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 직방 … ‘디지털 플랫폼’ 정보통신기술이 우리 삶속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된 새로운 용어들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택시, 배달의 민족, 직방 등은 기존 소규모 서비스업 제공자와 고객을 스마트폰 앱으로 바로 연결하는 대규모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해외에서는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그랩(Grab)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런 유형의 사업들을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한다.
플랫폼은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이용자 집단이 상호작용하는 ‘다면시장(Multi-sided Market)’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플랫폼은 다양한 집단이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각자 보유한 정보나 자원을 거래하는 체계로 나타났다. 직업소개소나 공공고용서비스는 노동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며, 은행은 자본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이런 플랫폼의 가치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네트워크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플랫폼 노동’, 온라인으로 연결된 노동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인용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자본, 생산수단, 부동산, 노동력 등의 경제자원에 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매개하여 그 자원을 단시간에 연결시킨다.
자본을 매개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흔히 ‘핀테크(Fintech)’라고 한다. 유휴 생산수단과 부동산을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고 한다. 그리고 노동을 매개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긱 경제(Gig economy)’라고 하며, 여기서 연결된 노동을 ‘플랫폼 노동’ 또는 ‘크라우드 노동’이라 한다. 물론 우버와 같이 노동과 생산수단이 복합적으로 엮이기도 한다.
‘플랫폼 노동’은 대체로 저임금에 고용안정성도 낮아 플랫폼 노동은 대체로 우버, 대리운전, 음식배달 분야와 같이 저숙련·저임금 일자리 비중이 높다. 아마존의 메카니컬 터크(Mechanical Turk)와 같이 컴퓨터 전문가들을 연계하는 플랫폼도 존재하지만 전문가 연계 플랫폼조차도 시간당 2달러 수준의 저임금에 고용안정성이 낮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플랫폼 노동은 별도의 규제 장치가 없으면 주문한 내용에 대해 노동 제공자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수입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플랫폼을 통해 요청된 업무는 더 작은 직무로 나누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고용안정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때문에 노동소득과 고용안정성이 낮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서유럽국가들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우버 운전자들이 확산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기술적 요인 이외에 제도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선대제, 상인이 가내 수공업 노동을 연결 플랫폼 노동과 유사한 고용형태는 이미 산업사회 이전부터 선대제라는 형태로 존재했다. 선대제는 상인이 수공업 장인에게 원재료와 임금의 일부를 미리 제공하고 나머지 임금은 완제품을 받을 때 지불하는 가내 수공업 노동체계다. 일거리를 제공하는 선대상인은 도시 보다 시골에 위치한 가내 수공업을 선호했다. 도시 지역의 가내 수공업 장인들이 더 높은 협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대상인은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은 시골 지역 가내 수공업 장인들을 더 선호했다.
13세기부터 존재했던 선대제는 수송수단의 발전을 비롯한 기술진보에 힘입어 퍼졌나갔지만, 시골과 도시를 잇는 상인 네트워크의 발달이 중요한 확산요인이었다. 직물업의 경우 도시의 집단 수공업 체계인 매뉴팩처가 선대제를 통해 가내 수공업에서 만들어진 중간생산물을 이용해 최종생산물을 생산하는 마무리 단계를 담당했다. 이점에서 선대제는 생산의 한 과정을 담당하는 외주화 형태 하나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동형태는 대규모 제조업에서부터 우리가 일반적인 노동형태라고 생각하는 안정적인 상용직은 20세기 초중반에 산업자본이 지배적인 대규모 제조업 중심 경제에서 형성되었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서유럽이나 미국에서 일자리의 불안정성은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육체적 노동은 힘들고 위험할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도 하루 10시간 이상이었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했고 노동자들도 힘겨운 일에 버티지 못해 이리저리 일자리를 옮겨 다녔다.
1913년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 생산 체계를 도입하고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면서 이런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포드 생산체계는 생산공정을 표준화하고 각 생산단계마다 중간재 구입에 들어가는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해 수직통합을 하여 대규모 제조업 공장을 만들었다.
높은 임금은 노동자들이 한 공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한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노동자들이 계속 함께 일하다 보니 노동자들의 협력이 생산과정 뿐만 아니라 정부나 경영자와 협상할 때도 높아졌다. 강한 협상력은 다시 임금과 안정성을 높이고 노동시간을 줄여 1940년 이후 미국에서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가 정착되었다. 이렇게 20세기 초중반의 기술진보는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를 안전하고 안정성 높은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시키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다양한 고용관계 확산 20세기 후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각 생산단계를 연결하는 거래비용을 낮추면서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일부를 기업 외부에 맡기는 외주화 계기 중 하나였다. 한편 세계화에 따른 경쟁강화는 노동시장에서 유연한 노동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으며, 저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노동소득을 낮추기 시작했다. 이 추세는 임금노동자의 특성과 자영업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다양한 고용관계를 확산시켰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97년과 1998년에 다양한 고용관계를 논의하면서 불안정 노동(precarious work) 개념을 제시하였다. 주요 산업국가들도 다양한 새로운 고용관계를 제도적 틀에 포함시키려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독일은 사회경제 조건이 노동자와 유사한 자영업자를 유사 노동자라고 분류하였다. 영국은 기존 노동자(employee)와 자영업자 사이에 워커(worker)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임금노동자와 독립사업자의 경계에 있는 자들을 독립 노동자로 보고 있다. 한국도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경계에 있는 자를 특수형태고용종사자라는 개념으로 분류한다.
노동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이고, 사용자 종속성 약화 다양한 고용관계 가운데 플랫폼 노동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첫째, 업무수행에 있어 자율성과 독립성이 존재한다. 작업자는 일하는 장소와 시간을 다양한 형태로 선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업내용도 작업자가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특성으로 다양한 이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기존 취업자는 부업으로 추가수입을 올릴 수 있고 아이 등 돌봄 대상이 있는 이들도 짬짬이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온라인을 잘 활용하면, 은퇴자나 고령자 또는 장애가 있는 이들도 일을 할 수 있다.
둘째, 작업자는 특정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지 않고 다양한 고객을 찾아서 노동을 한다. 플랫폼 노동에서 근로계약은 노동을 제공하는 자와 노동이 필요한 자가 직접 맺는 관계가 아니다. 이 둘 사이에 플랫폼 기업이 개입하는 간접 관계가 형성된다. 이 특성으로 사용자 종속성이 약화되고 업종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계약 관계가 가능하다.
취업과 실업의 구분 모호하고, 사회안전망에서 빠져 두 특성으로 인해 플랫폼 노동은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도 존재한다.
우선 취업과 실업사이의 경계가 불명확해 지고 명확한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렵다. 주문을 기다리는 대기상태도 노동시간으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그리고 노동공간이 가정이면 노동시간과 생활시간을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이는 플랫폼 노동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로 연결된다.
다음 문제는 사회보험과 같은 전통적인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임금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 산재보험, 실업보험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게다가 자영업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적용에서도 제외된다.
유연한 노동 허용하되, 정당한 보상과 사회적 보호를 사회경제 조건의 변화로 노동시장에서 공급과 수요 모두 노동유연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 그러나 경제성장의 목적이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누구나 누리게 하는 것이면 일정수준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을 어디에선가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한 방법은 모든 노동시장에서 유연한 노동을 허용하되 미취업이나 실업 또는 불완전 취업의 상태에 있을 때 정부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유연한 노동이 반드시 필요한 일부 영역에서만 허용하고, 그 유연한 노동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시장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 두 사이의 어느 지점에 해당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회는 그에 맞게 적응해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