으로 추산된다. 해질녘쯤에 리어카 가득히 파지를 꾸려놓고 슈퍼 앞에서 혼자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 당당해보이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어디서 자고 어떻게 먹고 지내는지는 대답이 너무 쉬운 궁금증이다.


한게임 전문 피시방.

어떤 곳에는 피시방 좌석이 6개정도 밖에 안 된다. 쉽게 이해가 안 가겠지만 6개 좌석 돌려서 가게세도 안 나오는데 간판 걸어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뭔지 아는가? 게임머니 환전해주는 수입이 따로 있다. ‘바다이야기’도박장 상품권 환전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고객층은 누구겠는가? 일용노동자들이다. 영등포에는 없는 사람들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시원주인, 인력사무소업자, 그리고 이런 환전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도 큰돈은 못 버는 영세 상인이다. 건물주와 전주가 알지게 벌고 있는 셈이다. 인력사무소는 전주들이 실장들을 내세워 운영하고 있으니까.


스카이피시방.

이곳은 꽤 유명한 곳이다. 좌석숫자가 100개다. 자욱하게 앉아있는 사람들 모두가 일용노동자 아니면 ‘노숙인’들이다. 가격부터가 1시간에 500원이다. 일반고객은 한사람도 없다. 경찰들이 범법자 건수 올리려고 불심검문 차 수시로 들락거리고 명의도용, 대포통장, 바지사장, ‘히빠리’들도 들락거린다. 낮에는 무료한 ‘노숙인’들과 데마찌 난 일용노동자들이 몰려있고 밤이 되면, 내일 일 나갈 일용노동자들이 들어차서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거나 하면서 밤을 지낸다. 새벽에는 인력차가 와서 대기하고 자기들끼리 일거리 정보도 교환하는 곳이다. 영등포에 이런 피시방이 수십 개나 되고 일반피시방에도 평균 3~4명의 주거상실빈민들이 밤을 지낸다.


양천인력, 선우인력, 동부인력, 명성인력.........

로타리 근처, 김안과 부근에 몰려있다. 이런 인력사무소가 30개정도 된다. 영등포는 인력사무소 밀집지역이다. 그것은 곧 일용직 막노동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하루일당 7만원에서 소개비 10%, 현장으로 가는 왕복승합차량 비용, 이른바 '똥값'을 떼고 나면 56,000정도의 일당, 일을 하고 현장에서 돈 받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저녁에 받는다. 보름 계속 일 나가고 한꺼번에 돈 받는 조건으로 8만원짜리일이 있어도 안 간다. 아무리 적어도 당장 그 날 저녁에 돈 받는 일을 선호한다.
우선 먹고 자고 해야 하는 사정도 있지만, 일당임금을 떼먹혀본 경험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라면 값, 자장면 값, 담배 값, 다 올랐는데 15년째 건설막노동 일당은 그대로란다. 한 달에 10만원 저축할 여력이 없는 일용노동자들이 탈출구가 없으니까 몇 만원이라도 손에 쥐면 저쪽에 있는 경마장에 가서 한방을 기대한다. 영등포는 원스톱시스템이다.


