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절령통신

사북, 화절령을 너머

소한마리-화절령- 2022. 9. 16. 22:46
사북항쟁 40주년 기념 뮤지컬 '사북, 화절령 너머'의 대본을 이산하 시인과 함께 쓴 박희연 작가의 부친께서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받고도 직접 조문하지 못하고 있다.
 
굳이 엮자면 엇그제 발생한 태백 장성광업소 출수(出수) 사고로 희생된 분의 생사가 확인될 무렵의 시간에 박작가의 부친께서 돌아가셨으니 석탄채취라는 인간의 생명을 직접 담보로 하는 일과 서로 연결되는 셈인가?
 
사북항쟁 기념 뮤지컬 '사북, 화절령 너머'는 이산하 · 박희연 두 작가의 빼어난 대본과 이정황 · 김상진 감독과 연기자들의 열정어린 예술혼으로 만들어져 계획대로라면 그해 2020년 4월 사북에서 개막공연을 하고 광화문 광장과 전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하였을 것이다.
 
한창 공연을 준비하는 중에 예기치 못한 코로나 펜데믹으로 공연성사가 불투명해지면서 예산도 절반이나 날아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실제 공연은 항쟁 기념일인 80년 4월 21일을 훌쩍 넘어 8월 7일에야 단 1회, 제한된 관객을 대상으로 끝내고 말았다. 열정을 쏟아부은만큼 실망과 상처가 크게 남은 일이(었)다.-다 지나간 일이지만 완전한 명예회복을 성취하지 못하고 지역사회의 선후배들과 이산하 시인 · 박희연 작가 등에게 신세를 다 못갚은 나에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상처로 남아있다.-
 
뮤지컬을 관람한 전문가급 관객들은 '제르미날'(에밀 졸라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제랄 뒤파르디 주연의 19세기 말 프랑스 탄광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린 영화)을 뛰어넘는 감동을 주는 드라마라고 격찬하였지만 아쉽게도 공연을 다시 추진할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머지않아 '사북, 화절령을 너머'를 다시 무대에 올릴 동력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부디 故人과 남은 가족들에게 위안과 평화가 함께 하기를 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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