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시각장애인 곁 지킨 아람이..이제 우리가 돌봐줘야죠"

소한마리-화절령- 2018. 2. 3. 10:44

[김기자와 만납시다] "시각장애인 곁 지킨 아람이..이제 우리가 돌봐줘야죠"

김동환 입력 2018.02.03. 08:02

 
9년의 기다림.. 다시 돌아온 '아람이' / 은퇴 안내견과 김동호씨 가족/김씨 가족 2007년 예비안내견 맡아/1년간 사회화 과정 '퍼피 워킹' 시켜/2008년부터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작년 은퇴 뒤 다시 김씨 가족 품으로
지난달 29일,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아람이와 네 가족. 김동호씨, 오영숙씨, 김지윤씨 그리고 김지우씨(왼쪽부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초인종이 울리고 문이 열리자 ‘아람이’(래브라도레트리버)가 달려와 킁킁댔다. 아람이는 인터뷰 내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눈은 빛났고, 힘도 넘쳤다. 시각장애인 곁을 9년간 지킨 아람이는 지난해 8월 퍼피워킹(Puppy Walking)을 맡았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즐거운 날을 보내고 있다. 퍼피워킹은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된 예비 안내견을 일반 가정이 1년간 키우며 사회화를 돕는 과정을 가리킨다.
은퇴 안내견 아람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퍼피워킹을 몰랐던 김동호(55)·오영숙(53)씨 부부가 2007년 선뜻 아람이를 맡아 키운 데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딸 지우(21)씨가 한몫했다. 당시 지우양은 ‘안내견 동화책’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설명하는 글을 본 뒤 키우자고 부부를 졸랐다고 한다.

순하고 사람 좋아하는 아람이는 이내 가족의 구심점이 됐고,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렇게 네 가족에 중요한 존재가 됐던 아람이였으나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뿐이었고,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2008년 8월, 아람이가 안내견으로 떠나기 전 찍은 가족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거실에는 부부와 지우씨, 오빠 지윤(24)씨 그리고 아람이까지 함께 담은 가족 사진이 걸려 있다. 아람이를 떠나보낼 무렵인 2008년 8월에 찍었다고 한다. 이별의 순간 섭섭한 마음에 지우·지윤씨는 눈물까지 흘렸다. 이들 가족은 아람이가 안내견 임무를 멋지게 다하고 돌아오는 날 다시 함께 지내기로 했다.

한해가 가고 다음해가 오면 가족은 아람이의 생일(6월24일)을 먼저 확인했다. 누구랄 것 없이 ‘요즘 뭘 하며 지낼까’, ‘파트너(시각장애인)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닐까’, ‘아프진 않을까’, ‘혹시 사고를 당한 건 아닐까’ 등 떠나보낸 가족을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가슴 한가득인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해 7월의 어느 날 에버랜드가 위탁운영 중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아람이가 안내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다고 했다. 이별 후 거의 9년 만이다. 전화를 받은 오씨는 눈물을 왈칵 흘렸다고 한다. 그토록 그리던 아람이가 안내견 역할을 잘해낸 점이 장하기도 하고, 다시 볼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워서다.

지윤씨도 “우리가 아람이를 책임져야겠다고 늘 생각했다”며 “다시 키우는 게 맞는다고 가족끼리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지우씨는 “아람이가 장하게 느껴졌다”며 “떠나 보내고 ‘데려오자’는 말을 계속 했는데 현실이 되니 정말 좋았다”고 거들며 웃어보였다.

지난달 29일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은퇴 안내견 ‘아람이’와 돌봄 가정의 네 가족이 함께 산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호씨, 딸 지우씨, 오영숙씨, 아들 지윤씨.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같은해 8월 드디어 아람이가 돌아왔다. 집에 막 들어선 아람이의 행동은 기대와 달랐다고 한다. 환경이 낯설었는지 좀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지 못했다. 9년간 많이 변한 가족의 모습과 이사로 바뀐 집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한 아람이에게 이제 집안 곳곳이 놀이터다.

퍼피워킹 때와 마찬가지로 안내견학교는 은퇴 안내견을 돌보는 가정을 대폭 지원한다. 퍼피워킹 때와 차이라면 가족이 사료를 직접 챙겨야 하는 정도다. 여전히 근처 동물병원과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른 비용도 지원받는다. 이렇게 네 가족과 안내견학교의 합심 덕에 아람이는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은퇴 안내견 아람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혹시나 돌봄을 망설이는 가정이 있다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했다.

오씨는 “은퇴 안내견은 가족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며 “한곳에 모이게 해주는 천사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