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다 간...

[스크랩] 명곡을 들으며 찾아가는 세계명작의 고향(제26회)-레마르크의 <개선문>,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들으며

소한마리-화절령- 2015. 2. 8. 08:24

 

*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영화 <플래툰>에 삽입되어 인상적으로 흘러 나옵니다

 

 

 

[ 레마르크의 <개선문>의 탄생지를 찾아 ]

 

 

 * 에펠탑을 배경으로한 밤의 알마교, 소설 <개선문>에서 주인공 라비크와 조앙 마두의 처음 만나는 곳

   입니다

 

 

레마르크의 소설 <개선문>은 주인공 <라비크>가 어두운 밤의 알마 교(橋) 위에서 우연히 가수 조앙 마두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알마 교는 개선문에서 가장 가까운 세느 강의 다리입니다. 지금의 다리는 1974년에 개수된 것이어서 정확히는 소설의 주인공 라비크가 기대던 난간이나 조앙의 유리같이 공허한 표정을 비치던 가로등이 그때 것이 아닙니다.

 

 

 * 알마교 위치, 왼쪽 아래 에펠탑에서 오른쪽 첫번째 다리입니다. 바로 오른편 초록색 표시는

   세느강 유람선(바토 무슈)의 선착장입니다. 파리가시거들랑 참고하세요

 

 

 

새로 단 연꽃 모양의 예쁜 가로등은 소설의 다리 분위기보다는 훨씬 밝습니다. 세느 강을 오르내리는 유람선 ‘바토 무슈’의 선착장이 이 알마 교 밑입니다.

 

 

라비크와 조앙은 마르소 로(路)를 따라 개선문 쪽으로 걸어 올라갑니다. 소설아 나온 지 60년이 훨씬 넘었지만 파리의 거리는 그제나 이제나입니다. 다리에서 약 1km 걸으면 개선문이 있는 에트왈 광장에 이릅니다.

 

소설에서 개선문은 표정이 있습니다.

 

 

 * 개선문

 

 

 

첫머리에서 두 남녀가 이 앞에 다다랐을 때 "개선문은 비를 머금은 하늘을 배경으로 둥실 떠서 시꺼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고 작품 전체의 배경이 되는 어두운 역사적 시야를 전주(前奏)합니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이 상회(相會)하면 개선문은 부드러운 보슬비 속에 다정하고 이들이 불화(不和)하면 개선문은 은색의 달빛 아래 찹니다.

 

대미(大尾)에서 체포된 라비크를 실은 트럭이 에트왈 광장에 나왔을 때 개선문은 캄캄합니다. "어디에도 불빛이 없었다. 칠흑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너무더 어두워서 개선문조차 보이지 않았다." 다가오는 전쟁의 예징(豫徵)입니다.

 

 

 * 18세기 샹젤리제(엘리제 평원이라는 뜻) 풍경, 그야말로 평원입니다

 

 

그 개선문이 지금은 밤이면 밝은 조명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납니다. 평일에는 자정이 되어야 불이 꺼지고 축일에는 환히 불을 밝힌 채 밤을 새웁니다.

 

콩코르드 광장에서 일직선으로 2km나 되는 샹젤리제 대로 끝, 완만한 경사와 마루턱에 지금은 샤를 드골 광장이라고 부르는 에트왈 광장이 있고 그 복판에 높이 50m, 폭 40m의 거대한 개선문이 서 있습니다.

 

1806년 아우스테를리츠 전투에서 개선한 나폴레옹의 명령으로 착공하여 한때 중단되었다가 그가 죽은 후인 1836년에 완성된 것입니다. 벽에는 나폴레옹 휘하의 장군들과 전투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1810년 나폴레옹이 마리 루이즈와 재혼할 때는 개선문이 아직 미완성이어서 나무뼈대에 헝겊을 덮어 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들어서는 그 밑은 신혼의 황제 부처가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나폴레옹은 유배지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죽어 1840년 유해가 파리로 돌아왔을 때 비로서 완성된 개선문 밑을 지났습니다.

 

 

이 장의 행렬은 빅토르 위고가 지켜보고 있었고, 위고 또한 그가 죽자 관이 개선문 밑에서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 개선문 맨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샹젤리제 대로

 

 

 

1944년 파리가 독일군에 해방되자 드골이 입성하면서 이 문을 지나는 긴 행렬은 흔히 기록사진에서 봅니다. 지금도 국경일이면 삼색의 조명이 이 문을 뚫고 검은 하늘에 국기를 길게 그립니다.

 

 

레마르크가 이 소설에서 "인류 최후의 묘지처럼 보였다"고 쓴 문 아래 무명용사의 무덤에는 1923년 이래 꺼지지 않는 불이 타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로 문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중도의 전시실에서는 문의 역사를 한눈에 읽을 수 있습니다. 맨 위의 전망대에 서면 문을 중심으로 12갈래의 길이 방사형으로 뻗쳐 있고 파리의 온 시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대로로 5백m쯤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조르지 생크 로(路)가 갈리고 그 모퉁이 99번지에 F자 마크를 단 빨간 포장에 단 카페 <푸케>가 있습니다. 샹젤리제의 산보객들이 한번씩은 기웃거리는 이름난 고급 카페입니다.