화상중계소 경마장,

13층 건물. 금, 토, 일요일에 경마장이 개장된다. 대한마사회 영등포플라자가 공식 명칭이다. 전국 32개소 중에서 제일 크다. 하루에 3만 명 정도가 다녀간다. 마지막 12경주가 끝나고 어둑해진 시간이면 13층 대형 건물 출입구마다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내리는 풍경은 장관을 이룬다. 허름한 행색,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보라. 피 같은 돈을 버려두고 다음 기회, 다음 베팅의 희망만을 가지고 나와서 흩어지는 얼굴들.... 쓸쓸한 표정을 애써 숨기려 하나 가능한 일이 아니다. 지팡이 짚은 수급자도 있고, 노숙시설에 자러가는 사람도 있고 다수의 사람들이 고시원, 만화방, 사우나로 향해서 걸어간다. 이 지역 빈민들의 돈을 싸그리 빨아들이는 곳이다, 일주일에 몇 억 원씩이나 고정적으로..... 경마중독 때문에 빈민이 된 게 아니라 빈곤으로 미끄러져 오고 나서 경마습관을 가지게 된다. 기백만의 밑천, 방 보증금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경마 말고는 없다고 말한다. ‘생계형 경마’, ‘탈출형 경마’인 셈이다. 영등포지역 빈민들에게 두 가지 희망이 있다. 한 가지는 경마장이고 다른 한 가지는 ‘다람쥐 회 신협’이다. 경마장은 확률이 바늘구멍이고 다람쥐저축은 지루하지만 결말이 있는 희망이다. 경마장은 굉장히 많이 알려져 있고 모두가 회원으로 활성화되어 있는데 다람쥐 신협은 안 알려져 있고 회원이 적다, 해보자모임에서는 경마하다가 재미없으면 다람쥐로 와보라고 권유하고 홍보한다. 단체가 커지면 경마장 파괴운동을 벌이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박집 - 저렴 주점.

영등포에 와서 가방 메고 모자 쓴 사람, 안전화 신고 있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경마장 쪽에 있는 ‘대박집’ 위치를 가르쳐 달라고 물어보라, 다 안다. ‘대박집’에 오는 사람들 70%가 막노동, 일용직부류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대패 삼겹살 1인분 2천원이고, 김치 콩나물 상추는 양껏 퍼다 먹을 수 있는 곳, 냉면은 2,000원이다. 4명가서 아무리 먹어도 두당 7천원이 넘어가지 않는 곳이다. 허름한 얼굴들끼리 모여앉아 김치와 콩나물을 불판 아래쪽에 가득히 얹어놓고 윗부분에 삼겹살을 조금 놓고 푸짐하게 지글거리는 냄새 앞에서 소주병 뚜껑을 비튼다. 시끌벅적 호기로운 모습들이다. 자주 오지는 못한다 해도 푸짐한 음식을 앞에 둔 이 시간만큼은 당당하고 남자답고 씩씩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빈민들의 행복한 얼굴을 여기서는 볼 수가 있다.


희 다방. 행복다방.

간판이 다방으로 되어있지만 다방이라기보다 일용직 노가다꾼들의 일일 유로 숙소이다. 하루 밤에 3,000원내면 된다. 젖혀지는 긴 의자 한 개를 차지할 수 있는 비용이다. 양말 팬티 가벼운 속옷 빨래도 가능하다. 짐을 보관해주기도 한다. 전면에 3대의 TV가 돌아간다. 에로비디오, 영화채널, 일반 공중파 방송....한분 사장님이 10년째 바뀌지 않고 장사한다. 성품도 워낙 어지시고, 위로자의 역할도 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일용직노동자들을 다독여 주는 비공인 ‘사회복지사’ 역할을 한다. 7~8개월 고정으로 생활하는 사람도 많고 왠만한 영등포 빈자들이라면 한번쯤은 거쳐 간 곳이다. 객지의 작가 황석영이나 난쏘공의 조세희가 이곳을 체험한다면 어떤 묘사가 나올지가 궁금해지는 곳..... 사시사철 빈자들이 조용히 깃들어 있는 '둥지다방'이다.


영등포 역전, 역전 무료급식

저녁이 되면 무료급식단체에서 배식을 한다. 딴 곳에서 배를 채운 노숙인들도 모인다. 만남의 광장이고 소통의 광장이고 동류의 사람들, 또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며 위안 받는 곳이기도 하다. 금요일에는 광야교회찬양집회가 열리고, 평일에도 급식단체들이 나와서 마이크 볼륨을 높이고 찬송가를 부른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큰불 구경 홍수 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이곳에는 싸움구경 여자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싸움은 수시로 일어나고, 여자들을 쳐다봐도 여럿이서 몰려있으면서 쳐다보니까 눈총 받지 않고 쳐다볼 수 있는 곳이다. ‘거리노숙인’들도 몰려 있으면 밥도 갖다 주는데 따로 떨어져서 다리 밑에 있으면 굶어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원초적으로 이심전심 협동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서울역 쪽에서는 서울시에서 대형 실내급식소를 만들어 그곳에서 무료급식을 하고 거리급식을 금지시켜서 진일보한 면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영등포 역전급식은 계속되고 있다. 무료급식에 젖으면 중독된다는 말도 있다. 극빈상황의 사람들에게 생명줄 역할도 하지만 계속 의존했다가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파이팅’을 빼앗겨 버린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아웃리치, 노숙인 거리상담 현장.

