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공존과 번영

전쟁 가능한 일본을 우려한다

소한마리-화절령- 2015. 9. 22. 09:30

전쟁 가능한 일본을 우려한다
김 태 희 (다산연구소 소장)

  다시 또 일본군이 이 땅에 상륙할 수 있게 되었다. 독도 해상에서는 해상자위대가 미일동맹의 기치아래 군사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그렇듯 한국의 이익과 동의라는 명분 아래 그럴 것이다. 지금 일본에서 전개되는 상황이 남의 일일 수 없는 까닭이다.

  지난 9월 19일 새벽(오전 2시 18분) 안보 관련 11개 법안이 일본 참의원(상원)을 통과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리드로 야당의 저지와 국민의 반대 분위기 속에 강행되었다. 공교롭게도 1931년의 9월 19일은 전날 밤 피습을 핑계로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켜 중국 침략을 본격화한 날이었다.

일본의 평화헌법에 어긋난 폭거

  언론이 전하는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새로 제정된 국제평화지원법은, 국회의 사전 승인이 있으면 언제든 자위대를 해외에 파병할 수 있게 했다. 개정된 무력공격사태대처법은,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존립위기 사태)’ 자위대가 타국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또 중요영향사태안전확보법은, ‘방치할 경우 일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하면 자위대가 전세계 어디서나 미군 등 외국군대를 후방지원할 수 있게 했다. 위험이나 영향의 판단은 일본 정부가 판단한다. 더욱이 무력공격사태법은 중요영향사태법과 달리 해당 영역국의 의사를 존중하는 규정도 없다.

  이러한 법률은 현행 일본 평화헌법에 위반된다. 헌법은 전문(前文)에 평화정신을 담고 있으며, 제9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2. 전 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戰力)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

  아베 총리는 향후 헌법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행동은 일본 국민의 평화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위헌적 법률의 제·개정에 대다수 일본 국민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헌법학자들은 집단적으로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자민당의 폭주를 저지하기에는 야당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과거 독일 나찌의 악행이 모두 실정법에 근거했지만, 헌법을 위반한 실정법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 평화와 일본 국민의 평화에 크게 기여한 일본의 평화헌법이 지켜지길 바란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리더십이 간절한 때

  안보법안이라기보다 전쟁가능법안이라고 해야할 이 법률들이 우리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북한에 대한 억지력과 중국에 대한 견제의 면에서는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경계하되 실리를 취하자는 의견도 있다.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에 관해서는 우리의 동의가 없는 한 현실적으로 있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의 국력신장으로 100년 전 같은 상황은 벌어질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전시에 작전권이 미군 지휘관에 넘어가는 경우, 한국 정부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지 의문이다. 미일동맹군이란 이름으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현 아베 정권은 위안부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외면하고 독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을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조짐은 무시할 수 없고, 추세란 꼭 지나치고서야 끝나는 경향이 있다.

  돌이켜보면, 일본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의해 꾸준히 재무장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전쟁 등 냉전적 상황이 그때그때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비호 속에 상당한 성취를 이룬 우리로서는 적잖게 곤혹스런 구도이다. 일본이 패전 70년을 지나 다시 자국의 군대를 세계에 파견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도록, 우리는 분단된 상황 속에 우리 운명을 미국에만 내맡긴 궁색한 지경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바야흐로 동아시아에 전쟁으로 치닫는 근대의 야만이 꿈틀거리고 있다. 여러 사례에서 전쟁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오히려 전쟁에 따른 증오로 내연하고 갈등을 증폭시켜왔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간절한 때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는 어떤 구실을 하고 있는가. 역설적이지만 우리로선 평화를 위해 군사력과 외교력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남북문제를 얼른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글쓴이 / 김태희

· 다산연구소 소장
·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 편집이사

· 논저
〈정조의 통합정치에 관한 연구〉 (2012)
〈다산, 조선의 새 길을 열다〉 (공저, 2011)
〈왜 광해군은 억울해했을까?〉 (2011) )


다산포럼
은 일부 지역신문에 동시게재합니다.


컬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다산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이 글에 대한 의견을 주실 분은 dasanforum@naver.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