 

 

 * 카페 푸케

 

 

소설 <개선문>에서 라비크는 이 카페에 앉아 있다가 애인을 죽인 게쉬타포 하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는 샹젤리제의 혼잡한 사람들 틈 속에서 하케를 놓쳐 버리지만 수개월 후 다시 여기서 만났을 때는 두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게 되어 긴박한 장면이 벌어집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라비크는 친구 모로소프에게 "전쟁이 끝나거든 푸케에서 다시 만나세"한 후 체포되어 갑니다. 푸케는 뜻밖의 해후와 기약 없는 재회의 장소입니다.

 

1901년 루이 푸케라는 사람이 개점한 이래 80년이 넘은 푸케는 아래 위층에 4백석이 넘는 좌석을 가진 레스토랑을 겸한 카페입니다. 옛날에는 루즈벨트 대통령, 윈저 공 등이 귀한 손님이었고 엘리자베드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자주 스튜요리를 먹으러 왔으며 피아니스트 루빈슈타인의 단골 손님이기도 했습니다.

 

 

* 밤의 푸케 

 

 

 

푸케가 샹젤리제의 명물 카페로 2차대전 후에 더욱 유명해진 것은 레마르크의 <개선문> 덕택이라고 흔히 관광 가이드들은 설명합니다. 레마르크는 2차대전 후 푸케에 자주 왔습니다. 파리에 체재하고 있는 동안은 거의 매일이었습니다.

 

<개선문>의 라비크와 모로소프는 전쟁이 끝나도 나타나지 않았으나 작자는 계속 나타났던 것입니다. 레마르크는 푸케에 올 때마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았습니다. 샹젤리제 대로와 조르지 생크 로의 모퉁이쪽 테라스, 개선문이 빤히 내다보이는 41번 좌석이 그의 지정석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샴페인을 시켜 마셨습니다. 칼바도스는 가끔 마셨다고 합니다.

 

 

칼바도스는 소설 속에서 라비크와 조앙이 무슨 주제음악 틀듯이 되풀이 되풀이 마시는 술 이름입니다. <개선문>을 읽고 나면 이 술의 강한 냄새가 작취(昨醉)처럼 오래도록 남습니다.

 

 

 * 푸케 위치, 왼쪽 상단 개선문에서 샹젤리제 대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조르주 생크로가

   나오는데 바로 꺾어지는 곳에 빨간 표시의 카페 푸케가 있습니다. 파리에 가시면 꼭 들러서 칼바도스

   한 잔을...

 

 

 

칼바도스는 프랑스의 노르망디 특산주로 사과로 만든 브랜디입니다. 노르께한 빛깔에 소설이 돋우는 맛보다는 조금 쓰고 독합니다.

 

 

<개선문>에서 조앙 마두가 노래를 부르고 모로소프가 도어 맨으로 일하던 카바레 <세에라자드>는 지금도 성업 중입니다. 생라자르 역에서 몽마르트르 쪽으로 올라가는 길가의 리에즈 가 3번지. 여기서는 저녁식사를 하며 쇼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독일 북서부의 오스나브뤽에서 태어난 레마르크는 반전 문학의 기수로 나치의 위협을 받자 스위스로 망명한 뒤 미국을 왕래하며 살다가 스위스에서 죽었습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이 물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마지오레 호(湖).

 

 

 * 레마르크가 말년에 살다 간 마지오레 호숫가 포르토 론코 마을

 

 

 

그 호반의 포르토 론코에 레마르크가 살다 간 집이 있습니다. 로카르노에서 호수를 끼고 가다 보양지(保養地) 아스코나를 3km쯤 지난 곳입니다. 말년을 같이 살던 부인 플레트 고다르는 찰리 채플린 영화 <모던 타임즈>에 출연하였던 여배우였는데 채플린과 두 번째 결혼하였고, 레마르크와는 4번째 결혼하였습니다. 지금은 모두 오래전에 고인이 되었습니다.

 

 

로카르노에서 물가를 따라가면서 포르토 론코에 이르러 급한 경사길로 올라가면 론코 마을이요, 여기서 산허리길을 꼬불꼬불 돌아 로카르노로 귀환합니다. 17km에 달하는 이 일주도로를 <론코 순환도로>라 부르고 이 길에서 바라보는 호수의 경치는 그림같습니다.

 

레마르크는 언덕 마을 론코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공동묘지에, 공동묘지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이 절경을 굽어보며 누워 있습니다. 석벽(石壁)에 석비(石碑)를 박은 남다른 무덤입니다.

 

 

 * 레마르크의 묘지

 

 

 

[ 레마르크와 <개선문> ]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1898~1970)는 소설 <서부전선 이상없다>로 일약 인기 작가가 된 후 반전(反戰) 작가로서 나치의 박해를 받자 독일 국적을 빼앗기자 1939년 미국으로 건너가 1947년 미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개선문,1946년>은 그가 두 번째로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종전 직후 미국에서 출판되자 단박에 2백만부가 팔리면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가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암운(暗雲)이 감도는 2차세계대전 전야, 국적도 여권도 없이 각국 피난민들이 모여드는 파리를 배경으로,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독일인 의사 라비크와 이탈리아계의 고독한 여가수 조앙 마두와의 내일없는 사랑, 자기 애인을 죽인 독일 게슈타포 하케에 대한 복수 등을 기본 골격으로 하면서 국제 피난민들의 불안한 나날을 그린 어두운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출처 : 용두열 하우스
글쓴이 : 블라디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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