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구조조정 앞둔 탄광, 갱 밖 미래는 '깜깜'
JTBC 안지현 입력 2016.06.20. 21:44
[앵커]
최근 정부는 전국의 3개 탄광을 단계적으로 구조조정하기로 했습니다. 폐광은 막았지만 지역경제가 침체되지 않을까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0일) 밀착카메라는 위기의 탄광촌을 취재했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오후 4시 반. 일을 마친 광부들이 갱도에서 나옵니다.
[박정우/광부 : (몇 시간 일하시고 오시는 거예요?) 8시간요.]
광부의 얼굴에는 석탄가루가 가득 묻어있습니다.
같은 시각, 이번엔 자정까지 일할 예정인 또 다른 50명의 광부가 입갱을 준비합니다.
[손경주/광부 : (어떤 마음 가짐으로 들어가시나요?) 안전하게 작업하려고 그런
마음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강원도 삼척에 있는 도계 갱구 앞입니다.
전국에 남아있는 5개의 탄광 가운데 한 곳인데요.
광부들은 인차를 타고 가장 깊숙한 작업장인 이른바 막장으로 간다고 합니다.
저희가 인차를 타고 실제 작업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평지와 경사가 진 길을 따라 인차를 4번 갈아타야 막장이 나옵니다.
갱구로부터는 4800m, 해수면보다는 260m 떨어진 곳입니다.
안전모에 달린 전등 빛에 의존해 깜깜한 갱도를 이동합니다.
곳곳에선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발파가 이뤄집니다.
이곳은 갱구로부터 약 한 시간 정도 이동해서 도착한 막장입니다.
발파 직후의 모습인데요, 아래에 보시면 바로 이 까만 것들이 석탄이라고 합니다.
현재 이곳의 온도는 30.1도, 습도는 81%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그래서 사우나처럼 굉장히 덥고 습한 상태입니다.
석탄을 이동시킬 컨베이어 벨트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입니다.
이곳은 또 다른 막장입니다.
이곳은 겨우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천장 높이가 굉장히 낮고 폭도 좁은 갱도인데요, 안쪽에 들어와 보시면 천장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나무를 대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식사도 갱내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석탄가루로 뒤덮여 눈을 비빌 수도 없습니다.
[손경주/광부 : 자고 일어나도 탄이 이렇게 나와요, 눈에서.]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습니다.
[홍선표/광부 : 동료들이 다치는 모습을 보면 제일 힘들죠.]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위협은 일자리를 잃는 겁니다.
[이권남/광부 : 답답하죠, 눈물 나죠. IMF 겪고 딱히 할 게 없어서 고향에 내려왔죠.]
[홍병규/광부 : 애들 공부 때문이라도 조금 더 했으면 좋겠죠. (마지막으로 바라시는 사항이 있으면 말해주시겠어요?) 없습니다.]
8시간 동안의 작업을 마치고 자정이 돼서야 바깥으로 나옵니다.
정부는 이같은 탄광을 운영하고 있는 대한석탄공사를 구조조정키로 했습니다.
연탄수요가 급감하고, 석탄공사의 누적부채가 1조 6000억 원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잃게 된 광부뿐만 아니라 탄광촌 주민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전우열/도계읍 번영회장 : 현재 (도계읍) 인원 중에 60%가 광산근로자라고 볼 수 있죠. 마을에 미치는 영향은 뻔합니다. 없어지는 (공동화 현상이죠).]
[김채옥/상인 : 폐지되면 여기 사람이 있겠어? 광산 보고 다 여기 있지.]
또 다른 탄광이 있는 태백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영수/태백시 번영회장 : 말 그래도 기업이 없어지면 그냥 끝납니다. 13만 도시가 이제 4만 7천명이 됐습니다. (이제) 반 토막 납니다.]
이곳은 지난 1993년 실제로 폐광이 이뤄졌던 강원도 태백의 철암동입니다.
옆에 보시면 상점이 있지만 문은 닫혀있는 상태입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상점은 운영하지 않고 지금은 관광상품으로 만든 상태입니다.
2013년도부터 이곳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었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김도하/문화해설사 : 여기 볼 거리가 있지만, 먹거리가 없거든요, 아직까진.]
[조상용/경북 포항 : 두 번은 안 올 것 같아요. 셋이 앉아 있는데 할 게 없더라고요.]
광부들은 채굴 관련 기술만큼은 보존하자고 말합니다.
[심진섭 부위원장/대한석탄공사 노조 : 이 산업을 당장 적자가 난다고 해서 버릴 것이라 아니라 이 산업을 67년 동안 많은 비법과 많은 기술이 축적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땅속에서 검은 땀을 흘리며 석탄을 캐는 광부들. 그러나 땅 위에서의 이들의 미래는 갱 안만큼이나 깜깜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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