영등포역 부근은 거리노숙인 밀집지역이다. 관, 민의 시설과 단체에서 현장상담을 나와서 거리 노숙인들을 지원체계로 유도하고 응급환자를 돌보고,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각종상담을 통해서 이들을 지원한다. 서울시에서 고정적으로 5명의 상담원이 매일 투입되어 활동하고 있고 부정기적으로 나오는 시설들과 상담원들도 많다. 4년 전부터 해보자모임의 ‘병원동행팀’에서 병약한 거리 노숙인들을 직접 시립병원으로 동행해주는 사업을 벌여서 많은 ‘거리 노숙인’들의 건강을 지켜주었고, 지금도 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광야교회

유명한 쪽방동네 희망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한 임명희 목사가 20년 전부터 일궈 온 교회이다. 생활시설인 노숙인 쉼터와 쪽방상담소를 서울시로 부터 위탁운영하고 있다. 영등포의 ‘노숙인’들은 광야교회하고 척지면 애로사항 많다는 말이 있다. 서울시로부터 받는 복지 예산보다 광범위한 후원처를 갖고 있어서 후원금 규모가 더 크다는 말도 있다. 하루 삼시 세 때 1,000명 정도의 배고픈 사람들에게 무료급식하고 여러 가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요셉의원

광야교회와 함께 영등포 쪽방지역의 터줏대감격인 병원이다. 영등포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의사 선우경식박사가 설립하여 제 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시지 전까지 봉사하던 병원이다. 500여명의 전 현직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가 참여하고 카톨릭 재단의 주관으로 운영된다. 영등포지역 쪽방월세가 비싼 이유는 광야교회와 요셉의원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쪽방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설거지 할 필요도 없다. 밥 시간되면 광야에 줄서면 되고, 아프면 요셉병원에 가면 되니까”, 방값 비싸다고 말하는 세입자들에게 쪽방주인들이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싶다.


쪽방지역

철거가 진행되어서 쪽방 숫자가 옛날보다 많이 줄었다. 지금도 500여개의 방에 주민들이 산다. 비좁기가 한량없는 방이다. 대각선으로 누워야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있는 방도 있다. 나무사다리로 연결된 구멍구멍마다에서 깡마른 사람들의 기침소리가 들리는 형국이다. 땅 주인이 따로 있고 99%가 다른 사람들이 쪽방을 땅주인으로부터 임대하여 세를 놓는다. 쪽방업주들 자체도 영세하여 세를 걷어 건물임대료를 주고나면 고작 150만 원 정도의 수입이라고 한다. 독거노인가구도 많고 수급자들도 많고, 장애인가구도 많다, 광야교회 쪽방상담소가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6개월 이상 이 지역 쪽방에서 살면 상주인구라고 하고 그 이하는 유동인구라 부른다. 유동인구는 10%정도라고 한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도시속의 섬’이라고 묘사되기도 한다. 고가도로 밑 앞마당은 그들만의 광장이다. 이 광장에서 자선단체들의 다양한 이벤트가 이뤄지기도 한다.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유명 인사들이 와서 자원봉사하고 사진 찍고 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 영등포 지역 도심개발계획에 따라 이 지역 전체가 철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 나마 이곳에서 이 인프라에 기대어 삶을 지탱해 왔던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야 할지.... 그들의 삶 속에서 서로서로 위안 받고 위로해주는 동안에 맺어졌던 이웃의 관계도 철거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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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현장... 소개를 마치며

