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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빅히스토리](2) 오로라 만드는 태양풍, 지구 자기장 사라지면 ‘죽음의 키스’

소한마리-화절령- 2016. 10. 9. 09:23
김서형 조지형 빅히스토리 협동조합 이사장

ㆍ지구 운명 쥔 태양풍과 자기장
ㆍ‘철’을 통해 본 모든 것의 이야기

태양풍이 만들어내는 아이슬란드의 환상적인 오로라. 태양풍은 지구 자기장을 교란시켜 인간과 다른 지구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태양풍이 만들어내는 아이슬란드의 환상적인 오로라. 태양풍은 지구 자기장을 교란시켜 인간과 다른 지구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를 여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다. 다양한 연령대의 진행자들이 다채로운 지역을 누비면서 여행의 묘미를 전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감탄했던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이슬란드다. 위도 60도 근처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에서는 매년 9월부터 4월까지 오로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을 뜻하는 라틴어 오로라(aurora)는 형형색색의 빛이 하늘에서 발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기상현상은 감히 인간의 힘으로는 연출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것이어서 이를 본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로라는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이름이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신 히페리온에게는 세 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새벽의 여신 오로라다. 그녀는 날개 달린 말이 끄는 황금마차를 타고 장밋빛 손가락으로 신과 인간에게 빛을 가져다준다.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보이는 오로라는 사실 태양과 지구의 상호작용이다. 태양은 표면과 대기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태양의 표면인 광구(photosphere)는 약 100㎞ 두께의 가스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태양의 대기층인 코로나(corona)는 온도가 약 100만K(절대온도)에 달한다. 그러므로 코로나는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가진 양성자가 분리되어 있는 플라스마(plasma) 상태이다.


이때 수소나 헬륨처럼 가벼운 원소들은 전자를 모두 잃어버리지만, 철이나 칼슘과 같이 무거운 원소들은 전자를 가질 수 있다. 코로나의 빛은 이온화된 무거운 원소가 내는 빛인데, 이온화된 철은 녹색의 방출선을 낸다. 코로나에서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하는 전자나 양성자는 밖으로 방출되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바람이 바로 태양풍이다. 태양풍이 불면서 방출된 양성자나 전자의 일부가 지구 자기장 때문에 대기로 진입하고, 대기 중 공기와 반응하면서 빛을 내는 현상이 바로 오로라다.


태양풍의 발생은 태양의 흑점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흑점은 태양의 표면보다 온도가 낮아 어둡게 보이는 현상이다. 태양의 표면 온도가 약 5700K인데 반해 흑점의 온도는 약 4000~4500K 정도다. 태양의 표면에서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면 에너지 전달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자기장 주변의 온도는 하강하고,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이게 되는데 이것이 흑점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흑점은 11년을 주기로 증가했다가 감소한다.

갈릴레이가 그린 1613년 6월27일자 흑점 지도.

갈릴레이가 그린 1613년 6월27일자 흑점 지도.


1609년에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재미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바로 멀리 있는 물체를 확대시켜 볼 수 있는 망원경인데, 이 도구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시각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목성의 둘레를 공전하는 위성을 발견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것인데,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발견한 것은 목성의 위성뿐만이 아니었다. 1613년에 그는 망원경으로 흑점을 발견했으며,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흑점을 관측하여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태양풍은 지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태양풍 때문에 방출되는 것으로는 크게 전자파와 방사선, 그리고 코로나 질량 방출(Coronal Mass Ejection; CME)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전자파가 가장 먼저 지구에 도착하는데 약 8분 정도 걸린다. 방사선은 몇 시간 이상 걸리며, 코로나 질량 방출은 이틀에서 사흘 정도 걸린다. 코로나 질량 방출에는 전자와 양성자를 비롯해 헬륨이나 산소, 그리고 철 등의 원소도 포함되어 있는데, 지구 자기권을 교란시키면서 정전을 유발하거나 인공위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자기장을 나침반으로 삼아 이동하는 박쥐나 비둘기, 고래 등은 태양풍으로 인해 자기 위치를 파악하는 메커니즘을 상실할 수 있다. 이처럼 태양풍은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의 다른 생명체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태양계의 행성 역시 태양풍의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화성이다. 약 40억년 전에 탄생한 화성은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행성이기도 하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암석이 존재하고 태양계의 행성들 가운데 온도 변화가 가장 적은 곳이기 때문이다. 지구와 크기도 비슷하고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도 비슷한 화성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수분을 포함한 광물이 발견되면서 화성의 생명체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화성에는 왜 바다가 존재하지 않을까?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0.6% 정도로 매우 낮다. 따라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 힘들며, 기체나 고체 상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화성의 환경은 태양풍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화성의 대기가 사라진 것도 바로 태양풍 때문이다. 태양풍이 화성의 대기에 전기장을 형성하자 대기 중 기체 이온이 상층부로 올라가면서 우주 공간으로 사라진 것이다. 지금도 태양풍은 매초 100g의 비율로 화성의 대기를 날려버리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화성에 더 이상 생명체가 살지 않는 것은 결국 태양풍의 영향이라 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과연 지구는 어떨까? 태양풍은 오로라와 같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기권을 교란시킴으로써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고 위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화성과는 달리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지구를 감싸고 있는 자기권(magnetosphere) 때문이다. 자기권은 자기장이 만든 일종의 공간인데, 지구 전체를 에워싸고 있다. 지구 자기장은 지구 자기의 남극에서 나와 지구를 한 바퀴 돈 다음 지구 자기의 북극으로 흘러들어 간다. 과학자들은 지면 5000㎞ 아래의 지구 내부에 지구 자기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틀 빅히스토리](2) 오로라 만드는 태양풍, 지구 자기장 사라지면 ‘죽음의 키스’

