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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천IC논란, '도로중독'에서 '무상교통'으로

소한마리-화절령- 2014. 4. 27. 20:36

동부천IC논란, '도로중독'에서 '무상교통'으로
[이은주 칼럼]민자고속도로 기업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국민에겐 혈세먹는 하마
2014년 01월 07일 (화) 17:41:12 이은주 jibijibiwa@hanmail.net

이은주(노동당 부천당협 부위원장)

부천시에서 정당, 종교, 시민단체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모아가고 있다. 다름 아닌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의 통과구간 내 동부천IC 반대 목소리가 그것이다.

민주당 시의원은 삭발을 하고 시민대책위는 천막농성까지 결의를 했다. 김만수 시장은 '동부천IC 반대'라고 적힌 선전물을 몸에 붙였고, '2014년 부천시의 최대현안은 동부천IC 설치계획을 철회시키는 일이고. 현장점검결과 국토부의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부천시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은주
현재까지 동부천IC 건설반대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지하화와 노선변경이다.부천 뿐 아니라 광명, 서울 강서구, 양천구 등 지자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두 주거환경 악화, 환경파괴, 교통혼잡, 비싼 통행료 등을 이유로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요구조건은 노선변경 또는 지하화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교통난 해결을 위해서 부천을 통과하는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가 꼭 필요하다는지자체나 시민여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해당 지자체와 시민들의 강한 반발에도 국토부와 코오롱건설, (주)서서울 고속도로는 공사를 강행한다고 한다.

평택에서 문산 민자고속도로의 통과구간인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는 광명과 서울을 연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천시민의 이용율은 40%미만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오히려 부천시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작동산을 죽이고 수목원을 죽이고 정수장을 오염시키고 교통체증과 소음, 공해, 쌩쌩 달리는 자동차의 위협 뿐이다.

민자고속도로는 기업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국민에겐 혈세먹는 하마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이를 테면,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된 대규모 도로 사업에 투입된 국고보조금이 전체 사업비의 70.1%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사실상 '재정 적자를 막기 위해 활용하는 민자 사업이 실제로는 '무늬만 민자'인 경우가 많다’(2013.11.04 한겨레 신문)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는 국가의 구성원이자 주권자인 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지만 그것의 운영은 기업의 논리에 종속시키는 '도로 민영화'인 셈이다. 도로와 같은 국가의 공공서비스는 그것의 경제적 성과와 상관없이 필수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재가 민영화 된다면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은 오직 경제적 성과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에는 기업화된 국가와 공공재를 사적으로 소유하는 기업.이윤 추구를 위한 자본만이 있다. 지자체와 시민들이 모두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국토부 등 정부가 시민들보다는 민자사업을 통해서 이윤을 추구하려는 건설재벌 등 기업들의 눈치를 더욱 보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은 어디에 있고, 시민의 의결권은 어디에 있는가? 그 와중에 부천시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도로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보다는 지하화, 노선변경 요구에 머무르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민자고속도로를 반대하나 국책사업이고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니 불가항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들은 소수 토건족들을 위한 4대강 사업이 전국토를 파헤치는 것에 대해 분개하면서도 국책사업이라서 막을 수 없었다는 '현실주의'와 닮아있다. 거기에 여지껏 민자도로 반대싸움은 이겨본 적이 없다는 패배적인 경험에 기인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민자도로에 대해 '원칙적 반대, 지하화와 노선변경 요구'는 사실 부천시와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의 교통문제에 대한 근시안적이고 철학과 소신 없는 모습에 불과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도로라는 공공재를 건설 재벌 등 기업에게 넘겨줘선 안된다.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더라도 부천시와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의 지하화와 노선변경요구는 실질적으로 민자 도로를 찬성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부천을 통과하는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는 필요없다고 말해야한다. 정말 시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갈 필요가 있다. 정말 도로가 만들어지면 우리의 삶이 나아질까라는 고민이다. 부천은 자동차와 매연으로 숨이 막힌다. 근본적으로 지구 온난화와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비하지 않는 정책은 미래를 팔아 현재의 풍요를 사는 것이다.

일 년에 몇 번 고향에 내려갈 때 마다 가장 이질적인 풍경이 도로다.시골 구석구석까지 웬 도로들이 그렇게 많이 만들어지는지, 구불구불한 길들에 깃들인 추억을 밀어내듯 도로들은 갈 때마다 여기저기 직선으로 뻥뻥 뚫려있고 어느 도로로 가야할 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새로운 도로들이 만들어져 있다. 좁은 면적대비 사통팔달 도로를 만드는 과정은 도로주변의 부동산투기를 부추키고 자동차의 수요를 늘리고 자동차 만드는 대기업들과 대규모 토건자본들이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반면 생태계의 파괴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태계의 지속적 파괴는 인간의 삶조차 지속가능 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었다. 아토피 등 면역력의 약화와 질병이 증가하는 이유가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국토 면적 대비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길이는 OECD 30개국 중 5위, 국도는 7위에 달한다. 유엔 미래포럼 한국지부의 연구에서도 한국에서 더 이상의 도로는 필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로는 만들어 놓으면 교통수요를 부르고 자동차의 증가는 곧 도로의 공급을 능가하게 된다.도로는 또다시 혼잡해질 것이고 교통혼잡 비용은 증대한다.

더구나 부천 교통 흐름도는 전국 지자체 중 연속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도로 그만 만들자! 교통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얼마 전 <경향신문>에 실린, 부천시민이자 현재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목수정의 칼럼은 여러 가지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한다. 프랑스 남부 오바뉴의 모든 버스노선은 4년 전부터 무료로 운행되기 시작됐다고 한다. 이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긴 사람은 대통령이나 거대여당의 정치인이 아니라 2008년 재선된 공산당 출신의 시장 다니엘 퐁텐이다.

즉, 큰 권력이 아니어도 정책적인 의지만 있다면 무상교통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는 오바뉴뿐 아니라, 샤토후, 콤피에느 등 총 24개 도시가 무료 대중교통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벨기에, 스페인 등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대중교통을 무료화하는 도시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동의 권리에 대한 보장' 차원에서뿐 아니라, '환경 보호'(무료 대중교통이 등장하면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인구가 때문), 시 외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시장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면서 구매력 확대, 시장 활성화와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도 포함된다.

미래의 세대에게 현재를 빌려 쓰는 우리는 지속가능한 푸른 부천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한다. 석유등 화석연료를 덜 쓰고 자가용 승용차중심의 교통체계를 친환경적 교통체계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한다. 이를 위해서 대중교통의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대중교통망을 확대하고 편의성과 이용확대를 위한 실행 방법,대중교통을 통한 소통과 새로운 문화의 흐름등 창의적인 상상력들을 부추겨야 한다. 신도시에 가까운 부천의 도로망은 충분히 무상교통이 가능한 수준의 양과 질을 가지고 있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가장 가깝게 무상급식이라는 의제도 처음 제기될 때는 대부분 불가능한 꿈 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동부천IC문제를 계기로 부천시의 환경과 교통에 대한 고민이 가장 친환경적이고 서민적이고 부천시민의 소통과 문화의 공간으로 대중교통에 대한 상상력으로 전환되길 바란다. 한국에서 무상교통을 가장 먼저 제기하고 실현 가능성을 토론하고 전국으로 확산되는 즐거운 상상도 해 본다.

2014년 1월 7일 노동당 부천당협 부위원장 이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