‘노학연대’는 전태일이 간절히 원했던 ‘대학생친구 희망사항’ 일기장 문구가 원류라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 ‘노’는 민주노총도 있고 진보정당도 있다. 친구들이 많고 친구가 없어도 앞으로 갈 수 있다. 옛날 70, 80때 ‘노’는 육체적으로 힘들고 시간도 없고 가방끈도 짧고 자기네들 문제를 풀어갈 궁리를 하지 못했다. 술자리에서 기업주, 사장 욕 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쪽수로 덤비면 못 뭉겔 것이 없다는 사실은 몰랐다. 알기는 했다하더라도 “우리가 뭔 재주로...” 하고 있었다. ‘학’이 그들, ‘노’, ‘전태일’들에게 친구가 되려고 떼거리로 몰려갔다.

빈민운동. 지금 ‘빈’은 어떨까 친구가 있을까. 뭐가 ‘빈’인지 구분도 없고 ‘빈’의 처지가 어떤지 관심도 없는 세상이 무심히 세월만 잡아먹고 있는 사이에 ‘빈’의 덩어리가 커져만 간다. 결식아동, 소녀가장, 독거노인만 ‘빈’으로 친다. 수급자, 차상위.. 범위만 구분 짓고 정책적 관심만 난무하다. ‘정치권’발 복지담론이 온통 주름잡는 난장판 속에서 (철거민운동, 노점상운동을 빼면) ‘빈’의 자각, ‘빈’의 쪽수, ‘빈’의 에너지를 염두 하는 사람들은 씨가 말랐다. 빈에 연대할 세력이 필요하다. 일시적 동정적 관점에서가 아닌, 전략을 가진, 지속적인, 집단화된 ‘기득권 나눔 세력’ ‘양심적 시민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과거 지역빈민들과 함께 살면서 운동하던 선배들은 10년 민주정부를 거치면서 복지전달자, 복지시설운영자로, 정책자문 역할로 가고 지금 지역에서 애쓰는 후배들은 주목받지도 못하고 점점 줄어들고 있다. 빛바래져 간다. ‘정책적 접근’은 풍요로운데 ‘운동적 접근’은 궁핍하다. 지역빈민들에게 복지의 빛이 ‘생존의 담보’라면 복지의 그늘은 ‘자각적 운동성의 거세’이다. 학자 관료 정치인의 머리에서 정책이 만들어져 나오면 ‘복지서비스’가 되어 ‘빈’으로 영양이 흘러들고 ‘빈’은 그냥 입 벌리고 받아먹는 수혜자가 될 뿐이지만 ‘빈’들의 운동의 결과로써 정책이 수립되면 ‘빈’은 주체가 되고, 시민이 되고, 변혁의 세력이 되고, 사람 사는 세상의 주인이 된다.

고시원숫자가 4년 사이에 53%가 늘었다. 서울시에 고시원 방 숫자가 16만개란다. 고시원은 다행이다. 사우나 피씨방 고시원이하 인생들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 ‘모두가 내 못난 탓이다’ 며 자괴하고 한탄하면서 고요히... 말라 비틀어 진체로 사는 사람들이다. 평균수입 60만 원짜리들이다. 조용하다. 도시속의 골목골목에 스며들어 있되 모래알이다. 시간이 흐르고 개별적으로 우울하다가 고요히 사위어간다.

어쩔 것인가?
다시 바라보고 다시 추동력을 찾아 나서자. 답이 있다! 수십만의 도시빈민들에게 ‘지역’ ‘주거 빈곤’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월세를 낮추는 것, 수입을 높이고 지켜내는 것, 마을 공동체의 형성, 이웃의 유대감속에서 삶의 생기를 되찾아 오는 것. 또 한가지의 답은 지금 당장 실천으로 합류되고 적셔지는 시작에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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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수 / 해보자모임 상임자문역 / 반값고시원추진운동 본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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