지구에 자기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구의 구조와 관련성이 있다. 지구는 크게 핵과 맨틀, 그리고 지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핵은 외핵과 내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지각은 지구의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부분으로 토양과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각과 외핵 사이의 부분은 맨틀이라고 한다. 외핵은 맨틀과 내핵 사이에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부분을 의미하며, 내핵은 고체 상태인 지구 중심부를 말한다. 지구 자기장은 바로 외핵에서 만들어진다. 외핵은 전기 전도도가 큰 철과 니켈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물질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외부 자기장의 영향을 받아 유도 전류를 형성하고, 자기장을 만든다. 결국 자기장은 지구 외핵의 철 때문에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구를 2중으로 둘러싸고 있는 방사능대인 ‘밴 앨런대’. 1958년 이를 발견한 미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밴 앨런의 이름을 땄다.

지구를 2중으로 둘러싸고 있는 방사능대인 ‘밴 앨런대’. 1958년 이를 발견한 미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밴 앨런의 이름을 땄다.


지구 자기장은 시속 1600만㎞의 속도로 날아오는 태양풍을 막아준다.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지구 자기장 역시 플라스마 상태인데,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들은 밴 앨런대(Van Allen Belt)에 모이게 된다. 이는 지구를 둘러싼 방사능대로서 고리 모양으로 지구를 둘러싸고 있으며, 내층과 외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층에는 태양풍에 의해 방출된 양성자가 모이는 반면, 외층에는 전자가 모인다. 간단히 말하면 태양풍으로 인해 방출된 양성자와 전자를 모아 지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공간이다.


최근 지구의 자극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1년 동안 50㎞ 정도 움직이던 것이 최근에는 70㎞ 정도 이동했으며, 지난 150년 동안 지구 자기장의 세기는 대략 10% 정도 감소했다. 지구 자기장이 감소하면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는 태양풍에 의해 방출되는 과도한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다. 방사선 노출이 잦아지면 흑색종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멜라닌 세포에 생기는 종양이다. 멜라닌 세포는 자외선이 피부에 닿으면 멜라닌 색소를 형성해서 자외선이 피부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주로 피부에 발생하는 흑색종을 일종의 악성 피부암으로 보는 이유다. 2012년 미국에서만 흑색종으로 사망한 사람이 9000명을 넘었다. 그 치명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지구 자기장의 약화는 자기장 역전의 전조이다. 물론 자기장 역전은 오늘날에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다. 45억년 동안 지구에서는 수없이 많은 자기장 역전이 발생했다. 대략 25만년에서 38만년을 주기로 발생했으며, 약 250만년 전에는 지금과 반대 방향이었다가 100만년 전에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되돌아왔다. 자기장 역전은 45억년의 역사 속에서 지구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잘 보여주는 현상이다. 그 이유는 자기장 역전으로 인해 치명적인 방사선이 별다른 보호막 없이 지구에 그대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발생했던 대멸종이 자기장 역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유일하게 지구에서만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지구 자기장 때문이었다. 만약 자기장이 사라진다면 지구는 화성과 비슷한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자기장의 약화와 역전으로 지구 보호막이 점점 약해지다가 사라져버린다면, 태양풍이 지구의 대기를 날려 버릴 테고, 지구에는 더 이상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 같은 상황에 적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는 생명체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과연 인간은 이와 같은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느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인간을 비롯해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138억년의 우주와 지구, 생명, 그리고 인류의 역사뿐만 아니라 미래의 역사를 큰 그림에서 살펴보는 빅히스토리를 강조하는 까닭이다.

김서형


[리틀 빅히스토리](2) 오로라 만드는 태양풍, 지구 자기장 사라지면 ‘죽음의 키스’

이화여대 지구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조지형 빅히스토리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국내 최초로 대학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소통과 융합을 추구하는 빅히스토리 교양과목을 강의했다. <거대사: 세계사의 새로운 대안>, <인류 최대의 재앙, 1918년 인플루엔자>, <왜 유럽인가: 세계의 중심이 된 근대유럽>(공역) 등의 번역서와 <농경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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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9022047005&code=610101&s_code=am006#csidxf4ccbf6a4666d47a1955f0cd07e2ff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