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연 가는 길
달동네 골목길이
문화재가 된 시절
몇 안 남은 달동네
봉사점수 따러 가는 연탄 나눔
너무도 낡은 구식이 된 기억 넘어
저편에 있을 연탄처럼
AI, IoT, Smart World 꽃피는
선진조국 찬란한 시절에 소환된
과거의 이름, 진규폐
민주주의 꽃피는 아름다운 나라
촛불 혁명 아름다운 대통령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쉬는
진폐 규폐
촌스럽고 낡은 이름을 불러내어
너무도 죄송한
늙은 탄부의
숨쉬기 힘겨운 병
진규폐 숨소리
아직도 3만 명이나 되는
진규폐 환자
그중 치료 중인 사람
3천 명
연탄은 사라진 지 오래인데
귀신같은 장막 뒤 숨소리
탄부들은 아직도 3만 명
그중 치료 중인 사람 3천 명
49년 1월 1일생 박노연
나주출신 월남참전용사
3천 명 중 한 명이던 박노연
80년 4월 사북의 무기고를 지켰다고
모진 고문으로 군사재판에 넘겨졌던
부사관 출신 참전용사 박노연
4월의 첫 토요일
늙도 젊도 않은 예순아홉
석화(石化)된 진규폐
한줌의 재로 가벼렸다.
태백 진폐병원 빈소 가는
두문동재 고갯길
진눈깨비 쏟아지던
두문동재 넘어
석화(石化) 된 폐(肺)가
든 사대육신
한줌의 재로 화(化)한
예순아홉 박노연
석탄기 바다 밑 수갱(竪坑)에서
맺힌 슬픔도
계엄사 모진 폭행으로
쌓인 생채기도 씻지 못하고
석화된 폐를 몸에 지닌 체
한줌 재가 되어 떠난
나주 출신 박노연
박노연 뒤에 대기 중인 3천 명과
3천 명 뒤를 대기 중인
3만 명의 박노연들에게
먼저 떠난 박노연이
무얼 남길 수 있나?
산업안전은 그만하고
석탄기 바다 밑
노동 폐지하면
남기는 게 될까
AI, IoT, Smart World 빨리 성장하면
노동은 폐지될까
노동을 폐지하면 남기는 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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