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의 『실크로드 사전』 |
김 정 남 (언론인) |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영문판 『실크로드 사전』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정수일이 기왕에 한국어로 펴낸 『실크로드 사전』(2013, 창비)과 『해상실크로드 사전』(2014, 창비)을 보완, 영역한 것으로 우선 1,000페이지가 넘는 그 방대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의 신산고초와 긴 여정을 생각할 때 그 감회가 새롭다. 2000년 감옥 안에서 메모작업이 시작됐으나, 한동안 그 원고를 잃어버렸다가 되찾았으니 실로 천우신조가 있어 이 책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명교류학의 새 지평을 열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발간은
정수일이 개창(開創)하고 그동안 꾸준히 연구해 온 ‘실크로드학’의 결실과 그 실체를 세계학계에 공식적으로 내놓았다는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
정수일이 ‘실크로드학’이라는 학문의 초야(草野)를 일구어낸 첫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참으로 다 함께 경하할 일이다. 독일의
리히트호펜(1833~1905)이 중국답사를 하고 나서 쓴 5권으로 된 『중국』(1877)에서 ‘실크로드’라는 말을 처음 쓴 이래 140년이 다
되어가지만, 실크로드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교통사, 또는 지역학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정수일이 실크로드를 통한
문명교류사를 하나의 학문분야로 처음 정립함으로써 불모지대인 동서문명교류사(학)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 문명교류를 통해서, 세계평화로 정수일은 세계 4대
여행기, 곧 신라 혜초(704~787)의 『왕오천축국전』, 이탈리아 마르코 폴로(1254~1324)의 『동방견문록』, 모로코 이븐
바투타(1304~1368)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 이탈리아 프란체스코회 수사 오드릭(1265?~1331)의 『동방기행』 중 마르코 폴로를
제외한 나머지 세 권을 한글판 역주본으로 냈고, 그들이 밟았던 길을 몸소 답사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실크로드는 물론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에 이르는 환지구적 교류로까지 답사여행을 했다. 그의 답사여행은 세계 4대 여행가가 여행한 곳을 다 합친 것보다 길다. 아마도 그의
여행기가 완결된다면, 그것은 유사 이래 이 세계에서 가장 장엄한 여행기록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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