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료 안 넣은 막걸리, 몸에 좋고 재료 맛 살리고 …
허시명의 ‘힐링으로 풀어보는 약술 기행’ ⑨ 무감미료 술
술은 음식이다. 하지만 음식치고는 '요물스러운' 데가 있다. 기쁨이든 슬픔·분노든 사람의 감정을 부풀리고, 때로는 혼몽하게 한다. 술을 음식으로 즐기면 몸과 마음에 이롭다. 하지만 술을 통해 감정을 풀려 들면 몸을 상하기 십상이다. 술을 자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술이 물보다 더 쉽게 더 많이 몸 속으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술이 술술 넘어가는 이유는 알코올이 이뇨작용을 도와 탈수 현상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니 음식으로 즐기려는 경계선을 넘기 일쑤여서 궁여지책이라도 몸에 좋은 술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감미료에 의존해 맛 내는 술 늘어
현대 기술은 인간이 좋아하는 어떤 맛이든 찾아내 만들어낸다. 식품의 대량생산과 동일한 맛을 내는 브랜드화가 가능한 것도 이런 첨가 재료, 특히 감미료 덕분이다. 소주에는 6, 7가지 감미료가 들어가고 막걸리도 마찬가지다.
김치에서 착상, 감미료 안 넣은 막걸리 개발
태인 막걸리는 그냥 감미료만 빠진 것이 아니다. 송명섭씨는 술맛을 내기 위해 좋은 종자를 골라 농사를 짓고, 좋은 밀을 원료로 계절마다 달라지는 누룩을 디뎌 술맛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감미료 넣는 순간 술 재료의 가치 떨어져
정헌배 씨는 술에 감미료를 넣지 않는 이유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째, 술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재료 맛이다. 둘째, 감미료를 넣지 않는 것이 몸에 좋기 때문이다. 유해 가능성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감미료를 넣는 순간 술의 가치가 떨어진다. 정헌배인삼주가에서 만드는 탁주 '진이'만 하더라도 안성의 쌀·물·인삼을 원료로 만든다. 감미료를 넣는 순간 그 술은 재료의 특성이나 지역성이 가려진다. 감미료는 술만이 지닌 고유함과 가치를 지워 평범하게 만든다. 다른 술과는 다른 술, 이곳에서만 생산되는 술이라야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넷째, 감미료가 들어가면 술의 저장성이 떨어진다. 인공적인 단맛과 천연의 단맛이 잘 섞이지 않고 저장 숙성되면서 올라오는 향기와 맛을 가려버린다.
세계의 어떤 명주도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감미료가 들어가는 순간, 명주라는 칭호는 내려놓아야 한다. 좋은 재료를 좋은 솜씨로 빚을 때 음식은 빛난다. 감미료로 재료와 솜씨의 부족함을 쉽게 메우려들면 명주의 길에서 벗어난다. 가장 한국적인 막걸리, 그 첫 출발은 무감미료 막걸리다.
글=허시명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우리 술 교육 훈련기관 '막걸리 학교' 교장, 『막걸리, 넌 누구냐?』 『술의 여행』 저자)
무감미료 술은
■ 철원 초가 백화미인 일본 수출을 위해서 감미료를 넣지 않은 알코올 18% 원주 상태로 출시된 탁주다. 맛이 진하고 묵직하고, 단맛과 감칠맛이 잘 어우러진다.
■ 구리 얼수 골드 호텔이나 고급 음식점용으로 개발된 알코올 12% 탁주다. 산양삼이 들어 있어 맛이 쓰고 강하고,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잔으로 마셔야 하는 탁주다.
■ 고양 배다리 프리미엄 막걸리 유기농 쌀을 원료로 사용하고, 쌀 생산자와 생산지를 밝히고 있다. 막걸리 특유의 곰곰한 향이 돌고, 뒷맛에서 엷게 단맛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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