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전관예우와 유전무죄

소한마리-화절령- 2006. 7. 12. 21:52

<유전무죄와 전관예우는 근거 없는 말이 아니었다>



16일 'KBS스페셜-법은 평등한가'에서 법조인 데이터와 판결문 등으로 검증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유전무죄(有錢無罪)'와 '전관예우(前官禮遇).' 공정하고 날카로와야 할 사법부의 판결이 돈과 권력 앞에서는 무뎌진다는 말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유전무죄와 전관예우는 실제로 얼마나 통하고 있을까. 16일 오후 8시 방송하는 제헌절 기획 'KBS 스페셜-법은 평등한가?'는 사법부에 대한 이 같은 국민의 불신과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실증적 검증을 시도했다.

제작진은 5개월 동안 한국 법조인 데이터베이스, 1천300여 건의 판결문, 소송 정보 데이터를 집중 분석했다. 사회관계망 분석기법인 SNA(Social Network Analysis) 등 다양한 분석기법을 활용한 결과 유전무죄와 전관예우는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님을 확인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은 143명의 기업인, 정치인, 장ㆍ차관, 언론사주 등에 대한 재판(1심 재판 선고 형량)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비율은 72%를 기록했다. 이는 일반 형사재판(1심)의 집행유예비율 63.2%보다 8.8%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기업인(56명)은 징역형이 선고된 53명 가운데 50명이 집행유예를 받아 그 비율이 무려 94.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43명 가운데 항소심 재판까지 받은 사람은 96명. 이 가운데 59명의 항소심이 파기돼 항소심 파기율도 61.5%로 일반 형사재판의 비율 48.1%보다 매우 높았다. 더욱이 59명 가운데 78%인 46명은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들었다.

특히 1심 재판의 경우 전체 변호사는 모두 440명으로 817건(중복수임 포함)을 수임했다. 고위층 인사 1명이 평균 5.7명의 변호사를 선임한 셈.

이 가운데 판사나 검사 출신의 '전관변호사'는 265명에 달했고,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같은 장관급 출신도 6명이나 포함됐다.

고위인사들은 또 담당 재판장의 학연 등 인간관계도 적극 활용했다. 담당 재판장과 고등학교 동문 사이인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이 31명이었고, 사법연수원 동기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는 62명이었다. 재판장과 같은 법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도 92명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고위층은 벌금을 내는 데도 인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벌금이나 추징금을 선고 받은 44명 가운데 6명은 전혀 납부하지 않았고, 12명은 일부만 납부한 상태다. 이들의 미납액은 모두 317억여 원이나 된다.

제작진은 공적 자금 비리와 관련해 기소된 기업주와 임직원 142명의 양형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 결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불과 36명에 불과했고, 그나마 이 중 17명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분석대상 142명 중 123명이 집행유예 이하의 형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적부심을 통해 전관예우의 관계도 입증했다. 부장판사 출신 이상 전관변호사 90명이 2002년부터 3년 반 동안 맡은 구속적부심 682건을 조사한 결과, 371건에서 피의자가 석방 결정을 받았다.

특히 자신이 퇴임한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을 맡았을 경우 석방률이 56.7%로 다른 법원의 사건을 맡았을 때의 47.8%에 비해 8.9%포인트 높게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제작진은 유의수준 5%에서 통계학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