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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 번진 '보부아르의 엉덩이' 논쟁

소한마리-화절령- 2008. 1. 28. 14:01

 



20세기 프랑스의 여성 사상가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요즘 서구 지식인사회에서 '보부아르의 엉덩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사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가 신년 초 보부아르의 뒷모습 누드 사진을 표지〈사진〉에 전격 게재해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1952년 보부아르는 미국 사진작가 아트 샤이의 아파트에서 샤워를 하다가 열린 문틈 사이로 들이댄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몰래 촬영한 사진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샤이는 "셔터 소리를 들은 보부아르는 몸을 돌려 웃으면서 내게 '개구쟁이!'(naughty boy)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진을 잊고 지냈던 샤이는 보부아르가 죽은 뒤 지난 2000년 그의 사진작품집에 처음 공개했고, 오는 4월 파리에서 공식 전시합니다.

하지만 프랑스 여성계는 잡지사를 향해 "보부아르의 사상과는 무관하게 그녀의 몸을 도구화한 사진으로 호객행위를 했다"라고 항의했습니다. 잡지사 측은 "이 사진은 자신의 육체와 사상의 굴레에서 벗어난 한 여인을 보여준다"며 "당시 부르주아사회의 순응주의에 반대했던 보부아르에 대한 완벽한 오마주"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논쟁은 인터넷을 통해 국제적으로 확산 중입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스캔들 기사가 연일 신문가판대를 장식하는 판에 보부아르의 누드 사진으로 독자의 눈길을 끌려고 했다."(캐나다의 한 칼럼니스트) "프랑스 대중을 향해 뒷모습만 보여주는 이 사진보다 더 신비로운 것이 있겠는가. 이전에도 그랬듯이, 그녀의 많은 부분이 감춰졌고, 말해지지 않았다."(미국 하버드대 학생)

보부아르가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엉덩이 사진은 보는 관점에 따라 외설과 예술로 나뉠 수 있습니다. 관음증의 대상이냐 자기표현의 주체냐 라는 논쟁이 가능하겠지요. 역시 뛰어난 사상가라면, 엉덩이까지 열띤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군요. 그러나 왜 여자 사상가의 엉덩이만 그래야 하나요. 그렇다고 보부아르의 남자였던 사르트르의 엉덩이도 공개돼야 철학에서 남녀 평등이 완성될까요. 그렇게 상상하자니, 이상하게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가 먼저 떠오릅니다.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