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잊자 |
김 동 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며칠 전 인천의 어떤 모임에 갔다가 서해 5도에서 주민권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백 척의 중국 어선이 선단을 이뤄 꽃게 어장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어선이 우리 어선에 비해 낡은 것들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최신식 중국 배들이 출현해서 우리 어선을 압도하고, 더구나 쌍끌이 저인망으로 바다 밑을 아예 훑어 버리기 때문에 해조류도 자라지 못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죽은 바다가 된다는 것이다. 중국 배의 불법 조업에 어민들 생계가 위협 받건만 북한은 아예 조업을 포기하고 중국 측에 약간의 입어(入漁)료만 받고 어장을 내주는 형편이라 하고, 한국 해경은 중국 배들의 불법 조업 사실을 눈으로 보고도 쫓아내기는커녕 그냥 어민들에게 피하라고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 측과 중국 배 조업을 막기 위한 공동대응을 하거나, 북한 측에 첨단 어선을 지원해주고 북한이 잡은 고기들을 한국 측이 사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때라고 했다. 남북 각각 공허한 주장보다 국민들 생존권 지켜야 북한붕괴론을 암암리에 깔고 있는 이 정부의 통일대박론이나, 반외세 통일만이 살길이라는 남한 통일운동진영의 대안이 모두 공허하게 느껴진다. 북한이 아무리 “우리 민족끼리”라고 외쳐도, 한국 청년들 중 그것에 감동하는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전체주의 북한, 그리고 경쟁과 세습의 ‘지옥’(‘헬조선’)으로 변한 한국 사회의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통일론이나 민족주의 담론은 어떤 호소력도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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