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풍경

[스크랩] 디지털시대 ‘이성과 감성’ 어떻게 융합할까

소한마리-화절령- 2006. 11. 3. 09:05
뉴스: 디지털시대 ‘이성과 감성’ 어떻게 융합할까
출처: 한겨레 2006.11.02 20:46
출처 : 과학
글쓴이 : 한겨레 원글보기
메모 :

디지털시대 ‘이성과 감성’ 어떻게 융합할까



[한겨레] 한국은 지금 미디어아트 전성시대다. 광주에서는 ‘열풍변주곡’을 주제로 광주비엔날레가, 부산에서는 ‘어디서나’ 주제의 부산비엔날레, 서울에서는 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다른 장소와 다른 주제로 열리는 이들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은 비디오나 멀티미디어가 결합된 예술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술이 과학기술을 차용했든지, 과학기술이 예술을 수용했든지 간에 이미 동반자 관계일 수밖에 없는 과학과 예술이 지난달 31일 예술의 전당 문화사랑방에서 ‘대화’를 가졌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한 ‘과학기술, 문화를 만나다’ 포럼에서 예술가와 과학·철학자들은 대체로 예술과 과학이 서로의 장점을 배우려 노력한다면 예술 작품들이 예견하고 있는 ‘과학으로 파멸하는 미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에 접근했다.

서로 장점 배워 ‘과학으로 파멸하는 미래’ 구원을
‘허구의 상상력’ 공통점…이과·문과 구분은 자의적
표피적 기술차용 넘어 삶의질·평화위한 소통해야


이덕환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과학기술자와 미래학자들은 갖가지 기술과 발명들로 한없이 늘어나는 생활의 편의와 물질의 풍요, 의료 혜택을 들어 인류의 진보를 믿고 희망의 내일을 약속해주는 데 반해, 영화와 문학의 예술가들은 사이보그에게 인간이 억압당하는 장면이나 생명공학의 왜곡된 장래를 그려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그는 과학자가 예술에서 ‘초조, 애정, 절망, 매혹’ 따위의 인간다움을 배워오기를 권고받듯이, 예술가는 과학적 상상력을 통한 엄격함과 통찰력, 진리에의 진정성과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의 겸손함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홍빈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백남준의 ‘예술은 사기다’라는 말처럼 예술은 ‘허구’의 세계와 관련한다”며 “과학에서도 실제 존재 여부가 확증되지 않더라도 일정한 설명적 가치를 지닌 쓸모 있는 개념이나 이론적 모형들이 설정될 수 있어 ‘허구’가 과학적 인식 자체의 구성에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탁월한 문장력으로 자신의 연구결과를 기술하거나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자는 이미 예술 정신의 세계에 몸담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 점에서 정신과학과 자연과학의 구별, 고교 교육의 문과·이과 구분은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여진 이화여대 작곡과 교수는 “음악에서 컴퓨터는 불과 40년 남짓 만에 20세기 최고의 ‘건반악기’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며 “인간 능력으로 불가능한 미세한 리듬 분할,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최저음과 최고음까지 막대한 음역 생성,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음색의 창조 등 반쪽이 아닌 완전한 의미의 창작으로서의 음악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성완경 인하대 교수(미술평론)는 “비디오 아트가 상업화된 텔레비전 문화의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등장했듯이, 현대예술은 과학기술의 매혹에 이끌려 그 기능적 효과를 작품 속에 이용해 미술의 기존제도와 개념을 변혁하려는 아방가르드적 실천을 모색하는 한편, 과학기술의 위력과 그 소외 효과에 대해 감시하고 견제하고 비판하는 양면적 역할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토론에 나선 김용석 영산대 학부대학 교수는 “예술가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비판적·극단적 태도를 갖는 것은 인문학이 새로운 윤리학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발전이 빠른 과학기술을 기존의 윤리적 관점으로 ‘야단’치는 관성은 극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00년 문명사에서 전쟁과 폭력이 끊이지 않은 것은 적·파괴·전쟁의 이미지인 권력과 창조·소통의 예술이 서로 통합하지 못해서였다”며 “지난 1천년 동안 전쟁으로 숨진 1억8천만명 가운데 77%가 20세기 이후에 희생되는 데 권력에 종속된 과학기술이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은 표피적 기술 차용의 소통이 아니라 삶의 질, 평화, 좀더 나은 장래 등 미래 사회의 규범을 둔 만남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는 과학기술계와 인문·사회·예술계가 상호 교류를 통해 새로운 발전의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새로 보는 과학기술’ 3회 연속 포럼의 두번째 행사로 열렸다. 다음달 5일 마지막 포럼인 ‘과학기술, 사회를 만나다’가 준비된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